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삼국지’ 승자는?
  • 정우택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5.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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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국·호주, 시장 쟁탈전 ‘불꽃’…값 내려 소비자는 ‘미소'

 
한국과 미국, 호주의 쇠고기 전쟁이 3년 5개월 만에 다시 시작되었다. 소 사육 두수는 가장 적으면서 쇠고기 값은 세계에서 최고인 한국에서 시장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품질과 애국심에 호소하며 ‘영토’ 지키기에 안간힘이고 미국과 호주는 품질과 값을 무기로 공세를 펴고 있다. 미국은 4년 가까이 닫혔던 한국 시장의 문이 열리자 과거보다 더 좋은 품질로, 더 값싸게 수출해 시장 회복에 나서려는 움직임이다. 2003년 미국 쇠고기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44%, 금액으로 8억 달러에 가깝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들은 특히 호주에 빼앗겼던 쇠고기 시장을 빠른 시일 안에 되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지원하듯 미국육류협회는 최근 몇몇 일간지에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미국산 쇠고기가 돌아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미국은 어렵게 연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50% 이상 높인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 기르는 9천7백만 마리나 되는 소를 한국 시장에 최대한 팔아보자는 것이다. 고기 질은 물론 값도 한국 소비자들 입맛에 맞출 계획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관계자는 “국내 쇠고기 시장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라며 1차적으로 수입 쇠고기에 대한 인식을 좋게 하고, 질과 값을 통해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없는 동안 재미를 본 호주도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호주산 쇠고기 점유율은 2006년에 48%였다. 우리가 먹는 고기의 절반 가량이 호주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호주산 쇠고기 수입업체는 4년 가까이 장사를 잘해왔으나 이제 미국이라는 강적을 만났다. 지금까지는 한우를 상대로 싸우면 되었지만 미국 쇠고기까지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호주는 탄탄한 수입업체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당분간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산이 들어와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한·미 FTA 협상에서 관세를 15년에 걸쳐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얼마나 먹어주느냐이다.


한국, 한우 고급화로 시장 지키기 안간힘


 
호주산 쇠고기 수입업체는 수십 개에 달한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산도 취급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산 수입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미국산을 수입할 계획이다. 당장 매출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호주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고기 생산을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호주산 수입업자들은 곧 호주산 쇠고기 가격 30% 할인 행사를 벌인다. 미국산에 대한 기대 심리로 호주산 소비가 8% 정도 준 상황에서 더 이상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호주는 항공 직송 상품도 내놓았다. 상품 차별화를 위해서다.
한국은 한우의 고급화로 시장을 지킨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값이 너무 비싸 소비자가를 어떻게 낮출지 고민하고 있다. 쇠고기 시장 개방으로 다급한 것은 정부이다. 지금처럼 한우 값이 비싸면 외국산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내년부터 국내에서 키우는 모든 소를 대상으로 생산이력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소에게 이력서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소의 사육·도축·가공·판매 등 모든 과정을 소비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꼬리표를 붙이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뿌리내리면 소 생산자부터 먹인 사료, 가공된 장소까지 자세히 알 수 있게 된다. 또 단계별 유통 마진도 명확하게 드러나 중간 유통 상인이나 음식점들의 폭리도 막을 수 있다. 이 제도는 2004년부터 일부 시행되어 현재 65만 두의 소에 적용되고 있다. 우선 내년 하반기부터 2백만 마리의 소에 이를 적용한다.
또 ‘횡성 한우’와 같은 브랜드 한우 업체가 직영점을 열 경우 시설비의 최고 70%를 낮은 금리로 지원한다. 전국한우협회도 올해 100% 한우만 파는 한우 판매 인증점을 전국 40곳으로 늘려 수입 쇠고기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한우 판매 인증점은 △서울 창동 횡성축협 한우프라자 △경기도 남양주 광릉한우방 △충북 충주 청풍 명월뜨레한우 △전남 광양 매실한우 △경남 통영 대가한우촌 △대구 한우시대 등으로 30여 곳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한우와 수입 소를 섞어 팔면 한우협회가 구매가의 10배를 물어준다.
3개국 간 쇠고기 전쟁이 시작되면서 국내 쇠고기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너무 비싸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던 고기 값이 일제히 떨어지고 있다. 정육점 고기는 물론 농촌 한우 값도 내림세다. 대형 할인 마트에 쇠고기 할인 매장까지 등장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달 100g에 4천3백80원 하던 한우 국거리(1등급)를 3천9백80원으로 낮추었다. 
 
호주산 쇠고기는 부위에 따라 도매가가 20% 이상 떨어져도 찾는 사람이 없다. 롯데마트·GS마트·홈플러스 등은 호주산 10~30% 할인 행사를 벌였다. 롯데마트는 호주산 불고기 등심을 30% 싸게 팔았다. 곡물 사료로 키운 생후 1백20~1백50일짜리 호주산 쇠고기 도매 가격이 지난해 11월 1kg당 1만원(냉동육)에서 6천원으로 떨어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미국산이 들어오기 전에 호주산을 처분하기 위해 값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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