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쏘아 올린 ‘회심의 덩크슛'
  • JES 제공 ()
  • 승인 2007.05.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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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 씨, 일본 농구 부흥 사업에 사재 쾌척

 
"영감님, 영감님의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저는 바로 지금입니다.” 명품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강백호가 만류하는 안선생을 뿌리치고 경기에 나서면서 하는 말이다. 이 만화는 가장 화려한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젊음을 찬양했다.
<슬램덩크>의 작가로 유명한 일본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 씨(40)가 자신의 사재를 털어 ‘슬램덩크 장학 사업’을 시작했다. 이노우에의 인생 중 가장 영광스러운 시절은 바로 지금이다.
농구와는 인연이 없을 것 같은 1백68cm의 단신인 이노우에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슬램덩크 스칼라십’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공개적으로 유망주들의 지원을 받고 있고 내년부터 유망주들을 농구의 고향 미국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노우에 씨는 “농구를 통해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다.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던 게 슬램덩크 장학 사업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만약 내가 농구를 만나지 못했다면 과연 만화가가 되었을지도 의문일 정도로 농구는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라며 농구에 자신의 사재를 쏟아 붓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마디로 농구로 모은 재산을 농구에 환원하겠다는 말이다.
이노우에 장학금을 받게 되는 농구 유망주들은 학비를 포함한 기숙사비 및 생활비까지 지원받게 된다. 작게 잡아도 한 사람당 1년에 5천만원이 넘는 비용이다. 장학 사업 첫해인 내년에는 최소 1억원이 필요하고 4년 후(사우스켄트 고교는 4년제)부터는 매년 최소 4억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본 농구 유망주 미국 유학 지원


 
장학 사업을 시작한 이노우에 씨는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 NCAA(미국대학농구) 디비전Ⅰ에서 장학금을 받고 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언제쯤 이런 노력의 성과가 나타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슬램덩크 장학금으로 유학한 선수들이 선진 기술들을 습득한 후 선수나 지도자 또는 어떤 식으로든 일본 농구 발전에 기여할 수만 있다면 그만이다. 어렵게 시작한 만큼 쉽게 끝내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노우에 씨의 사적인 장학 재단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아직 일본 농구는 한국 농구에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수준이 뒤떨어져 있다. 창의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우수한 지도자도 없어 한국에 비해 한 단계 아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초반 일본 축구는 한국에 비교 대상이 아니었지만 한국 축구가 지지부진할 때 어린 유망주들의 축구 유학을 장려해 1990년대부터는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최근 한국 농구는 퇴보하고 있고 10년 후면 일본에도 쩔쩔매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노우에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정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생각한다면 결국 그곳이 한계가 된다. 다들 일본 농구는 약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무리라고 이야기한다. 일본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하면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나는 그것을 바꾸고 싶다”라며 어린 선수들이 큰 세상에 거침없이 도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 농구는 <슬램덩크>의 인기에 편승해 1990년대 초반 농구 역사상 가장 획기적 발전을 맛보았다. 이제 ‘이노우에 효과’는 바다 건너 일본 농구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 농구는 현재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노우에 같은 사람 한 명 없는 한국 농구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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