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파는 점포’에는 해가 지지 않는다
  • 노진섭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5.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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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대박을 노리고 사업을 시작하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큰돈을 벌 수 없는 것이 사업 경영이다. 시작하고 1년을 버티기도 쉽지 않다. 소비자도 만족시키고 내 가계도 살찌우는 특급 경영 전략은 무엇일까. 또 잘나가는 사업장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 있을까. 사업으로 돈 버는 법을 총 정리했다.

서울 신촌의 한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생활용품점 두 곳. A점포에는 손님이 줄을 잇고 B점포로 향하는 손님은 뜸하다. 점포 규모가 크게 다르거나 서로 상이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아니다. A점포처럼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매출을 늘리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경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면 될까. 돈을 많이 들여 매장을 그럴듯하게 꾸미면 매출이 늘지 않을까. 해답은 결코 큰 변화에 있지 않다. 오히려 남들이 간과할 수 있는 작은 부분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섬세함에 있다. ‘나그네 손님’을 단골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그 손님의 애완견 이름까지 기억하는 식이다. 소상공인진흥원의 김성근 상담사는 “소점포의 매출은 작은 것 하나만 변화시켜도 오르락내리락한다. 작은 변화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소점포의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돈보다 손님을 좋아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가 언제 어디서나 통한다는 것이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여러 점주들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자신을 기억해주고 살갑게 대해주는 점포를 마다할 소비자는 없기 때문이다. 지역 소매점은 그 동네 사랑방 역할도 한다.
손님과 가깝게 지내면 소비자의 입맛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의 입맛을 알면 안 팔리는 제품도 팔 수 있다. 기성복에 치여 거의 자취를 감춘 맞춤 양복이 다시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개성 있는 양복을 입고 싶은 젊은 직장인들의 소비 심리를 꿰뚫어보았기 때문이다.


빨대를 우습게 보지 말라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시선을 끌지 못하면 무용지물.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오감을 자극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한 책공방 업체는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책을 만들 수 있는 기자재를 싣고 학교와 유치원 등을 찾아간다. 학생들이 직접 책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체험의 기회를 줌으로써 다른 책공방과 차별화한 것이다. 처음에는 잡상인 취급을 당했지만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버스를 찾는 도서관과 백화점 문화센터가 늘고 있다.
소규모 판매업계에는 ‘빨대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말이 있다. 포장용 비닐봉지, 요구르트 스푼, 빨대, 나무젓가락, 걸레, A4 복사용지, 행주 등 사소한 소모품이지만 막상 필요할 때 없으면 낭패를 보기 일쑤이다. 이 사소한 소모품이 없어 제품을 구입하지 못한 손님이 그 점포를 다시 찾을 이유가 없다. 한 생맥주 전문점은 디카족을 위해 점포에 다양한 소품들을 준비해두어 매출을 끌어올렸다. 디카족 손님들이 소품을 이용해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불쏘시개도 필요할 때가 있는 법. 제품에 구색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마진이 거의 없거나 잘 찾지 않는 제품이라도 구비해두는 것이 좋다. 쓸모없는 제품처럼 보여도 소비자의 발걸음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마술을 부릴 수 있다. 다른 점포에 없지만 이 매장에서는 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창업 후 안정적으로 점포를 유지하고 있는 주인들은 제품을 팔지 말고 서비스를 판매하라고 말한다. 온라인으로 티셔츠를 판매하는 한 업체는 티셔츠에 인쇄되는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토막 에피소드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뮤직 비디오에 반해 노래를 오래 기억하는 것처럼 재미있는 에피소드 때문에 그 티셔츠를 기억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시간 문제. 전년 6천만원이던 연 매출액이 지난해 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날씨·매출 등 기록하는 매장 가계부를 쓰자


그러나 항상 경기가 좋을 것이라는 법은 없다. 경기가 좋지 않은 기간에 대비해 매장 가계부를 쓰면 어떨까. 한 편의용품점 주인은 점포를 개점한 이래 15년 동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일기를 쓰듯 매장 가계부를 썼다. 다른 인근 매장이 사라져가던 외환위기 때 이 매장 가계부는 대책을 세우는 데 요긴한 자료가 되었다. 고객의 소비 성향, 날씨와 하루 매출 등 시시콜콜한 내용이 어려울 때 보험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흔히 가게의 주인이 매장에 있어야 장사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점주가 하루 종일 매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심신이 지치면 일에 무리가 따른다. 한 매장 주인은 창업 후 6개월 동안 창고 바닥에 라면 박스를 깔고 자면서 동료와 맞교대로 일했다. 의욕은 앞섰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껴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충분한 휴식 후 성실한 태도로 손님을 대하면서 매출이 올랐다고 한다.
만일 매장에서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면 어디를 가든 항상 입고 있어야 한다. 훌륭한 홍보 수단이 된다. 유니폼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러운 유니폼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직원을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 관계로 여겨야 한다는 말은 비단 대기업에만 통하는 것이 아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싼 임금으로 고용한 직원이 최선을 다해 소비자를 대하기를 바랄 수 없다. 항상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은 아르바이트생이 자기 일처럼 일을 할 수도 없다. 지급하기로 한 돈만 주면 그만이라는 식의 고용 형태는 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점포 운영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보험을 잘 이용하는 것도 매장 운영에 도움이 된다. 고용보험, 산재보험, 세금 문제는 세무사 등 전문가와 협의하면 절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경우 가족 경영 체제로 신고하면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 또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아르바이트 직원의 사고 발생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보험은 사업을 보장해주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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