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블루슈머를 잡아라"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3.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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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자 겨냥한 마케팅 '활활'...아파트, 전자, 가구에도 '특화' 바람

 
'싱글족 비혼자를 잡아라!’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비혼자들이 새로운 소비 세력으로 급격하게 떠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민감한 곳이 이들을 노리는 산업계. 신상품 개발·유통망 확충 등 고객 사냥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블루슈머로 자리 잡아가는 비혼자 시장이 커지는 까닭이다.
1인 가구주인 비혼자는 전국적으로 약 4백80여 만명(2005년 기준). 여기서 소비 성향이 강하고 구매력 있는 26~35세 싱글은 1백만명쯤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한 달간 1백만원씩 쓴다고 가정했을 때 월 1조원, 한 해 12조원이 싱글족 지갑에서 나온다는 계산이다. 25세 이하, 36세 이상자들까지 합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대 흐름을 볼 때 비혼자 시장은 20조원대에 이를 것이다”라고 추산한다.
기업들은 씀씀이가 큰 26~35세 비혼족 잡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제력을 갖춘 그들에 의해 소비되는 제품이 다양하면서도 고가여서 매출을 올리기가 쉽다는 판단에서다. ‘매스티지(대중이란 뜻의 mass와 명품이란 뜻의 prestige product의 합성어)화’ 현상이 이들 소비층에서 뚜렷하게 나타나 업계가 적극 나서는 것이다. 옷·가방·신발·장식품·화장품·의약·식품·가구·전자·건설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여행·스포츠·레저·영화·음반 업체들, 애완동물·연극 분야도 포함된다.
 
상당수 비혼자들이 세탁기·식기세척기·에어컨까지 갖춰진 빌트인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살면서 과일 샐러드를 배달시켜 먹고 골프·수영 등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삶의 행태는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TV·신문보다 인터넷을 더 가까이 하며 인터넷 쇼핑몰의 단골들이기도 하다. 옥션에 따르면 4백ℓ 이하의 소형 냉장고는 2005년 말 월평균 1천1백여 대가 팔려 2004년보다 83%, 29인치 이하 TV는 월평균 2천3백여 대가 판매되어 53% 이상 늘었다. 일부 싱글족은 전자파가 적고 시력 보호에 도움이 되는 수신기 내장형 17인치 이상 컴퓨터 모니터를 선호하기도 한다. 싱글들에게 안성맞춤인 1kg 용량의 소형 세탁기, 토스트 겸용 전자레인지, 2~3인용 밥솥은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팔린다.
비혼자 산업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시장은 건설·전자·가구이다. 제품 값의 덩지가 큰 까닭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실내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신개념 주거 공간인 ‘부평 현대 더 로프트’를 분양했다. 다락방이란 뜻의 ‘로프트’는 한 주거 지역이 아래 위층으로 나뉘어져 주거와 업무를 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래미안 스타일 발표회’를 열고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아파트라는 미래형 집의 신개념을 제시했다. 첨단 설비와 친환경 요소를 갖추어 관심을 끈다. 삼성건설이 지난해 용인시 수지구 동천지구 내 ‘삼성 미니 신도시’에 신기술을 처음 적용했다. 특히 서울 목동 트라팰리스에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디자인도 접목시켜 화제가 되었다. 롯데건설은 ‘동탄 롯데캐슬’에 선보인 ‘포켓 발코니’로 인기를 끌었다. 거실 밖 발코니를 거실 안에 둘 수 있게 지었다. 쌍용건설도 화성시 ‘쌍용 스윗닷홈 신봉담 예가’ 단지 안에 실개천이 흐르도록 했다.
싱글족을 겨냥해 지은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전자업계의 빌트인 시장 공략도 거세지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신개념 ‘디오스 빌트인(DIOS Built-In)’ 솔루션을 내놓고 사업 영역을 B2B(기업 간 거래) 중심에서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사업으로 넓히고 있다. ‘디오스 빌트인’ 신제품은 빌트인 냉장고와 냉동고, 콤비, 김치냉장고를 생활 유형에 따라 설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빌트인 냉장 솔루션’과 국내 최초의 트롬 세탁기, 건조기를 수납 가구와 함께 구성한 일종의 론드리룸(Laundry Room) 장치다. LG는 건설사를 통한 판매 확대를 꾀하되 제휴사(한샘)의 3백여 대리점 망에서 ‘개인 고객’을 파고드는 마케팅도 펼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B2B와 B2C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6월부터 영화배우 장진영을 모델로 한 공중파 방송 광고를 내보내는 등 고급 빌트인 가전 고객 선점을 위한 마케팅에 나섰다. 또 1백여 시스템하우젠점과 백화점을 통한 판촉 활동, 전문가의 리모델링 상담까지 받을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빌트인 시장은 지난해 5천5백억원에서 올해는 6천5백억원대, 2010년는 1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IT(정보통신) 품목들도 무시할 수 없다. DMB(이동 멀티미디어 방송) TV·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노트북·아이팟(i-pod)·MP3·신형 휴대전화·고성능 디지털카메라 등이 싱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싱글 대상의 가구산업도 커지고 있다. 집에 들여놓는 접이식 침대, 소파·침대 겸용인 소파 베드가 인기 상품 대열에 낀다. 혼자 사는 비혼자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긴 사이즈의 베개도 제법 팔린다는 것이 업계 사람들 얘기다. GS이숍의 싱글 전문매장인 ‘싱글즈’는 2003년 문을 연 후 3년여 만에 방문자 수가 10배 이상 불어났다.
유통업계 시장 싸움은 적극적이다. 업계가 힘을 쏟는 대상은 고소득층의 비혼자들. 명품에 관심 있는 이들을 잡기 위해 백화점업계가 총력전을 펴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명품 가방 ‘고야드’를 명품관에 선보인 지난 3월1일 1억3천만원어치를 팔았다. 값이 1백만~8백만원에 이르지만 유명세를 업고 재미를 본 것이다. 이 제품을 유치하려는 유통업체만 40곳에 이를 정도다. 명품 보석 브랜드 프레드도 지난해 겨울 1억원대 신상품을 선보여 며칠 만에 다 팔았다. 대중화를 지양하고 VIP 손님에게만 소개하는 프레드의 마케팅 전략이 먹혀든 것이다. 이탈리아 가죽 브랜드 ‘토즈’의 대표 상품 ‘디백(D Bag)’도 신상품이 나오자마자 인기리에 팔려나갔다. 올해 초 3백만원짜리 송아지털 디백은 국내에 6개가 들어와 당일에 팔렸고 산양털의 3백4만원짜리 제품도 4개가 들어와 진열되기도 전에 판매되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에르메스 매장에서 팔리는 켈리백과 버킨백은 수개월 전에 예약해야 살 수 있어 샘플북을 통해 주문 판매되고 있다. 또 구찌 매장의 4백50만원짜리 뱀 가죽 핸드백도 예약제로 팔리고 있다. 한정품인 명품 핸드백·옷은 주로 단골 VIP들이 소비한다. 1천만원대 명품 여성 정장은 입고되자마자 우수 고객들에게 전화로 알려 구매로 이어진다.


