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자의 손이 되니 날개 돋친 듯 팔리네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4.0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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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 위한 제품·업종·산업 '현주소'

 
양팔, 두 다리가 없는 일본 장애인 오토다케 히로타다 씨(30)가 최근 초등학교 교사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장애인 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다. <오체불만족> 저자이기도 한 그가 지난 2월 통신교육으로 교원 시험에 합격해 교단에 설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장애인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의 성공 요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끈질긴 정신력에다 장애인을 위한 일본 사회의 제도적 뒷받침과 첨단 보조 장비가 그것이다. 특히 장애인용 장비는 중요한 버팀목이 되었다. 잘 때를 빼고 늘 타고 다니던 전동 모터 휠체어와 장애인용 컴퓨터가 양팔과 다리 역할을 해 홀로 서기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처럼 장애인 장비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고 있다. 각종 용품과 기기는 물론 다양한 업종과 산업들이 장애인들의 ‘손 발 노릇’을 하고 있다. 의수·의족·목발·휠체어·보청기·전자 지팡이·점자 등은 기본이다.
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제품은 이동 장비.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지난해 9월 내놓은 이지 무브 카(Easy Move Car)와 장애인용 버스가 눈길을 끈다. 이지 무브 카는 기존 차에 휠체어 슬로프·휠체어 리프트·전동 회전의자 등을 달아놓은 승용차다. 장애인이 타고 내리기 쉽게 설계된 것으로 2005년 4월 ‘복지차’라는 이름으로 개발되어 1년 만에 시판된 차다. 로체·그랜드 카니발·스타렉스에 장애인용 장치를 달아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까지 5백억원을 들여 이지 무브 카 기능을 10개 차종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의 장애인 버스도 큰 인기다. 37인승으로 리프트 전용 출입문을 달아 내부 활용 공간을 최대한 넓혔다. 리프트가 화물칸에 들어가도록 하는 차체 일체형이다. 현대는 특수학교·재활 병원·사회복지 단체 등에서 수요가 늘고 있어 판로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장애인용 차 전문 개조·납품 회사 ‘호황’


자동차 회사와 손잡고 장애인용 차를 전문적으로 개조해 납품하는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충남 예산군 고덕면에 있는 오텍은 각종 특수 차량을 생산·판매 중이다. 지난 3월 초 서울시에 납부한 장애인 콜택시 50대도 이 회사가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 시트를 이용해 경사로를 타고 올라가는 슬로프 방식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차에 쉽게 탈 수 있도록 개량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의 경우 장애인 차 시장이 한 해 2만5천여 대가 될 정도로 크다”라며 판매 전망을 밝게 점쳤다.
충남 보은군 내북면에 있는 (주)케어라인은 장애인용 전동 스쿠터를 내놓고 있다. 이 회사는 스쿠터 한 품목으로 미국 시장의 25%, 세계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작지만 강한’ 장애인용 장비 생산 회사다. 타이완과 중국 제품이 수입되기 전 국내에 공급된 전동 스쿠터 10대 중 9대가 이 회사 제품이었을 만큼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한 해 4만 대를 16개국에 수출하면서 전동 휠체어, 장애인 목욕 보조 기구(베스리프트)와 골프 카트(프로캐디)도 잇달아 개발해 장애인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동 장비 못지않게 시각장애인과 자폐아를 위한 기기 개발도 줄을 잇는 추세다. 에이디정보통신의 보이스 아이, 마름모소프트의 시각장애인용 SW 진단 평가 서비스, 유비큐의 키즈 보이스 등 신제품들이 고객을 맞고 있다. 보이스 아이는 ‘소리를 통해 본다’는 뜻으로 출판물에 인쇄된 텍스트 정보를 압축해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수 스캐너를 갖다 대면 TTS(Text to Speech) 장치를 통해 문자를 음성으로 바꿔 읽어준다. 글자를 읽기 어려운 저시력자와 노년층, 글을 깨우치지 못한 문맹자도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샘터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인터넷 장애인신문사(에이블뉴스) 등이 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이 제품은 법원 판결문, 소리로 듣는 졸업장(대구대)에도 접목되어 시각장애인들에게 고마움과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키즈 보이스는 자폐와 정신지체로 의사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의 대체 의사소통 기기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3천2백여 개 어휘를 나타내는 그림 기호를 화면에 띄우고 장애인이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조작해 의사를 전하도록 만들어진 장치라고 보면 된다. 힘스코리아가 개발한 센스뷰 역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제품으로 유명하다. 저시력자가 신문·책 내용을 원하는 배율로 키워 편히 볼 수 있는 독서 확대기의 하나로 노인층도 많이 찾고 있다.
손가락 장애인을 위한 컴퓨터도 나와 있다. 보조 공학 기기인 스마트 네이브와 마우스 스틱이 딸려 있어 지체장애인들이 쓰는 데 불편함이 없다. 스마트 네이브는 손을 사용할 수 없어 키보드와 마우스 작동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위한 장비다. 안경이나 모자, 이마에 붙여놓은 반광(反光) 스티커 움직임을 적외선 센서가 읽어 마우스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또 △소리를 이용해 간단한 신호만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헤드 마우스 △청각장애인용으로 자막 방송을 실시간 중계하는 컴퓨터 속기 기기 △유비쿼터스 기술을 이용한 길 안내 시스템 △저시력 장애인용 키보드 입력 도우미 기기도 장애인을 돕고 있다.
장애인용 장비와 용품들은 2004년 세워진 경기도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산재의료관리원 재활공학연구소·보훈병원 보장구센터가 중심이 되어 개발하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집게, 손을 전혀 못 쓰는 사람을 위해 컴퓨터 화면상의 커서 조정용 왼쪽 발판과 클릭용 오른쪽 발판으로 만들어진 스탠드 마우스 등 수백 종류가 나왔거나 시험·개발 중이다. 누워서도 소변을 볼 수 있는 소변 흡입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을 침대나 바닥에서 1m쯤 끌어 올려 휠체어에 앉히는 장치(천장 고정식 간편 호이스트) 등 장애인들이 발명한 제품도 꽤 있다.
이 밖에 SK텔레콤의 청각장애인 전용 영상통화 장치, 삼성전자의 시각장애인용 휴대전화 및 MP3, 한국위치정보의 위치 추적기(지상파LBS 마이폴)도 장애인들을 겨냥한 것으로 관련 제품들과 시장이 꾸준히 커지면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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