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살리기 '고향 마케팅' 후끈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4.23 11: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자체들, 출향 인사 네트워크 구축에 비지땀...투자 유치·정보 교류에 박차

 
전국 최연소 광역단체장인 김태호 경남도지사(45)는 매년 초가 되면 꼭 서울 나들이를 한다. 재경경남도민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각계 출향인들을 만나 고향 발전을 부탁하고 도정 홍보에도 나선다. 지난 1월12일 밤 서울 부암동 중국음식점 하림각에서 열린 행사 때도 그랬다. 경남 지역 시·군 재경향우회 간부들과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열린우리당 의원) 등 경남 출신 정치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한 이 행사에서 그는 “고향 발전을 도와달라”며 절을 올렸다. 지난 1월20일에는 일본 오사카 재일 긴키 경남도민회 신년회에도 참석했다. 투자 유치 및 출향 인사들과의 정보 교류를 위해서다.
이처럼 출향인들에게 관심을 쏟는 지방자치단체장은 김지사뿐만이 아니다. 대다수 단체장이 중요성을 알고 열심히 뛴다. 자기 고장 출신 인맥을 활용해 지역 발전을 꾀하는 ‘출향 인사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서울 한강로2가 지방행정회관에 시·도별 서울사무소가 설치·운영되는 것도 그같은 배경에서다. 대다수 시·도가 서기관급 소장과 사무관, 직원들을 두며 재경 출향 인사들과 향우회, 국회, 중앙 행정부처를 접촉하고 있다.
부산시는 1996년 설치된 서울사무소를 중심으로 출향 인사의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있다. 신준호 롯데햄우유 대표, 박종영 태영 사장 등 기업인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 8백여 명이 주 대상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국제도시 부산 발전 위해 힘씁시다’라는 주제로 서울 지역 출향 인사들과 시정 간담회를 가졌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부산 출신 재경 기업인들의 고향 투자를 유도하기로 하고 관련 인사들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삼성그룹의 인맥 관리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대구 사랑 휴먼 네트워크’를 구성해 운용하고 있다. 시 본청 및 구·군 공무원들과 혈연·지연·학연으로 맺어진 중앙 부처 공무원, 기업인 등 3천여 명이 관리 대상이다. 건설교통부·행정자치부·과학기술부를 포함한 예산 관련 부처 간부들에게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출향인 가족들을 시티투어 및 지역 축제에 초청하는 프로그램도 펼치고 있다. 최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때는 대구 출신 인사들이 막후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아시안게임·엑스포 유치에도 적극 활용 


