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 타법' 대단하네
  • JES 제공 ()
  • 승인 2007.04.16 10: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병규, 수 싸움 없는 '공 보고 공 치기'로 일본 적응 합격점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의 ‘적토마’ 이병규(33)가 2007 시즌을 힘차게 뛰고 있다. 올해 일본에 진출한 이병규는 시즌 개막과 함께 맹타를 터뜨리며 이승엽(31·요미우리)과 함께 한국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병규는 4월10일 현재 10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5푼(40타수 14안타) 5타점 3득점을 기록 중이다. 개막전부터 9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는가 하면 일본 야구에 적응하는 데 고생할 것이라는 예상을 무색케 하고 있다.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 정하고 적극 공격


 
이병규의 자유분방한 성격과 성격 그대로인 타격 스타일이 일본 무대 적응을 돕고 있다. 이병규는 LG 트윈스 시절부터 ‘마구잡이’ 또는 ‘잡식성’으로 유명했다. 볼이더라도 자신이 노린 타이밍에 공이 들어오면 공격적으로 휘둘렀다. 특히 스트라이크존에서 아래 위로 공 1~2개(7~14㎝) 정도 빠지는 어이없는 공도 잘 쳐냈다.
이병규의 타격 스타일은 보통의 선수들이 투수와의 수 싸움을 통해 구질을 예측해 노려치기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공 보고 공 치는’ 스타일이다. 일본에 진출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넓은 스트라이크존을 그려놓고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병규는 “스트라이크존에 얽매이기보다는 보이는 공을 치다 보니 잘 맞고 있다”라고 호타의 비결을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스트라이크존에 차이가 조금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원래 스타일대로 타격한다는 뜻이다. 일본의 스트라이크존은 우리보다 좌우 폭이 좁은 대신 위 아래가 조금 넓다. 이병규는 요미우리와의 3연전을 앞두고 “주위에서 일본 야구에 잘 적응할지 걱정하는데, 적응이라는 말 자체가 내게는 도움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겠다는 의미다.
과거 국내 야구에 ‘호세 효과’가 있었다. 호세가 1999년과 2001년 롯데에서 뛸 때 호세 다음 타순 타자들의 성적이 급격히 상승한 것을 말한다. 1999년 마해영(LG)은 타율 3할7푼2리 35홈런 1백19타점으로 폭발했다. 그 전 해의 타율은 2할9푼2리 15홈런 64타점이었다. 2001년에는 조경환(SK)이 호세 뒤에서 26홈런과 1백2타점으로 후광 효과를 얻었다.
 
이병규는 중견수 겸 5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이병규 앞에는 4번 타자 타이론 우즈가 있다. 두산에서 뛰던 바로 그 ‘흑곰’ 우즈다. 우즈는 지난해 센트럴리그 홈런(47개) 타점(1백44개) 2관왕을 차지한 거포. 2003년과 2004년에는 2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다. 우즈는 4월10일 현재 센트럴리그 홈런 공동 1위(5개) 타점 2위(11개) 타격 8위(0.344)를 달리고 있다.
상대 투수들은 우즈와의 정면 승부를 꺼리게 된다. 그러나 5번 이병규마저 건너뛸 수는 없다. 이병규와는 정면 승부를 하는 편이고 또박또박 안타를 쳐낼 기회가 많아진다. 4월8일 요코하마전에서 상대는 7회 1사 1·2루에서 우즈를 고의 4구로 거르고 이병규와 승부했다. 이병규가 보란 듯이 중전 안타로 타점을 올린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리그 최고의 클러치히터라는 3번 후쿠도메 고스케와 홈런왕인 4번 우즈 뒤 타순인 이병규는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좌투수 핸디캡’ 완전히 극복하지 못해


 
지난해까지 지바 롯데에서 코치를 지낸 김성근 SK 감독은 4월10일 “이병규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처럼 ‘톡톡’ 볼을 맞히는 방식으로는 힘들다. 안타를 많이 치면서 제대로 된 풀스윙으로 시원하게 때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LG 시절 상체가 일찍 나가던 단점을 고치고 배트와 상체를 뒤에서 똑같이 끌고 나가는 것은 좋다고 덧붙였다.
제구력이 뛰어난 일본 투수들이 미세한 차이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해도 이병규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뚫고 있다. 그러나 10경기만 치른 현재의 기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상대 팀들이 이병규의 약점을 더 세밀히 파고들 여지는 있다. 좌투수 핸디캡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과거 이종범과 이승엽도 일본 진출 첫해 초반 10경기에서는 3할이 넘는 타율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첫해 최종 성적은 초라했다. 
긍정적인 요소도 여전히 있다. 주니치의 홈구장인 나고야는 넓고 크다. 홈런 타자가 아닌 중거리 타자 이병규에게 유리하다. 비슷한 크기의 잠실구장을 홈으로 하여 10년간 뛴 그가 아닌가. 오치아이 히로미쓰 주니치 감독도 이병규에게 홈런포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안타 제조기’라는 명성에 맞게 안타만 많이 치면 되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