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그네' 올라타는 춘향
  • 이재명 편집위원 ()
  • 승인 2007.04.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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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심청> 이어 두 번째 세계 무대 도전

 
한류 발레.’ 서양 문화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어온 발레 무대에서 한국 발레의 세계화가 빨라지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이 한국 고전 소설을 발레로 만들어 세계 무대에 올리는 두 번째 작품 발레 <춘향>이 5월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오페라극장)에서 첫 공연된다.
고양문화재단(대표이사 박웅서)과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고양아람누리 개관 개막 작품으로 준비되었으며 ‘세계가 기다리는 우리의 발레’‘한국에서 창작되는 세계적인 공연물 완성’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보듯이 한국 창작 예술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전파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을 이끄는 문훈숙 유니버설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미 1980년대부터 한국 발레를 세계에 올리겠다는 나름의 목적 의식을 가지고 한국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발레 작품 공연을 추진해왔다. <심청전> <춘향전> <흥부전>이 그것이다. 한국적 정서의 소재와 서양 예술의 산물인 발레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신선한 도전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문단장은 첫 작품인 발레 <심청>이 전세계 9개국 1백50여 회 공연을 통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자 그 두 번째 작품인 발레 <춘향>을 만들어냈다.
발레 <춘향>은 <1막>에서 춘향과 몽룡의 만남, 사랑, 이별을, <2막1장>에서 과거 그리고 관직 수여 내용을, <2막2장>에서 변사또의 잔치와 어사 출두 장면을 다루는 등 총 2막3장으로 구성되었다. 2005년 7월부터 약 2년 간에 걸쳐 준비되었다.
 
2001년 초연된 한국 무용     <춤, 춘향>의 안무자인 배정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총연출을, 유니버설발레단 총감독인 유병헌이 안무를 각각 맡았다. 또 뉴욕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 작곡가로 발레 <심청>의 음악을 작곡한 케빈 바버 픽카드, 발레 <심청>의 무대 제작자 김명호, 의상은 유명 디자이너인 경희대 예술디자인학부 겸임교수 등이 참여했다. 특히 국내 지휘자 중 발레 지휘에 정평이 난 최승한 연세대 음대 교수와 경기도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만나 춘향의 애틋한 사랑을 선율로 표현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해 6월 미리보기(쇼 케이스) 공연에서 미흡했던 점을 대폭 보완했다고 한다. 주요 장면인 춘향과 몽룡의 사랑의 2인무와 과거 시험, 어사 출두 장면 등에서의 군무 등을 더 다듬어 완성시키고 의상과 무대 세트를 업그레이드해 작품의 컨셉트와 통일성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쇼 케이스를 통한 사전 제작 시스템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일반화한 것으로 전막 발표에 앞서 일부를 시범 제작해 일반에 공개함으로써 실패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시도되는 것이다.
<춘향>은 또 창작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자 가장 만들어내기 어려운 테마 장면 연출을 강화했다. 눈앞을 아른거리게 하는 발레 동작들이 그것이다. <춘향> 미리보기에서는 빠졌던 월매의 회상 장면과 춘향의 옥중 장면을 장면 전환 때마다 삽입해 시간적·공간적 이동이 관객에게 확실하게 전달되도록 했다. 춤의 기본이 되는 음악에서도 각 장면이 주는 특징과 분위기가 더욱 잘 살아나도록 멜로디를 보완했다.
발레 전문가들은 “발레 <춘향>은 가장 한국적인 소재에서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미적 세계를 발레라는 세계적 언어로 표현하는 공연이고, 전막이 완성된 형태로 세계 초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랑의 2인무’ ‘암행어사 출두 군무’ 등 눈길


