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라" "안 된다" 대부업 '금리 전쟁'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4.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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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금융 대부업체들의 금리 인하 문제를 높고 정부·국회와 업계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금리(66%)가 너무 높으니 내려야 한다는 쪽과 내리는 것은 말도 안 되고 그냥 두거나 오히려 올려야 한다는 쪽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논쟁의 발단은 국회에서 비롯되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등이 지난해 대부업체 금리가 높으므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아무리 돈 장사를 하는 금융 회사이지만 은행 이자의 몇 배를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논리다. 의원들은 관련 법을 고쳐야 한다며 법 개정안 발의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추진된 법안은 두 가지다. 등록된 대부 회사들의 금리를 낮추는 대부업법과 비등록 업체들의 최고 이자율을 묶는 이자제한법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고객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을 연간 40%로 정한 이자제한법은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대부업법은 진행이 더뎌 그대로다.
국회와 시민단체들의 압박에다 일부 대부업체들의 금융 민원이 잇따르면서 중립이던 정부도 개정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재정경제부가 마련 중인 내용은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대부업 관리 감독 지침’ 제정안이다. 
국회와 재경부는 현행 연 66%인 이자 상한을 55% 안팎으로 낮추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금융 소외 계층 지원 방안의 하나로 대안 금융제도 도입도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대부업체 등록과 업무, 검사 및 처벌 등을 아우르는 관리 감독 체계 개선과 대부 이용자 보호책 마련도 겸해야 한다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부업체 상호 표기 의무화 △계약 때 중요 사항 자필 기재 의무화 △허위·과장 광고 규제 △대형사 분기별 모니터링 △영업 현황 보고 제도 강화 등 영업 분야 규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흐르자 대부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상당수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이자까지 더 내릴 경우 문을 닫게 될 것이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영업 규제도 그렇지만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이자 수익이 뚝 떨어져 생존에 문제가 생긴다는 판단에서다. 다급해진 업계 사람들은 자신들이 소속되어 있는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약칭 한대협)를 창구로 삼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대협의 주장은 간단하다. 이자율 인하 반대다. 금리는 시장 흐름에 따라야지 억지로 손을 대면 업계와 서민들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금리가 강제로 내려가면 일부 큰 회사 몇 곳을 빼고 문 닫는 업체가 무더기로 나오고, 그렇게 되면 돈이 급한 서민들은 기댈 곳을 잃는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신중론’ 나온 후 냉각기


 
양석승 한대협 회장은 “대부업이 발달한 일본은 4번에 걸쳐 금리를 내리기는 했으나 업계 스스로 했다. 우리도 시장 원리와 업계 자율로 조정하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양회장은 또 “66% 금리를 적용하는 신용 대출은 전체 대부업 시장의 2%에 머무른다. 부동산 담보 대출, 기업어음 할인과 같은 저금리 대출이 주를 이루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대부 회사에서 부동산을 잡히고 돈을 빌릴 때는 연간 36%, 기업어음 할인은 10~11%대의 이자를 물고 있다고 한다. 그는 “따라서 2008년 말까지 한시적인 대부업법을 손대지 말고 그후에 업계 의견을 반영한 새 개정법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제언했다. 그는 특히 대부업자를 준범법자로 여기는 네거티브 정책만으로는 대부업 시장 정화와 대부업체를 바로 이끄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정책적으로 필요하면 규제를 풀어주고 혜택도 주는 포지티브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양측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최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주최 공청회가 열려 눈길을 모았다. ‘대부업 제도 개선 및 금융 소외 계층 지원 방안’이라는 주제의 공청회에서 정부, 업계 대표, 시민단체, 학계, 연구원 등 관계자가 공방전을 벌인 것이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를 급격하게 내리면 무등록 음성 대부업 시장이 활개 치게 된다. 대부업체 금리를 우선 60%로 조정하고 여건을 보아가면서 차츰 낮추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부업계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이창형 리드코프 전무는 “이자를 60%선으로 받고 있지만 일반 관리비, 대손 비용, 이자 비용, 광고비 등을 빼면 실수익률은 10%에 불과하다. 대부업체 금리를 1·2 금융권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맞받았다.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는 아주 높았다. 대부업법상 이자 상한을 지금의 절반 아래로 낮춰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이헌욱 변호사는 “고리 사채는 자유 시장경제 논리가 아니다. 법과 정부의 강력한 감독 및 처벌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종합해보면 연 20% 정도가 일반적인 이자 상한선이며 정책적 고려를 더해 연 30%선으로 이자 상한을 낮춰야 한다”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금융대부업 분야를 오래 연구해온 주환곤 에이원캐피탈 사장은 “정부가 강공책으로 나가면 돈이 급한 서민들의 목줄을 죄어 사회 범죄 증가, 지하 사채 번성 등 폐해가 생긴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따라서 금리 인하는 당분간 유보하고 대부업체들의 회사채 및 ABS 발행, 손비 인정 범위 확대, 대부업협회의 법정 기구화가 절실하다”라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 논쟁이 가열되자 금융감독원이 이자율 인하에 대해 ‘신중론’을 들고 나와 양쪽이 냉각기를 갖고 있다. 주무 부처인 재경부·국회·시민단체와 한대협이 잠시 지켜보자는 자세다. 원우종 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은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부업체의 금리 인하 필요성에 공감은 하지만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다. 대부업체를 찾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정책들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휴면 예금과 기부금을 활용한 대안 금융 등이 거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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