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양보’로 역전 노린다
  • 김 행 편집위원 ()
  • 승인 2007.04.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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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대선 주자 8인의 ‘경쟁력·장단점·전략·미래’ 집중 분석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이 한나라당을 강타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도 합계가 70%에 이르고 있다. CBS의 3월26~27일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43.8%, 박근혜 22.2%로 합계 66%였다. 중앙일보 27일 조사에서는 이명박 42.5%, 박근혜 20.7%로 합계 63.2%. 두 후보의 지지율이 60~70%다.
반면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은 지리멸렬하다. CBS의 조사를 보면 손 전 지사 지지율은 9%대에서 7%대로 떨어졌다. 4위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3.8%다. 민노당 권영길 대표 2.0%, 김근태 전 의장 1.9%, 민노당 노회찬 의원 1.9%,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1.8% 순이다.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손 전 지사 7.4%, 강금실 전 장관 2.7%, 정동영 전 의장 2.4%로 나타났다. 도토리 키 재기다. 노대통령이 주목하는 한명숙·이해찬·유시민·김혁규 씨의 이름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탈당파 천정배 의원도 그렇다. 범여권의 자천 타천 대선 주자가 10명이 넘지만 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15%가 될까 말까다. 이런 상황이 벌써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수치로만 보면 대통령 선거는 이미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이들이 몸부림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선 출정식,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단식 등 지지율을 의식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목을 매고 중국으로, 개성으로, 금강산으로 부산하게 뛴다. 그래도 지지율이 제자리 걸음이다. 뿐만 아니다.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에 대해서는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실패의 책임을 지고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라는 압박이 더해지고 있다. 손 전 지사에 대해서도 ‘변절’을 이유로 출마 포기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과연 범여권은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선거 분석가들은 현 상황이 2~3개월만 계속되면 아무리 몸부림쳐도 뾰족한 수가 나올 수 없다고 분석한다. 2002년 ‘이회창 대세론’과 달리 이번에는 후보가 누가 되든 ‘한나라당 대세론’으로 굳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한마디로 총체적 위기다. 게다가 여권 통합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범여권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를 보면, 손 전 지사가 14.1%로 여전히 선두다. 그가 ‘변절’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음에도 정동영 전 의장 이하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워낙 미약한 탓이다. 정동영 9.7%, 강금실 8.0%, 한명숙 4.9%, 정운찬 4.1%, 이해찬 3.6%, 김근태 2.8%, 유시민 2.4% 등이다. 대신 ‘지지하는 사람 없다’가 무려 45.7%다. 무응답 3.8%까지 합하면 유권자의 절반인 50% 정도가 아예 여권 후보감으로 아무도 지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딱할 정도다. 여기에 범여권의 고민과 비극이 있다. 어차피 더 이상 새로운 인물이 나올 수 없다. 결국 지금 거론되는 후보들 중 누구 하나를 내세워 싸울 수밖에 없다. 범여권 주자들의 경쟁력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아직도 역전 드라마는 가능하고, 시간은 충분하다.
■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그는 여전히 범여권 후보 지지도 1위다. 최근 탈당 후유증으로 지지율이 급속히 위축되는 추세다. 그는 한나라당 탈당 1주일 후에 기자들과 만나 “솔직히 말해 참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술잔을 들어 “이 잔은 죽음의 잔”이라며 거듭 비웠다. “한나라당에서 남들이 하기 어려운 국회의원을 세 번 했고 장관에 도지사까지 했다. 진심으로 한나라당에 감사한다”라고도 했다. 탈당 회견에서 “군정 잔재와 개발 독재 시대의 잔재”라고 한나라당에 침을 뱉은 것과는 딴판이다.