 
싱글족 위한 아침식사 대용품도 인기


식품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웰빙 흐름에 따라 맛과 영양 면에서 뛰어난 인스턴트 식품류를 내놓고 비혼자들의 입맛을 즐겁게 하고 있다. 여러 요리 기법들이 섞인 퓨전 요리, 건강식, 아침식사 대용품, 간식거리도 잘 팔린다. 종합 식품업체인 기린은 최근 덴마크 란트만넨 사의 냉동빵 ‘해팅’을 양산 제빵업계 최초로 내놓았다. 전자레인지나 오븐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는 반 가공 식품으로 싱글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발효유인 한국야쿠르트의 보네떼쿼ㄱ은 무리한 다이어트나 운동 부족으로 뼈가 약해진 20~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떠먹는 요구르트로서 하루 평균 8만 개가 팔리고 있다.
편의점 패밀리마트의 삼각 김밥도 싱글들의 단골 메뉴이다. 하루 평균 약 50만 개, 월 1천만 개가 넘게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던킨도넛은 올 들어 ‘아침&베이글’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 한국맥도날드는 2월부터 ‘맥모닝’을 전국 매장으로 확대해 판매 중이고 롯데리아도 서울역점에서 선보였던 아침 메뉴를 전국 39개 매장에서 팔고 있다. 이와 함께 대도시 중심가의 스타벅스 등 커피 체인점, 대기업 계열의 외식 업체들도 붐빈다. 티지아이프라이데이스를 비롯한 외국 음식 전문 패밀리 레스토랑 역시 싱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건강 음료, 즉석 죽, 컵 수프, 포장용 조각 케이크, 생식용 두부 등을 공급하는 식음료 회사들도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레저 스포츠·애완동물 판매 등도 호조


