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서 온 킬러 '축구 중심'을 쏘다
  • JES 제공 ()
  • 승인 2007.04.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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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축구 2관왕 오른 '맨유의 미래' 호날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약관을 조금 넘은 22세의 청년이 세계 축구계를 호령하기 위해 기지개를 활짝 켜고 있다. 아니 성급한 축구 팬들은 ‘황제’ 칭호를 듣는 그가 이미 세계 최정상에 서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세계 최고 축구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소속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트레블(리그·FA컵·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우승하는 일) 달성을 이끌고 있는 호날두는 최근 영국축구선수협회(PFA)에서 ‘올해의 선수’와 ‘영 플레이어’를 동시에 석권하며 만개했다. 호날두와 함께 뛴 선수들이 눈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현란한 드리블과 폭발적인 스피드, 골키퍼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강력한 슈팅 등으로 올시즌 30 공격 포인트(16골+14도움)를 달성한 그의 진가를 인정한 것이다. 유럽 축구의 변방으로 꼽히는 포르투갈 출신으로 잉글랜드 축구계를 점령했고, 이제는 유럽 축구계를 넘어 세계 축구의 별이 되기 위해 사르고 있는 호날두. 하지만 그가 명실 상부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개의 벽을 넘어야 한다.


영광의 번호 7번을 상속받다


 
맨유에서 등번호 7번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바로 팀을 상징하는 선수가 달고 뛰는 번호이기 때문이다. 지금 호날두의 등 한복판에 적힌 숫자가 바로 ‘7’이다.
맨유의 7번이 영광의 번호로 꼽히게 된 것은 전설적인 선수 조지 베스트(북아일랜드)가 달고 뛴 뒤부터다. “그가 월드컵에 나갔다면 펠레(브라질)가 축구 황제로 칭송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듣는 조지 베스트는 맨유 역사상 완벽한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오른쪽 날개로서 누구보다 최고였으며 그를 막을 수 있는 수비수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베스트를 이어 7번을 계승한 인물은 바로 브라이언 롭슨. ‘맨유 사상 최고의 주장’으로 불리는 롭슨은 1980년대 중위권을 맴돌던 맨유를 지키며 고군분투했고, 다른 팀의 숱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맨유를 지켰다. 롭슨의 은퇴로 공석이 된 7번을 차지한 선수는 프리미어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에릭 칸토나(프랑스)다. 에릭 칸토나는 중위권인 맨유를 리그 정상의 팀으로 끌어올렸고, 지금의 세계 최고 클럽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다졌다. 이어 7번을 계승한 이가 바로 데이비드 베컴. 베컴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이적으로 공석이 된 맨유 7번 자리를 호날두가 꿰찬 것이다.
사실 호날두의 맨유 입단은 예정된 일이 아니었다. 퍼거슨 감독은 베컴의 빈자리에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던 호나우지뉴(브라질)를 영입하려 했다. 하지만 FC 바르셀로나에 빼앗겼고, 차선책으로 자매 구단인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과의 연습 경기에서 만난 호날두를 택했다. 맨유는 2003년 8월 호날두를 영입하기 위해 2백30억원 상당의 이적료를 지불했다. 이는 당시 10대 선수 사상 최고 이적료였다. 초기에는 영국 언론과 맨유 팬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견뎌내야 했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1천억원대의 이적료를 제안받는 대선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호날두에게는 약점이 있다. 7번을 단 맨유 선배들이 한 차례 이상씩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소속 팀을 챔피언으로 올려놓았다. 아직 호날두는 맨유 유니폼을 입고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팬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자리할 맨유의 7번이 되기 위해서는 리그 우승은 필수 요소라는 뜻이다. 트레블 달성에 질주하는 올시즌이 호날두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기회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축구의 희망이다. 사실 포르투갈은 에우제비우 이후 이렇다 할 축구 스타를 내지 못하고 유럽 축구의 변방으로 밀리는 분위기였다. 그 반전의 기회를 맞은 이들이 루이스 피구, 루이 코스타 등 ‘황금 세대(골든 제너레이션)’이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이들은 성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뒤 승승장구하며 포르투갈을 유럽 축구의 한가운데로 이끌어냈다. 포르투갈은 호날두에게 유로2000 4강, 유로2004 준우승 등을 이룬 선배들의 성적 이상을 바라고 있다. 호날두는 선배들과 함께 발을 맞춰 2006년 독일월드컵에 동참했지만 당시 팀의 중심은 데쿠(FC 바르셀로나)였다. 데쿠는 토종이 아닌 귀화 선수. 브라질 출신인 그는 스콜라리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으며 루이스 피구 등 골든 제너레이션을 퇴출시키면서 그 대안으로 끌어들였다. 독일월드컵 4강이 순수한 포르투갈의 힘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에우제비우, 루이스 피구가 팀의 중심으로 포르투갈에 승리를 안긴 것처럼 호날두도 포르투갈 대표팀의 중심으로 포르투갈 축구사에 큰 족적을 남겨야 한다.


FIFA ‘올해의 선수상’도 노려


 
올해 호날두가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과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상’. 이는 명실상부하게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라는 증명서다. 지네딘 지단(은퇴) 호나우두(AC 밀란) 호나우지뉴 등이 받으며 한 세대를 풍미한 선수들이 매년 치켜들었던 이 상은 호날두에게 무척이나 탐스러운 영예일 것이다. 또한 위대한 축구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자 ‘축구 황태자’로 올라설 마지막 관문이다. 호날두의 나이는 불과 22세. 올시즌 수상의 영예를 누린다면 역대 최연소 기록은 물론 앞으로 역대 최다 수상 기록까지 노려볼 만하다. 호날두의 수상 여부는 올시즌 맨유의 트레블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올해가 아니어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더욱 성장할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에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간 호날두가 유럽을 넘어 세계 축구계의 ‘별’로 올라설 날이 그다지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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