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 높인 아시아 자동차 지구촌 도로 휩쓸다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5.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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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 제조 차량, 전세계 생산량 3분의 1 ‘점령’

 
나라별 자동차 생산 경쟁이 뜨겁다. 만드는 과정에서 2만여 부품이 들어가고 전자·기계 등 산업 기술이 접목됨에 따라 자동차 생산 경쟁은 국력과 연결되기도 한다. 차 생산량 순위를 둘러싼 뜨거운 레이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치열하다.
특히 세계 자동차 업계에 ‘아시아발 태풍’이 거세다. 일본·중국·한국이 지구촌 자동차 생산의 최대 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3개국이 만든 차는 2천2백61만 대.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강세였다.
국제자동차제조업체기구가 최근 내놓은 2006년 국가별 자동차 생산량 통계에 따르면 세계 1위는 일본이다. 2005년 수위였던 미국을 누른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6백60cc급 경자동차를 포함해 1천1백48만여 대를 만들었다. 2005년(1천80만 대)보다 6.3% 늘었다. 회사별로는 도요타(4백19만4천여 대), 혼다(1백33만2천여 대), 닛산(1백23만4천여 대) 순이다. 차종은 전체의 85%인 승용차가 9백75만6천여 대로 가장 많고 트럭(1백63만9천여 대), 버스(8만8천여 대)가 뒤를 이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후 급성장했던 일본은 1980~1993년 미국에 소형차 수출을 크게 늘려 세계 1위 생산국이 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1994년 이후부터 2위로 밀렸다. 버블 붕괴, 고임금에 따른 공장 해외 이전 등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맥을 추지 못해서였다. 그러다 13년 만에 자국 내 자동차 생산 기준으로 지구촌 최대 자리를 되찾았다. 도요타·혼다·닛산으로 대표되는 일본 자동차 업계는 세계 최고 생산성을 무기로 경쟁에 뒤진 회사들을 구조 조정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자국 내 생산을 늘리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이 자동차 생산량 1위 자리를 되찾은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도요타·혼다 등이 수출을 늘리면서 일본 내 생산을 1천1백만 대 이상으로 유지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난해 만든 차 중 내수용은 5백74만여 대뿐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수출한 셈이다. 고임금을 못 견뎌 생산 기지를 해외로 옮기거나 자국 내 생산이 줄고 있는 다른 선진국들과 전혀 달랐다. 프랑스만 해도 생산량이 10.7% 감소했다. 고비용 구조를 이기지 못해 동유럽으로 생산 기지를 옮긴 탓이다.
일본 기업의 해외 생산량까지 합치면 일제 자동차의 규모는 엄청나다. 지난해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해외 생산량은 1천97만 대. 전년보다 3.5% 늘어나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해외 생산량을 합친 일본 차 생산량은 2천2백45만 대이다. 세계 전체 생산량(6천9백21만 대)의 32.4%를 차지한 것이다. 일본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도요타·마쓰다·다이하쓰가 올해 중국에서 새 공장을 돌린다. 혼다·닛산도 인도·태국에서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도요타·혼다 역시 미국 기지를 확충하거나 생산량을 늘린다.
일본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나라는 중국이다. 자동차 생산 대국이자 소비 대국으로 급격히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생산 공장’으로 빠르게 발돋움하는 중국은 독일을 누르고 일본·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생산국이 되었다. 지난해 중국이 만들어낸 자동차 대수는 7백19만 대. 5백82만 대 생산에 머문 독일을 눌렀다. 2005년(5백71만 대)보다 25.9% 급증했다.

 
 
