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의 기습'이 더 위험하다
  • 이은일(고려대 의과대 교수) ()
  • 승인 2007.03.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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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인체에 어떤 영향 미치나/ '건강 위협'은 증명 안 돼...기온 상승과눈 직접 관련
 

21세기를 새로운 희망으로 맞이했던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환경 재난을 겪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했는데 바로 이것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이라고 하는 데는 반대 의견도 있다.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느냐에 대한 논란도 있는데, 북반구와 달리 남반구에서는 온도 상승이 뚜렷하지 않고 남극 대륙의 빙하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만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될 수 없다는 데 대다수 과학자가 동의한다. 왜냐하면 이산화탄소 외에도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수 있는 더 큰 영향을 가진 많은 요인들, 즉 대기 중 수증기량, 구름, 대양에서 발산되는 온도, 태양 복사 에너지의 변화 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석연료 사용과 도시화에 의해 발생되는 먼지·메탄·산화질소 등이 이산화탄소보다 더 큰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을 줄이는 노력은 결국 대기 오염 물질을 감소시킴으로써 지구온난화 현상을 누그러뜨려 환경 재앙을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환경을 보존하고 가꾸는 일은 결국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은 산업혁명 전의 2백80ppm 수준에서 오늘날 3백50ppm으로 증가했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서는 3백70ppm 수준까지 올라간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수준이 인류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보고는 아직 없다. 이산화탄소에 노출되는 근로자들의 경우, 8시간 노출될 때 허용 기준이 5천ppm이고, 2천~3천ppm에 42일간 노출시켰을 때 호흡의 증가가 경미한 산혈증 등의 가벼운 증후만이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직접적으로 인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사용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에 의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 건강 위험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에 의한 간접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 현상과 마찬가지로 오존층 파괴는 지구적인 환경 문제이지만 지구온난화 현상과 오존층 파괴는 서로 관련된 현상이 아님에도 이것을 같은 현상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오존층 파괴에 의해 더 많은 자외선이 지구 표면에 도달함으로써 피부암을 비롯한 건강상의 피해를 일으키지만 이것은 지구온난화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는 상관없는 현상이다. 


폭염 늘면 급사·전염병 ‘비상’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지구온난화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데, 대기 온도가 평균적으로 약간 상승하는 것은 사람들의 건강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극단적으로 높은 온도를 보이는 경우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각 나라, 또 우리나라에서 여름철 고온(heat wave)으로 인해 노인들의 사망이 급증해 사회 문제가 되는 현상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비롯한 많은 매개 곤충을 증가시키고 바이러스와 세균의 증식을 촉진시켜 전염병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지구온난화가 잦은 홍수와 태풍을 일으키는 데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인류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결론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직접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온난화 현상을 초래하는 한 원인으로서 간접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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