그가 믿는 것은 ‘선진 평화 연대’이다. ‘수구 보수와 무능한 진보’가 아닌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를 주도할 탈이념적이고 합리적인 정치 세력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거물급 정치인과 현역 의원 등이 신당 깃발을 드는 것이 아니라 비정치권인 시민사회·문화계·종교계·재계 등 각계 오피니언 리더를 먼저 규합해 세력화한 뒤, 정치권 인사들은 그 뒤에 합류토록 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지역주의와 이념 대립 구도가 지배하는 국내 정치 환경에서 ‘중도’ 세력이 성공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또 제도 정치권의 반응도 싸늘하다. 사실상 그는 사면초가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을 배신했고 ‘단물만 먹은 정치인’이라는 손가락질을 벗어나는 일이 더 급해 보인다. 3월20일 KBS 조사에서 “대선에 나서지 말라”는 응답이 40.7%나 나왔다.
 
■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그의 컨셉트는 ‘평화 대통령’이다. 통일부장관을 지냈고, 기회만 있으면 남북 정상회담을 입에 올린다. 지난 3월28일 임동원·박재규 전 장관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을 개성에서 열자고 제의했다. 시기는 ‘8월까지’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가장 큰 수혜자가 자신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2005년 6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제의한 정상회담이 결실을 맺는다고 판단함직하다. 남북 해빙이 가시화되면 한나라당을 호전 세력으로 몰아붙여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이 주도하는 대선 구도를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가 지난 3월25일 사실상 대선 출정식으로 출범식을 치른 ‘평화경제 포럼’에도 ‘평화’가 들어 있다. 그러나 정 전 의장에게는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가 동시에 존재한다. 올 1월 고건 전 총리가 출마를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 고 전 총리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호남에서조차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는 열린우리당이 족쇄이자 기회일 수 있다. 김한길 의원 등 계보 세력이 대거 탈당했다고 하지만 머릿수로 따지면 아직 그가 최대 세력이다. 뭔가 도모해도 열린우리당에서 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노대통령과 직계들의 눈이 곱지 않다. 그렇다고 이제 탈당하기도 어렵다. 민주당은 그를 ‘변절자’로 낙인찍고 있다. 대선을 꿈꾸기 앞서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여전히 열린우리당 내 최대 주주인 그는 자신의 지분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세 대결을 통해서라도.
■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정동영 전 의장을 보면 김근태 전 의장이 보인다. 열린우리당을 이끌었지만 사실상 두 사람의 정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열린우리당 내의 입지도 불안하다. 지지율은 김 전 의장 쪽이 더 뒤진다. 그가 뒤늦게 ‘반(反) FTA 단식’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내각에 있었을 때는 아무 말 않더니 협정 체결이 임박하자 단식을, 그것도 시한부 단식을 선택한 모습이 너무 ‘속이 보인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가 민주당 분당 때,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못한 채 한 차례 시한부 단식을 거쳐 민주당을 탈당했던 모습과 오버랩된다. 태도를 바꿀 때마다 일을 벌인다.
그는 노대통령과 자주 대립해왔다. 노대통령이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반대하자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라고 받았고, 앞서 2003년 자신의 ‘경선 자금 양심 선언’에 노대통령이 “김의원 고백은 웃음거리가 됐다”라고 하자, “노대통령의 그 말이 웃음거리”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도 노후보 지지 대신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다. 노대통령에게 그는 진골이 아닌 것이다.
