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기 위기설은 '설'인가 진실인가
  • 서종수(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3.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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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톤급 악재로 비관론 많으나 낙관론도 만만찮아

 
주식 투자자들은 요즘 주초만 되면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 3주일 동안 어김없이 주초에 주가가 요동쳤기 때문이다. 그것도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세계가 동시 다발로 겪는 현상이어서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증시 일각에서는 ‘10년 주기 위기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1977년 석유 위기, 1987년 뉴욕 증권거래소의 ‘검은 월요일’, 1997년 아시아의 외환위기로 이어지는 10년 주기의 증시 파동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 증시는 외국인 투자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미국·일본 등 외국 증시가 내부 여건과 상관 없이 폭락세를 보일 때 바로 ‘전염’되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지뢰밭의 지뢰가 터지듯 국제 금융시장의 악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고 있는 이때 국내 증시는 내부 여건의 호조 여부와 상관 없이 덩달아 춤을 추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난 2월28일 중국발 쇼크로 인해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증시가 휘청거렸던 ‘검은 화요일’은 그 다음주인 3월5일 일본 증시를 시발점으로 한 ‘검은 월요일’로 재현되었다. 이후 1주일 동안 회복세를 타는 듯하던 세계 증시는 3월13일 뉴욕발 ‘검은 화요일’의 연쇄 폭락세에 휘말렸다.
국내 증시에도 세 차례에 걸친 폭락 ‘쓰나미’가 밀려오면서 코스피 지수가 2월28일 37포인트, 3월5일 38포인트, 3월14일 28포인트나 각각 급락했다. 국내 증시를 비롯한 세계 증시는 뉴욕발 ‘검은 화요일’ 직후 바로 반등세로 돌아서 충격파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폭락 장세의 배경이 되었던 악재가 워낙 메가톤급이어서 불안감은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장 심상치 않아


우선 글로벌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지목되었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 부실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 첫 번째 불안 요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우대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이 자금을 빌려간 사람들이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파산 직전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 파장은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들은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기반으로 채권을 발행한다. 모건스탠리나 골드먼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들은 이들 채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모기지 업체에 자금을 지원해준다. 모기지 업체가 부실해지면 이들 투자은행들도 함께 손실을 본다. 부실 대출 위험 때문에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시장에서는 돈 흐름이 꼬이게 된다.
이에 따라 주택 시장도 침체될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 경제대국 미국의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 불안은 결국 세계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고, 국내 증시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전체 금융시장(약 43조 달러)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1.5%(약 6천억 달러)로 집계하고 있지만 연쇄 파동을 감안할 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충격으로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엔 캐리 자금’(금리가 낮은 일본의 엔화 대출로 금리가 높은 개발도상국 등의 증시에 투자한 자금)이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다시 촉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위험 자산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엔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실제로 3월14일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0.67원이나 급등한 100엔당 8백14.86원을 기록했다. 1조 달러로 추산되는 엔 캐리 자금의 청산이 본격화하면 세계 금융시장은 또 한번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백50억 달러에 이르는 엔화 대출금의 상당액이 부동산 시장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화 자금이 급격한 원-엔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을 견디지 못하고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최근 강도 높은 대출 제한 조처와 맞물려 부동산 거품 붕괴를 몰고 오는 촉매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지면 주택구입 자금으로 나갔던 은행 대출금이 부실 채권화하는 경우가 생기고 이는 증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부동산 시장 침체를 아직 경험하지 못한 터라 증시의 영향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과 일본은 부동산값 폭락으로 증시 등 금융시장이 마비 상태에 빠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미국 금리 인하로 세계 증시 상승 가능성”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장이 확산되면 국제 금융시장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도 마감될 것’이라며 세계 증시가 추가로 조정받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지나치게 침소봉대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미국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고 관련 업체의 뉴욕 증시 시가총액 비중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책 당국이 자국 금융시장과 세계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제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 통화 당국도 금리 인하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세계 증시에 오히려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에 맞불을 놓았다. 로이터가 최근 보도한 IMF 전망 보고서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6% 성장하고 내년에는 성장 폭이 확대된 3.0%로 내다보았다. 이는 IMF가 지난해 9월 전망한 수치보다 모두 0.3% 포인트씩 높은 수준이다.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 경기가 올해와 내년에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세계 증시도 나쁠 이유가 없다. 보고서는 또 세계 경제가 지난해 5.3% 성장한 데 이어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4.9%로 성장세가 소폭 축소되겠지만, 30년 사이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가 이어져온 지난 몇 년간의 추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진행되더라도 그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각국 경제가 적절히 대응한다면 그간 큰 부담이 되었던 과도한 엔화 가치 절하 추세를 정상화시키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게다가 나올 만한 악재는 이미 다 나와 충격 요인이 별로 없다는 점이 낙관론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증시를 짓눌렀던 2대 악재가 모두 노출되었다. 2분기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을 겨냥해 비중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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