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유익한 '착한 소금, 나쁜 소금'
  • 최 환 (한국소비자원 시험검사국 화학섬유팀장) ()
  • 승인 2007.04.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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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재제염 등 제조 방법에 따라 종류 다양...공업용은 인체에 유해...값비싼 '귀족소금'도 맹신 말아야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 불감증은 아직도 심각한 수준이다. 후진국형 식품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업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일부 업체의 부도덕한 의식이 가장 문제이다. 소금은 특히 우리 일상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것 중 하나이다.
소금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으로 무색 투명한 결정이다. 백색 결정성 분말인 나트륨(Na)과 염소(Cl)의 화합물로서 녹는 점은 8백℃이다. 해수에 약 2.8%가 함유되어 있으며, 암염(岩鹽) 형태로 광산을 형성하기도 한다. 1차로 만들어진 소금을 원염(原鹽)이라고 하며 광물처럼 땅속에서 채굴하는 암염, 바닷물을 증발시킨 천일염(天日鹽) 및 화학적 방법으로 만드는 조제염 등이 있다. 원염은 가공 방법에 따라 꽃소금, 구운 소금, 맛소금, 죽염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먹는 소금, 어떤 것들이 있나


암염: 암염은 염분을 많이 포함했던 호수에서 물은 증발하고 소금만 남아 지층이나 암석을 이룬 형태이다. 채굴을 통해 생산되며 세계 총수요량의 3분의 2를 충당하고 있다. 염도는 보통 90% 이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이스라엘의 사해(死海)를 들 수 있으며 독일·영국 등 유럽과 미국에서 생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조각·장식용으로 소량 수입되고 있다.
천일염:바닷물에 녹아 있는 염분을 햇볕에 건조시켜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서남해에서 주로 생산된다. 염화나트륨이 80% 이상이며 굵고 반투명한 육각형의 결정을 이루고 있다. 마그네슘염 등의 불순물이 함유되어 있어 흡습성이 있으며 약간 쓴맛이 난다. 채소·생선을 절이거나 간장을 담글 때 주로 사용된다. 현행 국내법은 천일염을 광물로 분류해 산업자원부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하루바삐 식품으로 분류해야 한다.
재제염(再製鹽): 재염(再鹽)이라고도 한다. 거칠게 만들어진 천일염을 물에 녹인 후 여과하면서 불순물을 제거한 소금이다. 바닷물을 재결정시킨 것으로 입자가 작고 백색을 띤다. 염화나트륨의 순도를 88% 이상으로 높인 것으로 마그네슘염이 제거되어 흡습성은 적다. 고추장을 담그거나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사용되며, 보통 ‘꽃소금’이라고 부른다.
가공염: 천일염이나 재제염을 볶음·태움 등의 방법으로 가공한 것이다. 향신료나 화학조미료 등 식품첨가물을 넣은 맛소금, 볶은 소금, 구운 소금, 죽염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정제염: 바닷물을 전기 분해해 미세한 구멍을 가진 이온수지막(이온교환막)에 통과시키면 나트륨 이온(Na+)과 염소 이온(Cl-)은 투과되고 마그네슘·칼슘과 같은 이온류와 납·아연·비소 같은 중금속들은 막을 통과하지 못한다. 이렇게 얻어낸 순도 높은 염화나트륨의 결정체가 정제염이다. 순도 99% 이상으로 기계 공정을 거쳤기 때문에 기계염 또는 화학 소금이라고도 한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값이 저렴해 식품회사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불순물 처리 과정에서 몸에 좋은 미네랄 성분도 함께 제거되어 다른 소금에 비해 영양 면에서는 좋지 않다. 정제염에 MSG(글루타민산나트륨)를 첨가해 감칠맛이 나게 만든 소금을 맛소금이라 한다. 맛소금은 요리의 마지막에 간을 맞추거나 다른 양념 없이 소금만으로 맛을 낼 때 쓰인다.