김 전 의장은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단 한번도 3%를 넘어본 적이 없다. 여당 대표까지 지낸 중진으로서는 부끄러운 기록이다. 그 대답은 바로 ‘반 FTA 단식’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 그의 단식과 관련해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정수기, 전기 시설, 난방기, 방명록, 외제 무선 주전자, 화분, 보조 텐트까지 준비된, 술만 없지 모든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봄맞이 단식”이라고 비웃었다. 그는 장관 재임 중 ‘FTA 반대 집회’를 우려해 담화문에 서명까지 했다. 명분을 중시하는 듯하면서도 끝까지 버텨내지 못하는 유약함은 그가 넘어야 할 장벽이다. 그의 뜻대로 농민 표 등 FTA 반대 표를 챙길 수 있을지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한명숙 전 총리는 노대통령의 각별한 배려를 받고 있다. 총리로 기용된 것도 그렇지만 총리직을 그만두고 당으로 돌아갈 때도 “역대 최고의 총리”라는 찬사를 등 뒤에 붙여주었다. 차기 대권 경쟁 대열에 합류시켰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 한 전 총리가 3월29일 갑자기 “노심(盧心)에 일절 구애받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노대통령과 선을 그었다. “다음 대통령은 현 대통령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며, ‘노심’에 기대려는 사람은 대선 주자가 될 자격이 없다”라고도 했다. 의외다. 그녀의 말대로 ‘참여정부를 극복·발전해나가겠다’는 얘기다. 그녀의 선 긋기는 ‘노무현 후계자’로 지목되는 순간 지지율이 더 하락하는 현재의 분위기를 고려한 선택일 수 있다.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뒤 측근들을 중심으로 전략팀을 만든 결과물이 이렇게 나타났는지 모른다.
한 전 총리의 경쟁력은 상대적이다. 그녀를 이명박 전 시장의 대항마로 보는 시각은 적다. 박근혜 전 대표 킬러라는 것이 여권 내 분위기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박 전 대표와) 비교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거꾸로 돌리는 퇴행의 역사가 아니라 남북 통합을 통해 선진적 대통합을 이끌어내는 비전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독립 변수가 되겠다”라고 했다. 박 전 대표를 정조준한 발언이다. 한 전 총리의 남편은 좌익 활동으로 오랫동안 감옥 생활을 했다. 대선 후보의 가족사로는 마이너스가 될 법도 한 사연이다. 그런데 한 전 총리 특유의 부드러움이 이를 극복하고 있다. 더구나 그녀는 남북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이런 아픔까지 긍정적 변수가 되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욕심을 완전히 버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범여권의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참여 가능성이 논의되자 “내가 치어리더냐”라고 발끈할 때는 현실 정치를 차갑게 바라보는 듯한 자세다. 그녀는 최근 펴낸 <서른의 당신에게>라는 책에서 ‘나이 오십이 되어 돌이켜보니 산다는 것은 모든 걸 다 헤아리고, 방어하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는 것일 뿐’이라고 담백하게 토로했다. 올해 만 50세인 그녀가 돌아본 여자의 인생이다. ‘그냥 사는 걸’ 즐긴다면 그에게 대권의 길은 없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오늘에 충실하라)가 그녀의 인생관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정치권으로부터 한 걸음 비켜서 있는 듯한 모습, 이것이 그녀만의 매력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강 전 장관은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지지도도 꾸준하다. 인기를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일에는 어느 누구보다 초연한데도 그렇다. 별명이 ‘강효리’다. 얼마 전 방송 인터뷰에서 정치 재개 여부와 관련해 “법무부장관 취임이나 서울시장 선거를 겪고 나서 개인적으로 다짐하는 부분은 스스로 전체 상황을 끌고 갈 수 있고 그 정도로 본인 중심에서 계획을 세워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일단 결심하면 밀어붙일 수도 있다는 뉘앙스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서울시장 선거 때 열린우리당에 남아서 정치 발전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말을 하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라고 답했다. 아직 뭔가 정해진 게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강 전 장관이 결심할 경우 대중 인지도나 인기도에서는 한 전 총리보다는 더 파괴력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 이해찬 전 국무총리
‘평화’ 컨셉트는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과 같다. 그러나 그는 두 사람이 없는 것을 가졌다. 노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과 지원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을 타진하고 돌아온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귀환 직후 노대통령에게 특별 보고도 했다. 그런 그가 조만간 2차 방북한다는 소식이다. 그를 수행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이 “중국에서 북한측 인사를 만나 이 전 총리의 2차 방북 일정을 확정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정 공개는 거부했다. 이 전 총리를 중심으로 남북 관계에 비상한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평화 세력’을 자부하는 정동영·김근태 두 사람으로서는 신경 쓰이게 되었다.
