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보고 조리 봐도 외롭지 않은 ‘둘리'
  • 김지은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4.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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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 어려운 여건 속 창작·수출 ‘쑥쑥’…해외 전시·공모전도 활발

 
외로운 둘리는 귀여운 아기 공룡. 호이! 호이! 둘리는 초능력 내 친구.” 네이버의 애니 캐릭터 검색 순위 10위를 보면 둘리는 외롭다. 둘리를 뺀 나머지 아홉은 죄다 일본 만화의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노래에서처럼 초능력을 발휘해서인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일본 만화 캐릭터들 사이에서 주눅이 들 법도 한데 그동안 둘리의 카리스마는 시드는 일이 없었던 것이다.
둘리가 지난 4월22일 부천시에서 마련한 24번째 생일상을 받았다. 부천시는 2003년 특색 있는 만화문화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송내역 부근에 둘리의 거리를 만들었다. 둘리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고 매년 4월22일을 둘리의 생일로 정해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 행사로 ‘둘리 거리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생일 잔치에서는 둘리 캐릭터 및 이미지 사용에 관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홍건표 부천시장, 김수정 작가, (주)둘리나라가 참석한 가운데 체결한 협약은 둘리 이미지 사업뿐 아니라 만화도시로서 부천의 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부천을 만화 콘텐츠 산업의 메카로 조성하기 위해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시장은 “부천시는 만화를 집중 육성해 문화도시 부천을 만들고 있다. 이번 협약식이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 산업의 성장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둘리 아빠’ 김수정 작가는 “둘리가 어린이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겐 추억을 주는 친구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면서 생일 잔치의 의미도 함께 전했다. 최근 둘리 만화의 배경이었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일대도 ‘둘리 테마존’으로 가꾸는 등 둘리에 대한 관심은 세월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이다. 도시마다 각각 하나의 캐릭터를 ‘입양’해 육성한다면 만화 강국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터. ‘잘나가는’ 둘리는 우리나라 만화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 좋은 본보기이다.


역량 있는 작가진이 큰 밑천


 
우리나라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드라마·뮤지컬이 어제도 뜨고 오늘도 뜨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궁>, 영화 <타짜>의 인기에 힘입어 만화에 대해 폭넓은 인식 전환도 가져왔다. <달려라 하니>도 뮤지컬로 부활한다. 올해 10여 편의 우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상물 등이 나올 예정이다. 21세기 들어 문화산업을 차세대 동력 산업의 하나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나선 정부도 만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을 거듭해왔다. 전국 10여 개 대학에 만화학과가 생겨나고, 관련 학과도 100여 개가 될 정도로 많다. 일본 만화가 강세이지만 우리나라 만화인들과 만화 지망생들은 어려운 여건을 잘 극복하며 창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천만화정보센터는 최근 펴낸 <2006 만화산업 통계연감>에서 우리나라 만화산업의 출판 통계와 함께 국내외의 만화 트렌드, 만화계 경기 실태 및 전망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06년은 우리 만화에서 ‘원작 산업’으로서의 성과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면서 이룬 성과는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원작인 만화 콘텐츠의 가능성과 힘을 보여주었다. 또한 만화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올해 만화 시장이 ‘현상 유지’(41.6%)하면서 ‘좋아질 것이다’(24.5%)라는 대체로 긍정적인 응답을 들었다. 만화계 종사자들은 우리 만화의 강점과 비교 우위를 ‘역량 있는 작가진’(25.6%), ‘활발한 미디어 이식’(28.8%), ‘다양한 사업 모델’(14.2%) 덕분이라고 응답했다. 출판 만화의 경우 아동학습 만화가 점유율 65%로 강세인 것도 만화 콘텐츠의 쓰임새를 짐작하게 한다.
 
일부 비관적인 분석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야에 만화 장르가 이식되면서 만화 창작인들의 의욕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만화 통계연감> 발간을 진행한 부천만화정보센터 윤대진 팀장은 “출판 만화 판매 시장(3천2백19억원 추정)에 대여 시장, 온라인 만화 시장, 모바일 만화 시장 등을 포함하면 우리나라 전체 만화 소비 시장 규모는 적게는 7천억원에서 많게는 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라며 만화 콘텐츠의 부흥을 기대했다. 문화관광부가 4월25일 발표한 <2005년도 문화산업 통계>에서도 만화 수출이 전년 대비 7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온라인 만화 등 출판 외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작과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 등의 제작이 활발해지면서 성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애니메이션은 주문생산(OEM) 수출에서 창작물 수출로 전환되는 과정이며, 캐릭터 수출은 전년 대비 39.5%, 연평균 18.6% 증가했다.
일본 가와사키 시민뮤지엄에서는 <한국 현대만화전>이 열리고 있다. 4월21일 개막해 6월3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1982년부터 2007년에 이르는 한국의 현대 만화를 대표하는 작가 30인의 작품 원화 64점과 영상물, 도서 등 총 3백여 점이 전시된다. 가와사키 시민뮤지엄에는 상설 만화전시관이 있다. 일본 A급 작가들의 대형 기획 전시가 끊임없이 열리며 전시 기간 수만 명의 만화 팬이 방문하는 일본의 주요한 만화 문화 발산지 구실을 한다. 부천시와 가와사키 시의 교류 차원이기는 해도 부천만화정보센터가 ‘만화 왕국’에 한국 만화의 힘을 알리는 야심 찬 행보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전시회에서는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침체된 만화 문화를 급반등시킨 이현세씨, <식객>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허영만씨 등 기존 작가군을 비롯해 2000년대 인터넷 연재 만화로 큰 인기를 모으며 등장한 강풀씨 등 한국 만화계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한편 창작 만화 활성화를 위해 학교·기관·기업이 공동으로 공모전을 개최하고 여기에서 입상한 작품을 장기 연재 및 드라마·영화 등의 원작으로 활용하는 산·학·연 협동 모델이 도입된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포이보스가 코믹타운추진사업위원회와 세종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과 한국 만화 육성 및 만화 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2007 학생만화대전>을 개최키로 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만화에 대해 냉소적이다. 우리 만화계의 취약점으로 만화 소비자층이 두텁지 못한 것도 지적되지만, 전근대적인 사업 구조와 낮은 사회적 위상을 극복 과제로 내세우기도 한다. 김수정 작가는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 창작인이라면 상황을 따질 게 아니라 자신의 창의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써야 한다”라며 자신도 새 캐릭터 개발에 늘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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