공업용 소금과 식용 소금의 안전성


 
소금 섭취는 모자라도 좋지 않고 지나쳐도 좋지 않다. 소금은 인체의 기본적인 필수 성분으로 생리 작용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요소이지만 많이 섭취하면 해롭다. 좋은 소금이란 소금에 함유되어 있는 중금속이나 불순물이 함유되지 않은 안전한 소금이라고 할 수 있다. 소금에는 염소·구리·나트륨·마그네슘·비소·납·아연·황산마그네슘 등 80여 종의 성분이 들어 있다. 반면 우리 몸에 유익한 미네랄 성분이나 몸에 해로운 중금속 등 불순물도 함유되어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수입 및 국산 소금 30종(천일염 10종, 가공염 11종, 재제염 9종)을 시험한 결과 납이 19종에서 0.02~0.39ppm, 카드뮴이 0.01~0.02ppm, 수은이 0.04ppm 검출된 바 있다. 법정 기준치 이하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천일염이 주로 생산되는 우리나라 서해안에는 인구 밀집 지역, 공업 단지가 집중되어 산업 폐기물과 생활 하수가 많이 흘러들고 있다. 또 중국으로부터 오염 물질이 다량 유입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바닷물을 이용해 생산된 소금이 중금속 등의 유해 물질에 오염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따라서 안전한 소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닷물 오염을 막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럼에도 식용으로 사용되는 천일염이 현행법상 광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수입 소금의 경우 장류·절염 등에 넓게 사용되고 있으나 광물로 분류되어 있는 탓에 식품위생법상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유통 중이다. 다만 가공용 소금(재제염·볶은 소금·죽염 등)만이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고 있을 뿐이다.
특히 영업 이익을 우선시하는 일부 업체와 음식점들의 부도덕한 의식도 문제이다. 수입 소금을 국내산으로 둔갑해 유통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게다가 불순물이 많아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소금, 즉 가공소다 가공 공장 등에서 생성되거나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 염을 천일염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40% 정도의 싼 가격에 식용으로 사용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런 부산물 염은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해 성분이 포함될 수 있어 식용으로는 불가하고 공업용으로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는 주로 피혁 공장이나 테니스코트 살포용 등으로 쓰이고 있다.
죽염은 1987년 인산 김일훈 선생의 신약이란 책을 근거하여 인산죽염을 만들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1990년대 들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으로 100여 개 업체가 난립해 비슷한 모방 제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죽염은 천일염을 대나무에 넣고 황토로 입구를 막은 후 장작불로 총 9회를 굽고 9회째는 1천4백℃ 이상의 고온에서 구운 것을 말하지만, 업체에 따라 굽는 방법이 동일하지는 않다. 업체와 죽염 옹호론자들은 죽염이 난치병을 치료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의학자들은 소금과 동일한 물질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국립보건안전원은 1994년 죽염에 대해 “소금과 성분·약리 작용 등이 동일하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웰빙 열풍을 타고 저나트륨 소금과 함께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고 선전하는 이른바 ‘귀족 소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저나트륨 소금은 고혈압·심장병·뇌졸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나트륨을 줄이는 대신 짠맛을 유지하기 위해 염화칼륨을 첨가한 소금이다. 일반 소금의 나트륨 함유량이 88% 이상인 데 비해 저나트륨 소금은 30~60% 수준으로 나트륨 함량이 적다. 그러나 저나트륨 소금 속에 들어 있는 염화칼륨은 대부분 신장을 통해서 배출되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가 많이 섭취하게 되면 체내 혈중 칼륨 농도가 높아져 호흡 곤란·가슴 통증·심장마비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신장병 치료제로 혈중 칼륨 수치를 높일 수 있는 약제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신장병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의사와 상의한 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백화점 등에서는 이른바 ‘귀족 소금’이라고 불리는 제품들이 일반 소금의 50~60배(100g에 1만원 안팎)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주로 일본·프랑스·미국 등에서 수입된 소금으로 몸에 좋은 마그네슘·칼슘의 함유량이 풍부하다고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소금에서 미네랄 성분을 섭취하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며, 이는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상술에 불과하다. 소금에서 미네랄을 섭취하려다가 오히려 소금의 섭취량만 증가시켜 인체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미네랄 및 각종 영양소는 비타민이나 고구마·우유 같은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하며 소금으로 해결할 수 없다.
소금을 단지 값이 싸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만으로 인식하고 소비자의 무관심 속에 방치한다면 소금의 중요성과 활용도를 생각할 때 그 피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생활에 필요한 ‘소금 상식’


 
● 온도가 높아질수록 짠맛이 약해지므로 식혀서 먹을 음식은 약간 싱겁게 간을 하는 것이 좋다.
● 설탕만 넣는 것보다 소금을 약간 넣으면 단맛이 강해진다. 설탕과 0.2% 정도의 소금 비율에서 단맛이 최고가 된다고 한다.
●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 때 표면에 소금을 뿌리고 구우면 표면만 빨리 굳어져 체액 유출이 줄어드는데, 이것은 소금의 단백질 응고 작용 때문이다.
● 세균 중에는 낮은 농도의 소금물에서 잘 번식하는 것도 있어 음식물의 부패를 예방하려면 소금물 농도가 12% 이상 되어야 한다.
● 소금은 효소 작용을 억제시킨다. 깎은 사과에 소금물을 묻혀 변색을 막는 것이 좋은 예다.
● 얼음과 소금을 3 대 1의 비율로 섞으면 온도를 영하 18℃까지 낮출 수 있어 유사시 음식물을 얼리는 데 활용하면 좋다.
● 싱겁게 먹는다고 소금 섭취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짜게 조금 먹는 경우보다 싱겁게 많이 먹는 경우의 소금 섭취량이 오히려 많을 수 있다. 한국인의 1일 평균 염분 섭취량은 15~20g으로 서양과 일본보다 2~3배 많다고 한다. 특히 혈압이 높은 사람은 일상 생활에서 염분 섭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 땀을 많이 흘리고 갈증을 느끼는 원인은 수분 부족에 따라 혈액의 염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서 오는 느낌이다. 이 경우 염분을 보충한다고 소금을 먹으면 농도가 더 짙어져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갈증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이때는 물을 많이 마시라.
● 칼륨은 나트륨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야채(근대·쑥갓·표고버섯·마늘·시금치), 콩류, 팥,  녹두, 전지분유, 곶감, 건포도 등에 칼륨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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