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바다 죽이는 음란물 UCC ‘적조’
  • 김외곤 (서원대 교수·연극영화과) ()
  • 승인 2007.05.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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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각종 단체들이 홍보 수단으로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활용하거나 공모전을 열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3월 포털 사이트의 음란 UCC 게재 소동이 있고 나서 정부는 음란 UCC와의 전쟁도 선포했다. 음란 UCC 소동에 대해 언론들은 대부분 UCC를 마치 중죄인처럼 다루었다. 그런데 UCC만 욕할 일이 아니다. UCC는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다른 네티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인터넷 소설 등으로 구현되었던 인터넷 문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음란 UCC 유포 문제도 인터넷상 음란물 문제에 포함해서 논의해야 한다.
인터넷상에서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정치나 환경 등 공적 영역의 문제를 자유롭게 논의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반면 진보적 측면의 다른 편에 섹티즌(sextizen)으로 불리는 감각적이고 외설적 성향의 인간을 양성하는 온라인상의 하위 문화가 존재한다. 인터넷에서 발견되는 포르노 사이트는 더 이상 예전처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저항의 표현이거나 정상적인 것을 강조하는 사회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이 아니라, 스스로의 정화 기능을 상실함으로써 인터넷이라는 바다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적조(赤潮)일 따름이다. 포르노 사이트 이외에 자살 사이트나 폭탄 제조 사이트 등도 기본적 성격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 인터넷 매체 통해 사물 인식


문제는 UCC의 작자이자 수용자인 청소년들이 이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부정적 관점에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기의 일반 현상으로 볼 수도 있고, 긍정적 관점에서 합목적·지속적으로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문화 운동의 하나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 중 어떤 것을 강조하기 이전에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청소년들이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의 하나로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이용함으로써 기성 세대와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한 웹 생활 양식에 익숙해 있다. 그런 만큼 교육은 이제 ‘우리’보다 ‘나’를 중심으로 분절적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넷 세대의 세계 인식 방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인터넷은 일종의 환경으로써 청소년들로 하여금 세계 내에서 자신을 규정하고 되돌아보도록 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청소년들의 세계 인식 방법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교육은 여전히 그들이 즐기는 인터넷 문화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반성과 성찰이 뒤따르지 않는 인터넷 콘텐츠의 중독은 ‘블랙 인터넷’을 타고 전파되는 저질 문화와 그 본질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UCC 또한 진보적 성격과 부정적 성격을 동시에 가진 야누스적 존재인 인터넷을 매개로 하고 있기에 인터넷 교육에서 적극 다루어야 한다. 에피소드 수준에서 사회적 물의를 빚을 수 있는 무정부주의적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 UCC를 교육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연구해 실제 교육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작자이자 수용자인 10대에서 20대 세대가 수동적이고 방관적인 자세가 아니라 진정한 참여자로서 자신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교육은 UCC가 청소년의 정신적·지적·육체적 잠재력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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