애연가는 갈 곳을 잃어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3.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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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담뱃갑에 애연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무서운 그림’이 등장할 것 같다. 내용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망가진 치아, 병든 심장, 썩어가는 다리 모습 등이 예견된다. 그림을 넣겠다는 구상은 정부의 금연 확대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경고문구가 있기는 하나 금연 바람을 확산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고성 글자의 크기가 너무 작고 내용마저 밋밋해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런 그림들을 담뱃갑에 붙여 금연을 이끌어내고 있다. 호주·캐나다·벨기에·브라질 등이 대표적이다. 글을 읽어서 흡연 욕구를 없애는 것보다 단번에 보아서 흡연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쇼킹한 그림들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흡연 경고 그림은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서 권고하는 금연 정책 중 하나로 담배 피는 사람들의 설 자리를 옥죄어가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조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최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까지 했다. ‘흡연 경고 그림이 문구보다 60배나 더 효과적이고 특히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설명이 설득력을 더해준다.
흡연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흡연 인구가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공공 장소에서의 금연 확대, 담뱃값 인상 등으로 담배를 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흡연을 막는 다양한 규제들이 줄을 이었다. 2005년 전국 보건소 금연클리닉 운영, 금연 상담전화 전국 확대를 비롯한 여러 조처들도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 그 결과는 보건복지부 통계가 잘 말해준다.
2006년 12월의 흡연율 조사에서 성인 남성 흡연율이 44.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포인트 떨어졌다. 1980년 79.3%로 최고율에 이르렀던 점과 비교하면 남성 흡연자 비율이 엄청나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1995년 66.7%, 2003년 56.7%로 내려갔고 2004년 말 담뱃값 인상 뒤에는 더욱 급감해 지난해 이맘때는 49.2%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금연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다. 폐암 등 흡연 관련 각종 질병으로 생기는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보건복지부와 담배 판매 수익을 꾀해야 하는 재정경제부, KT&G 사이가 그렇다. 그래서 두 부처는 ‘금연’ 얘기만 나오면 창과 방패 관계가 된다. 뚜렷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각기 다른 입장을 풀어주는 해답도 없다.
흡연자의 79.3%가 담배를 끊으려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양쪽 부처 간 이견의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특히 흡연 폐해를 줄이기 위해 201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30%대까지 낮추기로 해 관심을 끈다. 이를 위해 올해 중 담뱃값 인상, 금연구역 확대, 담배 광고·판촉·후원 규제 강화, 다양한 금연 프로그램 전개 등 비가격 정책까지 총동원할 예정이다. 여기에 쑥으로 만들어진 건향초와 금연 패치, 금연 껌을 비롯한 기업들의 다양한 금연 제품들도 쏟아져 나와 담배 끊기 바람은 과거 어느 해보다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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