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의 스승은 히딩크다?
  • JES 제공 ()
  • 승인 2007.04.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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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프로그램 훈련 강행+절묘한 작전+정신력=기적’ 공통점 지녀
 
이것이 현실일까. 박태환이 마지막 50m 구간에서 갑자기 치고 나가 우승을 확정 짓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아시아인에게는 불가능한 벽처럼 보였던 수영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우승의 꿈이 이루어졌다. 3월25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아레나 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백m 결승에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양손을 번쩍 들어 올린 주인공은 한국의 18세 소년 박태환(경기고)이었다.
월드 스타로 꼽히는 선수들은 대개 키 1백90㎝ 이상의 장신이지만 박태환은 1백81㎝로 수영 선수치고는 단신이다. 게다가 한국은 수영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만 14세11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국가 대표 자격을 얻었던 박태환은 단 3년 만에 세계 정상에 섰다. 불가능한 꿈이 현실로 나타난 순간이었다.
과연 이런 일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박태환은 지난 1월29일부터 전담 팀(감독·트레이너·물리치료사·훈련 파트너)을 구성해서 괌과 호주를 돌며 전지 훈련을 실시했다. 세계 정복은 박석기 감독의 막판 스퍼트 작전과 더불어 탄탄해진 근육에 그 비결이 있었다.
박태환이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백m 경기에서 초반 50m 반환점을 터치했을 때 기록은 26초19였다. 그런데 마지막 50m 구간의 기록은 이보다 더 빠른 26초06이었다. 박태환은 믿을 수 없는 막판 스퍼트로 마지막 50m 구간에서 자신보다 앞선 3명을 단숨에 제쳤다. 박석기 감독은 “마지막 역전 시나리오는 작전이었다. 이에 맞게 스트로크를 조절해서 훈련했다”라고 밝혔다.
박태환은 자유형 4백m에서 초반 50m 구간에 레인 스트로크 횟수(50m를 가는 동안 팔을 휘젓는 수)가 28회였다. 이후 50m를 지나 3백50m까지는 32회를 유지했다.
그리고 마지막 50m 구간에서는 스트로크가 38회로 늘어났다. 박감독은 “4백m 전구간에서 오른손과 왼손(스트로크 2회)에 킥은 6번을 했다. 초반에는 힘을 비축했다가 마지막 구간에서 스트로크 횟수를 늘리면서 폭발적인 스피드가 나온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수영에서 단거리는 스트로크 2회당 6회의 킥을 하는 것이 보통이고, 장거리에서는 4회 정도로 줄어든다. 박태환은 장거리인 1천5백m에서 단거리보다 더 놀라운 막판 스퍼트를 선보인 바 있는데, 이는 스트로크 횟수를 늘리는 동시에 킥의 횟수도 늘리기 때문이다.
박태환의 경우 막판에 폭발력을 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코칭스태프는 오히려 초반과 중·후반까지의 페이스 유지가 과제라고 설명한다. 박감독은 “1천5백m에서도 레인 스트로크 32회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태환은 지난 2개월여 동안 김기홍 박사(대한운동사회 책임연구원)에게 체계적인 근육 트레이닝을 받았다. 김박사는 “지난 1월 처음 박태환을 봤을 때는 너무 오랜 기간 운동을 쉰 상태였다. ‘얘가 정말 아시안게임 3관왕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라고 밝혔다. 박태환은 아시안게임 직후 감기 몸살 때문에 운동을 아예 못한 데다 노민상 감독과 결별하고 새 코칭스태프를 찾는 등 가슴앓이를 했다.
세계선수권 대회를 고작 2개월여 앞두고 김박사는 과감하게 ‘근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두었다. “근력 훈련에 집중하다 보면 수영 기록이 잘 안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먼저 근력을 키우고 대회 2주일 전부터는 근육 훈련 대신 본격적인 수영 훈련에 들어가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마치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이 평가전에서 졸전을 거듭하면서도 파워 프로그램(셔틀런 등을 통해 심폐부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선수들의 기본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던 것과 비슷하다.
김박사는 “수영에서는 근지구력이 가장 중요하다. 근력과 근비대를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은 최대 근력의 85% 선에서 훈련한다면 근지구력은 최대 근력의 50~60% 수준을 쓴다”라고 설명했다.
처음 훈련을 시작한 2월 초에 턱걸이를 6개밖에 못했던 박태환은 대회 2주일 전에는 17개까지 늘었으며 팔굽혀펴기는 63개까지 할 정도로 근력이 향상되었다. 3개월 만에 ‘몸짱’으로 변신한 것이 당연했다.
김기홍 박사는 “박태환은 근력을 타고났다기보다 근육의 피로 회복 능력이 탁월하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회복력과 근지구력이 좋기 때문에 장거리에서 기량이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열정과 승부욕이 박태환의 최대 장점
그런데 동시에 단거리에서 통하는 순간 최대 근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단거리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다. 김박사는 “육상으로 치면 100m와 마라톤을 동시에 잘하는 것인데, 비결은 박태환의 근력이다. 막판에 놀라운 스피드를 낼 수 있는 것도 근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박사가 가까이에서 지켜본 박태환은 어리지만 집중력과 승부욕이 남달랐다고 한다. 장거리에서 괴력을 선보이는 박태환 역시 “1천5백m 경기를 할 때 1천2백m 지점을 지나면 죽을 것 같다”라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정신력과 승부욕만은 세계 최정상이다. 김박사는 “수영은 물론이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도 운동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운동 안 할 때는 어리고 재미있지만 실전에 임하면 눈빛이 달라진다. 남자인 내가 봐도 반할 정도다. 함께 훈련한 스태프는 태환이가 괴물 같은 선수라는 것을 다 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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