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광복절 회동' 이뤄질까
  • 송종환(명제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전 주미공사) ()
  • 승인 2007.03.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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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미, 러, 중 정치적 이해 맞물려 가능성 상존...장소는 루스키 섬 등 꼽혀

 
2006년 10월9일 북한의 핵실험은 국제 평화에 최대 위기를 조성했으며 한국은 머리 위에 북한 핵을 이게 되어 건국 이래 초유의 비상 사태를 맞았다. 
2·13 핵 합의는 북한이 이미 개발해 보유한 핵무기와 고농축 우라늄(HEU)을 포함하지 않았고, 핵시설의 불능화(disabling) 개념도 모호해 완전 해결까지 많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북한 핵 해결을 위한 새로운 국면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2·13 핵 합의 후 평양에서 재개된 제20차 남북 장관급회담(2월27일~3월2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미국 방문(3월6~7일), 이해찬 전 국무총리 방북(3월7~10일) 등 남북 회동에 이어 ‘8·15 남북 정상회담’ 개최까지 예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핵 폐기를 내세워 미국과 화해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남북한 관계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을 것인지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유독 남한의 올해 대선 결과에 집착하고 있다. 노동신문·조선인민군·청년전위 등 북한 3대 신문의 올 1월1일 신년 공동사설이 한나라당의 집권 반대를 위한 대남 투쟁 노선을 밝힌 바와 같이 북한으로서는 남한 ‘좌파 정권’의 집권 연장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남한과 회담만 하면 당장 필요한 비료와 쌀을 확보할 수 있고, 서울로 답방을 하지 않고 제3의 장소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답방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한국의 현 집권 세력이 남북한 관계 진전에 정치적 생명을 거는 정도는 북한보다 더하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50%를 넘고, 거론되고 있는 한나라당 세 후보의 여론 지지도를 합치면 70%를 넘는다. 반면 여권은 분열되고 뚜렷한 후보마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권은 대선의 상대방이 또다시 분열 또는 와해되거나 각종 남북 대화와 행사 개최 등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내세워 자신을 평화 세력으로 자처하고 상대방을 전쟁 세력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분위기 반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제20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8월까지의 회담 및 행사 일정과 최근 여권의 정상회담 언급 동향은 후자의 처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면담한 이해찬 전 총리 일행은 ‘2·13 핵 합의’의 초기 단계 이행 조처 기한인 60일이 끝나는 4월 중순 이후에는 진행 과정을 보아가면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체제를 위한 문서 서명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미국·러시아·중국이 남북한 관계 진전에 거는 기대도 임기 말을 맞이하는 집권자들의 정치적 입지와 연관시켜볼 때 비슷한 처지이다.
지난해 11윌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패한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네오콘’이 주도하던 강경 노선이 퇴색하고 대화를 내세우는 외교 노선이 전면에 나서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2·13 핵 합의’와 김계관 부상의 방미 동향에서 보듯이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잘못된 행동에 보상 없다’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지목해온 인식을 접고, 핵만 포기하면 북한과 수교한다는 포용 정책으로 전환해 임기 말 외교 성과를 얻으려 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노리는 푸틴, 적극성 띨 듯


현행 헌법상 2008년 5월7일에 2기 임기가 종료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선 연임 불가 규정을 둔 헌법의 개정을 통해 계속 집권을 노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벨로루시가 연방을 만들어 초대 대통령이 되는 것을 고려하면서, 남북한 정상회담을 주선한 것을 내세워 노벨평화상 수상을 장기 집권의 발판으로 마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진타오 중국 공산당 총서기도 10월께 개최될 제17차 당 대회에서 재선출되고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물갈이한 후 2008년 8월 제29회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관계의 안정적 유지를 기대하고 있다.
제20차 남북 장관급회담의 공동 보도문과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 후 동향을 고려해 앞으로 있을 남북 회담과 행사를 날짜 순으로 정리하면 왼쪽 표와 같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빈번한 회담 개최와 함께 북한에 쌀과 비료를 지원하고 개성공단 1차 단지 1백만 평 분양, 경의선·동해선 연결, 이산가족 상봉, 6·15 남북 공동선언 7주년과 8·15 광복절을 계기로 있을 ‘통일 축전’ 등의 행사 열기를 8월15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로 몰고 가려 할 것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8·15 남북 정상회담에 응해도 2000년 6월14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현재의 직책’으로는 서울에 갈 수 없다고 한 점에 비추어 서울 답방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는, 상반기에 열차 시험운행이 이루어진다면 경의선 노선상에 있는 도라산역이나 개성, 금강산 또는 제3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3국이라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해군함대 사령부가 관리하는 루스키 섬이 될 것이라는 첩보가 있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 접수 마감일은 오는 8월31일이다. 그전인 광복절에 즈음한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주선하고, 12월5일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기대 일정과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대통령 선거 일정은 맞아떨어진다.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이 3월9일 당 자문기구인 국책자문위원회 주최 세미나에서 6월15일까지, 8월15일까지 및 12월19일까지로 나누어 남한의 좌파 진영과 북한이 함께 3단계 평화 공세를 펼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관계 당사자들의 정치적 입장과 이상의 남북 대화 일정에 비추어 타당하게 보인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만일 정치적 고려에서 남북 대화를 이용하려는 관련 당사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1971년 이후 지금까지 36년간 시작-중단-재개를 반복해온 남북 대화가 정파적 목적에 이용된 경우, 성과도 없었고 국민적 합의도 얻지 못한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음을 잊지 말기를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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