 
인천시는 올 들어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해 안상수 시장을 중심으로 출향 인사들과의 만남을 활성화시켰다. 4월17일 밤 인도와의 표 대결에서 이긴 것도 그런 노력들이 직·간접으로 뒷받침되었다는 분석이다.
광주시도 출향 인사를 통한 투자 유치에 나서기로 하고 수도권 소재 광주 출신 기업인들을 파악하고 있다. 시는 출향 기업인 명단이 작성되면 방문단을 구성해 찾아가거나 시 차원의 초청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출향 기업인들의 정기 모임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상남도 역시 직원들을 서울에 상주시키며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고 있다. 경남 출신 재경 공직자들의 연락처가 담긴 수첩을 매년 만드는 것도 그 일환이다. 재경 시·군 향우회 모임 참석, 국회 및 언론사 접촉, 경남 관련 정보 수집도 업무 내용에 들어 있다. 특히 경남 지역에서 갖는 출향인 식목 행사 역사는 뿌리가 깊다. 경남 출신 재일교포들과 합동으로 33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난 4월5일에도 재일본 경남도민회 향토 식수단 3백65명이 의령에서 나무을 심었다. 김태호 도지사, 박판도 도의회 의장, 재경경남도민 회원 등 3백여 명도 동참 했다. 이 행사는 재일동포 사회를 뭉치게 하는 역할을 했다. 교포들은 경남이 재해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도왔고 지난해 경남 프로축구단 창단 때도 지갑을 열었다.
경상남도는 이 밖에도 △경남 출신 재경 대학생 모임 결성 및 지원 △서울 및 수도권 기업들의 경남 지역 투자 유치 △해외 교포 및 각계 경남인 관리에도 업무 비중을 높이고 있다.
경상북도 또한 출향 인사 파고들기에 열심이다. 올 들어 투자유치팀 20명이 4월 말까지 전국 기업체와 산업단지, 연구기관으로 출근해 네트워크 만들기에 나섰다. 방문한 기관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협회 등 수도권 기업·단체와 컨설팅·연구기관 수백 곳이다. 이들은 임원을 포함해 8백여 경북인들을 만나 네트워크 구축 기반을 다졌다.
전라남·북도는 호남향우회 전국연합과 손잡고 지역 발전에 따른 인적 네트워크 구성에 뛰어들고 있다. 고향 농수산물 특판 행사, 고향 쌀 판촉 운동, 출향 인사 자녀들 장학 사업, 호남 지역 관광지 알리기 등 출향 인사가 참여하는 사업이 많다.
전라남도는 여수해양엑스포 유치위원회에 임향순 호남향우회 전국연합 총회장(전 광주지방국세청장)을 부위원장으로 위촉하고 민관 협력 체제를 굳히기도 했다. 전라북도는 ‘전북애향운동본부’ 주관의 고향 방문 행사를 지원하면서 출향 기업인들의 투자 협조 요청도 하고 있다. 이석의 호남향우회 전국연합 사무총장은 “전남·북도와 힘을 모아 새만금 사업 조기 완공 여론 조성과 마한박물관 건립 추진 지원 등에 앞장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충청북도는 경제부지사까지 두며 지역 발전을 위한 투자 유치와 네트워크 구성에 나섰다. 노화욱 부지사(전 하이닉스반도체 전무)가 중심축이 되어 추진 중인 충청북도의 노력은 가시적 성과를 이루어 다른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얼마 전 결정된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증설이다. 청주산업단지에 들어설 공장에는 8조7천6백59억원이 투자될 예정이어서 단일 사업 유치 규모로는 최대로 꼽힌다. 민간 경영 마인드를 행정 업무와 인적 네트워크에 접목시켜 ‘큰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평가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섬 지역 특성을 살려 뭍에 있는 제주 출신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연예인 고두심씨 등이 대표적이다. 경비행기를 띄우고 있는 제주항공도 그런 가운데 출범했다. 애경그룹과 합작으로 세워진 이 항공사는 제주도민 및 관광객들의 여행 편의를 꾀하면서 지역 경제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도는 해외에 사는 제주 출신 기업인 관리를 확대 중이다.
지자체의 출향인 네트워크 구축에는 구·시·군 단위의 기초단체까지 뛰어들고 있다.
충북 영동군은 지역 출신 정·관계 유력 인사와 재경 CEO, 법조인, 언론인, 기업인 등 60여 명으로 기업유치위원회를 구성했다. 기업유치위원은 유치 홍보는 물론 기업 유치와 이전 기업 지원 사항을 심의한다. 성과에 따라 최고 1천만원의 성과금도 준다. 이렇게 해서 보은군은 바이오농산업단지를 끌어들였고 옥천군은 의료기기단지와 현대알루미늄을 유치했다.
 
경남 마산시는 서울 지역 출향 공직자들을 시정 협력관으로 위촉하고 황철곤 시장이 서울에서 시정설명회와 친목의 자리를 만들고 있다. 또 재경 향우들을 매년 5월1일 시민의 날 행사에 초청해 고향 발전 상황과 현안을 알리며 협조를 구한다. 또 국화 축제 등 각종 행사 때도 국내외 마산인들 초청을 빠뜨리지 않는다. 재경마산시향우회 총회 때는 시장 이하 시 간부, 기관·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하고 영상물을 통한 시정 홍보에도 발 벗고 나선다.
경남 거창군은 지난해 중견 기업 100개 유치, 일자리 5천 개 창출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기업유치 전담반을 가동하고 있다. 과감한 포상금제도 관심을 끈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면 유치액의 0.1%를 주고 상한선도 민간인 3억원, 공무원 2억원으로 정했다. 인근 함양군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밀양시 등 다른 기초단체들 역시 포상금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