 
특히 발레 <춘향>은 새로 만들어진 최첨단 시설의 공연장과 국내 최고의 발레단이 함께 만드는 세계 초연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은 오페라극장으로 1천8백87석에 대형 오페라나 뮤지컬 공연에 알맞도록 최첨단 설비를 갖추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에 대해 안무가 유병헌은 ‘춘향과 몽룡의 사랑의 2인무’ ‘과거 시험과 암행어사 출두 장면의 남성 군무’를 꼽고 있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의 2인무’는 기존 클래식 발레 2인무에 비해 리프트 동작이 많은 것이 특징으로, 춘향을 공중에 들어 올린 상황에서 회전과 이동을 반복하는 고공 리프트가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다.
‘과거 시험’ 장면과 ‘암행어사 출두’ 장면에서의 남성 군무는 창작 발레 <심청>의 ‘선원들의 춤’만큼이나 잘 다듬어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실제로 <심청>의 ‘선원들의 춤’은 ‘발레는 여성 춤’이라는 편견을 불식시켜준 남성 군무로 손꼽힌다.
발레 <춘향>에서는 또 남성 군무 가운데 ‘과거 시험’과 ‘암행어사 출두’ 장면의 느낌이 각기 다른 점이 특징이다. 즉 ‘과거 시험’에서의 남성 군무는 기품과 비장함을 느끼게 하는 데 비해 ‘암행어사 출두’ 장면에서는 폭발적인 역동성이 느껴진다.
 
이번 공연에서 예술감독을 맡은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은 “오래 전부터 <심청> <춘향> <흥부, 놀부>로 이어지는 한국 고전 3대 작품을 발레로 만들고 싶었다. 이미 <심청>이 세계 무대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두 번째 시도인 <춘향>을 올리게 된 것이다, 고전 발레 스타일의 창작 발레인 <심청>에 이어 신고전주의 경향의 발레 <춘향>으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뒤이어 만들 <흥부, 놀부>는 단막의 현대 발레로 만들 것이다. 대표작 <심청>의 경우 10여 년의 기간에 걸쳐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해왔는데 <춘향> 역시 적어도 3년에서 10년 정도를 내다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단장은 “초연을 마치고 종합적인 평가를 한 뒤 세계 순회 공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총연출을 맡은 배정혜 예술감독은 2001년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 초연의 안무를 맡은 경험이 있어 이번 공연에 발탁되었다. 배감독은 21살까지 발레를 했던 발레리나 출신이기도 하다. 배감독은 “한국 무용과 발레는 정서적인 부분에서는 유사성을 띠지만 춤의 기법이나 테크닉적인 부분은 아주 다르다. 우리 예술의 ‘국제화’를 생각하면 <춘향>을 한국 춤으로 만드는 것보다 발레로 작업하는 것이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무를 맡은 유니버설발레단 유병헌 총감독은 “<춘향>은 고전 발레 스타일의 <심청>에서 진화해 신고전주의와 컨템포러리가 혼합된 스타일이다. 사랑을 시작하려는 춘향과 몽룡, 힘겨운 시련을 이겨내고 고결한 사랑을 나누는 춘향과 몽룡, 같은 사랑의 2인무이지만 설렘을 주는 춤과 보고 난 뒤 바로 눈물을 쏟아낼 만큼의 감동이 있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유니버설발레단은 기존의 발레 <심청>을 발레 뮤지컬로 리뉴얼해 오는 8월16일부터 26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심청>은 1986년 아시안게임 문화예술축전 최우수 발레로 선정된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 특별 초청 작품으로 선정되고 미국·프랑스·일본 등 9개국에서 1백50여 차례나 공연되었다.
2001년에는 뉴욕 링컨센터, 워싱턴 케네디센터, 로스앤젤레스 뮤직센터 등 미국 3대 극장 박스오피스를 석권했다. 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세계 유명 언론들은 <심청>의 작품성을 대서특필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심청>을 만들게 된 이유는 한국의 전통적인 이야기를 ‘발레’라는 세계 보편적 예술을 통해 전세계인에게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기대대로 <심청>은 한국의 고대 소설이 서양 클래식 발레와 만나 큰 성공을 거둔 최초의 한국 발레가 되었다.
뉴욕 타임스 2001년 8월4일자에서 제니퍼 더닝은 ‘춤의 근본적인 휴머니티가 상당히 상실되어가는 이 시대에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것은 확실하다’라고 평가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1년 7월27일자에서 르위스 세갈도 ‘<심청>, 로맨틱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은 한국의 신화를 그 아름다운 내용과 특별한 감동으로 가득 채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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