이 전 총리 주변에서는 “골프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대권 주자로 떴을 것”이라는 말들을 자주 한다. 이 전 총리가 비리 의혹에 휩싸인 인물들과도 골프를 치고, 산불 비상 시국에도 골프를 즐기는 바람에 낙마한 일을 개탄하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신임을 감안한다면 총리로도 ‘롱런’하는 것은 물론 경쟁자 없는 대권 주자로서 자리 매김했을 수 있다는 아쉬움의 토로이다. 그렇다고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노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하고, 노대통령은 이 전 총리 같은 ‘성골’을 후계자로 만들기 원한다. 그가 2차 방북 등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평화’를 들고 나올지 주목해야 한다. 현재의 보잘것없는 지지도는 문제가 아니다.
■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그는 최근 기자들에게 “노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라는 말도 했다. 노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한 뒤 다시 국회로 돌아갈 것이며, 12월 대선에는 나갈 의사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그의 말을 정직하게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대통령에 의해 어떤 형태로든 대선에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여전히 열린우리당을 탈당하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탈당을 요구하는데도 “내 발로 걸어나가지 않겠다”라면서 버텼다. 노대통령도 “당적을 정리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그를 감쌌다. 왜 노대통령이 유장관을 당에 남겨두었을까? 유장관은 청와대 밖의 ‘노대통령 경호실장’이다. 군신 관계가 아닌 정치적 동업자다. 노대통령에게 가장 믿는 인물을 말하라면 주저 없이 유장관을 꼽을지 모른다. 열린우리당이 집단으로 반발했어도 그를 장관에 기용한 노대통령이다.
유장관은 연설도 노대통령을 빼닮았다. 사자후를 토하는 모습이 그렇다. 언변도 좋다. 호전적이다. 머리도 좋다. 노대통령의 이념과 노선, 기질까지 승계할 수 있는 인물은 그뿐이다. 현재의 지지율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노대통령은 자신의 개혁 정신·이념·노선·철학만 이을 수 있다면 ‘야당’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다. 유장관은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99%”라고 했다가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그가 대선에 나선다면 단 1%의 가능성을 99%의 가능성으로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하다.
■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대선 출마를 결심하지 않았다”라고 말하지만 발은 이미 들여놓았다. 그가 ‘서울정책재단’이라는 정치 단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서울정책재단은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한 서울대 출신 ‘386 운동권’의 조직이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 사무실을 얻어 1주일에 1~2회씩 전직 장관 출신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하고 정 전 총장에게 정치적 자문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최근 출간한 공동 수필집 <아버지의 추억>이라는 책에서 ‘나를 만든 네 분의 아버지’라는 글을 통해 ‘중학교 2학년 어느 날, 내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우리 집안에 3대째 정승이 끊겼다’는 어머니의 한탄을 들으며 자란 나는 막연히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답했다’라고 적었다. 관직이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관직의 최고봉인 대통령을 목표로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만 그가 아무리 성공한 경제학자이자 대학 총장 출신이라지만 1~2%대의 지지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미지수다.

범여권에서 거론되는 대선 주자는 더 있다. 경남도지사 출신 김혁규 의원, 박원순 변호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이다. 민주당에서는 조순형 의원이 오르내린다. 이 가운데 박변호사와 조의원은 대선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김의원은 의욕적이다. 문사장도 ‘이명박 대항마’를 노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언제나 그렇듯 선거판이 조그맣게 보이는 이런저런 인물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아무튼 현재 자천 타천 거론되는 범여권 예비 주자들의 지지율은 모두 합쳐야 겨우 15%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새로운 인물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수는 없다. 결국 이들 중 한 사람이 주자가 될 것이다. 70% 대 15%의 싸움이다. 범여권 통합도 산 넘어 산이다.
지지부진한 범여권 통합과 지리멸렬한 범여권 후보들. 그래서 역설적으로 더 뭉칠 수도 있지 않을까? 막판의 ‘아름다운 양보’라는 정치적 구호를 내세워…. 선거는 ‘감동’이 있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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