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수용소 ‘부시의 감옥’ 되는가
  • 조재민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4.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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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용의자 고문 의혹 다시 불거져 여론 ‘발끈’

 
관타나모에 감금된 모하메드라는 이슬람교도가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자신이 9·11을 주모했고 그 수용소 밖에서도 미국인을 상대로 많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 수용소를 관장하는 중앙정보국(CIA)은 그것 보라는 듯 의기양양했다. 관타나모가 있었기에 값진 수사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여론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수사관들이 자랑하는 심문 결과가 고문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결론을 미리 내놓고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냄새가 난다. 발표문에는 고문을 받았다는 피의자의 주장이 누락되었다. 그만큼 수사의 신뢰도가 떨어졌다. 무엇보다 수감자의 신분에 관한 정의부터 말썽이다. 이곳에 수감된 9·11 테러 혐의자들은 제네바 협정에 규정된 ‘적’으로 분류되지 않고 ‘불법 전사’로 간주된다. 따라서 합법적인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고문을 통해 자백을 강요당한다. 9·11 테러 혐의자에 대해서는 제네바 협정상 대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논리다.
이런 억지가 통할 리 없다.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여론도 들끓는다. 미국이 테러범을 색출하기 위해 또 다른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국무부, 의회, 우방 정부 수뇌들 그리고 미국민들이 불법 행위를 중단하라고 아우성이다. 관타나모가 미국의 대의를 선양하기는커녕 정의와 인권의 수호자로서 미국 이미지를 망친다는 것이다. 관타나모의 악명을 높인 럼스펠드의 뒤를 이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취임하자마자 현지를 시찰했다. 그는 관타나모에서의 재판을 세계가 합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수용소를 폐쇄하고  수감자들은 미국으로 데려와 미국 내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부시에게 건의했다.
부시 대통령, 국방장관의 ‘폐쇄’ 건의 묵살
부시는 거부했다. 대신 그가 그토록 신뢰하는 딕 체니 부통령과 곤살레스 법무장관의 편을 들었다. 사실 관타나모는 체니의 작품이다. 곤살레스는 수용소 체계에 이론적 토대를 만든 사람이다. 부시가 이들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처음부터 예상되었다. 부시와 측근들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언젠가 자신들이 불법 행위를 했다는 역사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 관타나모를 폐쇄하면 테러와의 전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부시가 게이츠를 기용한 것은 관타나모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다. 눈치 없는 게이츠가 부시의 내심을 몰라보고 수용소 폐쇄를 건의하는 바람에 부시는 머쓱해졌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도 관타나모의 운영 방식에 반대하는 편이다. 이들은 모하메드가 고문을 받은 것으로 믿고 있다. 부시는 수감자 심문을 기밀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고문을 받았다는 모하메드의 주장을 보고서에 수록할 수 없다고 우긴다. 논리야 어떻든 관타나모는 미국의 치부가 되고 말았다. 테러범을 색출한다는 목적이 아무리 정당해도 그 수단 또한 정당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은 피의자 신문에도 적용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3월25일자 사설에서 관타나모가 ‘부시의 감옥’이 되었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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