일본·한국, 1·5위…고속 질주 중국 3위


이 추세라면 2010년에는 일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생산국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생산 기지를 증설하고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과 자본을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10년간 중국의 자동차 보유 대수 증가율은 연평균 12% 이상이다. 지난해 내수 규모는 7백22만 대로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이다. 중국 현지 생산의 경우 상하이GM(40만6천 대), 상하이폴크스바겐(35만 대), 이치폴크스바겐(34만5천 대)이 1~3위. 4위에 치루이차(30만2천 대), 8위에 지리차(20만4천 대) 등 중국 토종 업체 생산도 빠르게 늘고 있다. 상하이차 또한 상하이GM·상하이폴크스바겐과의 합작으로 얻은 노하우와 영국의 로버, 한국의 쌍용차 인수를 통해 얻은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판매를 늘리고 있다. 이들 회사는 수출 계획까지 발표하는 등 외자 기업들에 위협적 존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백94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세계 5위 자리를 지켰다. 2005년(3백69만9천 대)보다 4.3% 늘어난 것이다. 2005년 프랑스를 제치고 한 단계 뛰어올랐으나 순위는 제자리. 2002년 급성장한 중국에 밀려 6위로 떨어졌다가 4년 만에 순위 회복을 꾀했지만 결국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세계 생산 비중도 5.5%로 여전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은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다. 지난해 1천1백26만 대 생산에 그쳐 1994년 이후 처음 2위로 처졌다. 2005년(1천1백95만 대)보다 생산량이 5.7% 줄어 4년 연속 곤두박질친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업계 ‘빅 3’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긴 결과다. 대규모 군살 빼기로 재기의 몸부림을 치는 이들 ‘빅 3’는 15년 만에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최악의 영업 실적을 보였다. 특히 미국 내 매출 순위 2위인 포드자동차의 경우 누적 적자가 1백27억 달러에 달한다. 1백3년 역사상 최대 적자다. 포드의 쇠락은 더욱 눈에 띈다. 이 회사의 기록적 손실은 생산 차량 한 대당 4천7백 달러(약 4백41만원)의 손실을 가져왔다. 포드는 지난해 보잉사 최고경영자였던 앨런 멀럴리를 끌어들여 북미 지역 공장 16곳의 문을 닫고 전체 직원의 반이 넘는 4만4천여 명을 정리하는 구조 조정을 벌이고 있다. 1990년대 후반 25%에 달했던 포드는 지난해 북미 시장 점유율이 17.5%로 낮아졌다. 올해는 14%로 떨어져 2위는커녕 GM, 크라이슬러 등에 이어 4위로 주저앉을 정도로 경영의 어려움이 심각하다.
독일은 자동차 생산 세계 4위로 지난해 5백82만 대를 생산했다.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 벤츠, 오펠, 폴크스바겐 등 쟁쟁한 자동차 메이커들이 있지만 생산 순위 경쟁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어 6위는 프랑스. 전년보다 10.7% 감소한 3백17만 대를 생산, 한국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 밖에도 7위 스페인(2천77만7천 대), 8위 캐나다(2백57만2천 대), 9위 브라질(2백40만 대) 등은 2005년과 순위가 같았다. 하위권에서 주목할 나라는 멕시코이다. 2005년 11위였던 멕시코는 2백4만6천 대로 세계 10대 생산국 대열에 들어갔다. 하지만 영국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편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은 전년보다 3.4% 늘어난 6천9백50만7천 대로 집계되었다. 2005년(6천6백55만 대)보다 4% 늘어난 수치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가별로는 중국이 내수 증가로, 일본과 멕시코는 수출 확대로 높은 생산 증가세를 보인 반면 미국·프랑스는 내수 부진으로, 브라질은 수출 감소로 생산이 저조했다”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계 ‘국경 넘기’ 경쟁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해외 생산 기지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인도 등 신흥 시장은 물론 미국, 유럽에도 현지 공장을 세우며 공격 경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2년을 기점으로 침체기에 들어선 내수 시장이 좀처럼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 국가이지만 5대 차 생산국 중 유일하게 내수 시장이 한 해 2백만 대를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인도 공장 증설을 통해 올해 연간 1백30만 대 국외 생산 체제를 갖춘다. 4월25일 기공식을 한 체코 공장이 완공되고 중국 공장 증설이 끝나는 2008년에는 생산량이 1백90만 대로 늘어난다.
기아자동차도 올해 중국 공장 생산량을 한 해 13만 대에서 43만 대로 늘린다. 또 2009년에 미국 조지아 공장이 돌아가면 슬로바키아 공장을 포함해 연간 1백3만 대의 차를 해외에서 만들 수 있다. 이럴 경우 현대ㆍ기아차그룹은 2년 뒤 자동차 생산 목표(6백만 대) 중 절반에 가까운 2백93만 대를 국외에서 만들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그룹 관계자는 “미국·중국·인도·체코·슬로바키아·터키 등 6개 거점에 8개 국외 기지가 2009년부터 본격 가동될 수 있다”라며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제가 확산되면서 세계 시장이 경제 블록으로 묶여 현지 공장을 갖지 못한 자동차 업체는 관세를 물어야 하므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외 생산 기지 건립은 바람직한 흐름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국외 기지 생산량이 국내 공장 생산량과 맞먹거나 앞질렀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해 생산량 8백57만 대 중 47.8%에 달하는 4백10만 대를 해외에서 만들었다. 혼다와 폴크스바겐은 국외 생산량이 6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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