레저·스포츠·여가 활용 업소와 경호·방범 산업체도 싱글족들을 파고들고 있다. 비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형 스포츠클럽, 헬스장, 피트니스 센터, 전문 여행사가 성업 중이다. 전문 온라인업체, 웹사이트, 정보 자료 회사, 종업원 알선 업체들까지 속속 생겨나는 상황이다. 지난 2월부터 ‘위풍당당 싱글 특별한 그 남자 & 그 여자의 나 홀로 여행’ 이벤트를 열고 있는 인터넷 여행사 투어익스프레스가 좋은 예다. 싱글족들의 바깥 나들이가 늘어나면서 스포츠 용품 업체들도 바빠졌다. 프로스펙스 브랜드로 이름난 국제상사는 봄을 맞아 여러 스타일의 고어텍스(GORE-TEX) 재킷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 고어 사가 개발한 신소재 제품으로 종류와 크기에 따라 37만~52만원 하는 고가 옷이다. 조깅, 등산 때 신는 레전드XCR, 윈드 트레일, 스파이어 등 운동화류도 개발해 시판에 들어갔다. 지난 2월1일 법정관리를 끝낸 이 회사는 LPG 전문 유통회사 (주)E1 인수를 계기로 스포츠 용품과 의류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외로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향락 업소들도 성업 중이다. 서울 강남의 고급 마사지 업소, 안마 시술소, 호스트바, 남녀 전용 바 및 카페는 30~40대 싱글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 서비스’가 곁들여진다는 소문이 나면서다. 마사지 숍, 스파, 아로마테라피, 스트레스 클리닉, 정신수련원, 요가의 주 고객층도 경제력 있는 싱글들이다.
경호업체들 역시 싱글 끌기에 열성적이다. 성폭행·스토킹·납치 등을 걱정하는 부유층 비혼자들이 큰 손님이다. 국내 경호 전문회사는 2백여 개. 한 해 총 매출액이 1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경호원·운전기사·비서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경호업체 여직원들은 상한가로 ‘귀하신 몸’이 된 지 오래이다. 또 방범·보안용품들도 잘 나가 옥션에서 호신용품은 지난해 9만2천여 건으로 3년 전보다 6배 늘었다. 가스총, 전기 충격기 등의 제품과 무인경비 서비스업, 디지털 도어록 제조업, 휴대전화 호신 서비스업, 위치정보 사업도 뜨는 추세다.
자신을 가꾸며 뮤지컬·영화·연극 등을 적극 관람하는 젊은 비혼자들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건강보조제, 의약품, 병·의원들이 몇 년 전부터 뿌리내리고 있다. 지난해 히트한 기능성 화장품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 슈퍼바이탈 크림은 피부 유연성 및 탄력을 찾아주는 오메가3와 피부 깊이 전달해주는 나노생명 캡슐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시판 두 달 만에 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건강 클리닉, 한방 병원들도 비혼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여성들의 다이어트, 남성들의 근육 만들기와 관련된 처방이나 상품들로 복부·하체·종아리 등 부위별로 다루고 있다. 감량, 식습관 교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입원 치료 상품도 판다. 비만·피부·노화 방지 전문 한의사들의 경우 공동 출자로 분원까지 내며 기업화하고 있다 ‘디지털 다이어트 줄넘기’ ‘영양 측정 저울’ 등 제품들이 온라인 쇼핑몰에 나와 있고 <행복한 밥상> <위대한 밥상> 같은 책들도 서점가에서 인기다.
적적한 싱글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애완동물을 빼놓을 수 없다. 개를 중심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거북이·물고기·거미·가재·장수풍뎅이·새우·복어·이구아나 등 독특한 동물까지 망라되어 있다. 싸이월드에 개설된 동호회 ‘물생활공화국’은 수중 생물을 키우는 동호회원들 모임이다. 일단 갖추고 나면 다른 애완동물보다 유지비가 적게 들어 싱글들에게 인기다. 가재 얍스터, 바다새우 시몽키 등 희귀 동물을 키우는 회원들이 부쩍 늘었다.
애완동물에 대한 싱글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도 커지고 전문화되고 있다. 특히 애견산업이 그렇다. 1조8천억원에 이르는 애견산업 중 용품 수요가 날로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 분당에서는 주인과 개가 옷을 똑같이 만들어 입고 다니는 커플룩이 유행할 정도이다.
 한 트렌드 전문가는 “싱글족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와 자신을 위한 소비와 개성이 강한 구매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26~35세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통 가족주의가 깨지면서 ‘돌아온 싱글’(이혼자)과 비혼자 등 다양한 ‘나홀로 족’들이 양산되고 있어 산업 규모가 더 커질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2020년 싱글 가구는 국내 전체 가구 수의 21.5%에 이를 전망이라는 통계청 자료가 이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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