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복지도 입맛 따라 ‘쏙쏙’
  • 최만수 프리랜서 기자 ()
  • 승인 2007.05.21 10: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택적 복지 제도 시행 2년…기업에서 공무원 조직까지 ‘도입’ 활발

카페테리아 좋아하세요? 대기업에 다니는 손지영씨(35)는 요즘 직장 생활이 즐겁다. 손씨의 회사는 최근 ‘카페테리아 복지 제도’를 도입했다. 카페테리아 복지 제도란 회사에서 복지 항목을 정해주면 직원들이 입맛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녀는 독신이기 때문에 그동안 가정과 관련된 복지 항목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됨으로써 복지 혜택을 문화 생활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매주 영화를 관람하고, 한 달에 다섯 권씩 책도 사볼 수 있게 되었다. 손씨만 카페테리아 복지 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만족하면서 회사의 전반적인 사기도 올랐다.
소득이 증가하고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국민들은 복지 제도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부와 기업 모두 다양한 복지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막연하게 복지를 늘려간다면 정부와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고 성장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성장과 복지의 조율이 요구되었으며, 이에 부합하는 선택적 복지 제도가 조명을 받게 되었다. 선택적 복지 제도란 ‘기업에서 제공하는 일정한 예산 내에서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복리 후생 혜택의 유형이나 수준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다시 말해 제한된 복지 예산으로 근로자들에게 더 큰 만족을 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1962년 GE(제너럴 일렉트릭)에서 가장 먼저 채택했고,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한국 IBM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2000년 이후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제일제당·KTF·삼성생명·동양제과 등이 이 제도를 들여왔다. 민간 기업의 도입이 활발해지자 공무원 사회에서도 선택적 복지 제도 도입이 활발히 검토되었다. 한양대 경영학과 유규창 교수는 “사람들의 관심사, 요구 사항 등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획일적인 복리 후생 정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여성 인력·고령 인력·외국 인력 등이 늘어남에 따라 근로자들의 복지에 대한 요구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라며 선택적 복지 제도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복지 제도는 기업의 판단에 따라 일방적으로 마련되었다. 노사 분규에서 협상안으로 제시되다 보니 양적인 면만 확대되고 질적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예산은 늘어났음에도 구성원 모두가 골고루 혜택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들이 많이 실시하고 있는 대학 학자금 지원은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는 경우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젊은 직장인들은 혜택을 전혀 보지 못했다. 기업에서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고도 소수의 근로자들만이 혜택을 얻었던 것이다. 효율성뿐만 아니라 형평성 부분을 강화하는 데도 선택적 복지 제도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많은 설계 시간·비용이 ‘걸림돌’


 
선택적 복지 제도의 유형은 종업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복리 후생 프로그램의 종류에 따라 나뉜다.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들은 ‘선택 항목 추가형’을 채택하고 있다. 선택 항목 추가형은 모든 구성원에게 최소한의 복리 후생 항목(core)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구성원들 개인에게 부여된 일정 점수 한도 내에서 공통 항목의 수혜 범위를 증가시키거나 핵심 항목 외에 별도의 항목(option)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의무 가입을 원칙으로 함으로써 안정적인 복리 후생 제도를 유지하고, 선택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구성원의 개별 욕구도 충족시켜준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선택적 복지 제도는 개인의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으며, 변화하는 복지 수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예산의 증가를 막아서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고, 복지 수혜의 불균형을 해소해주는 장점도 있다. 선택적 복지 제도는 궁극적으로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조직의 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가 아닌 근로자 스스로에게 판단을 맡김으로써 관리상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선택적 복지 제도의 설계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문제이다. 한양대 유규창 교수는 “초기 단계에서 예산이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제도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예산이 늘어나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존의 복지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과거의 복지 제도에서 수혜를 받던 기득권자들이 반대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통해서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도입을 꺼리는 기업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공무원 연금제도 개선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원식 교수(건국대 경제학과)는 “선택적 복지 제도에서는 기업 연금·퇴직 연금·의료 연금이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나라 시스템에서는 퇴직 연금과 기업 중심의 의료 연금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연금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선택적 복지 제도가 기존의 제도에 비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일방적 의사 전달이 아니라 쌍방향의 의사 소통으로 다양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선택적 복지 제도에서 조직 간의 합의와 의사 소통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기업이나 정부는 조직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노조는 과거의 제도에서 혜택을 받던 일부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복지 예산 확충에만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조직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사측과 타협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선택적 복지 제도를 통해 모두가 ‘윈-윈’하려면 사측과 노조의 노력이 필요하다.

 

‘복지 주치의’들이 뛴다

이지웰페어·e-제너두, 카드 등 활용해 2백50여 기관 관리

 
복지 관리 분야에서 현재 국내에서는 ‘이지웰페어’ ‘e-제너두’라는 두 아웃소싱 회사가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지웰페어(대표 김상용)는 2003년 설립되어 현재 서울시, 경기도 교육청, 국민건강보험공단, LG화학, 대우건설 등 1백65개 기관에 36만명의 회원을 관리하고 있다. 이지웰은 고객과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복지Net’ 시스템을 운영해 임직원이 제도 관련 사내 공지 사항, 복지 상품 정보, 영어 회화, 뉴스, 이벤트 정보,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정보를 개인별로 원하는 시간에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문화와 소속 임·직원 개개인의 성향, 근무 환경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복지 포털 개념의 맞춤형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e-제너두(대표 김정호)는 2000년 8월, 국내 최초의 복리 후생 아웃소싱 전문 기업으로 출발했다. 경찰청·통일부·문화관광부·신한생명·플무원 등 1백98개 기관에서 36만명의 회원을 관리하고 있다. e-제너두는 선택적 복지 제도 운영시 문제가 되는 영수증 청구 절차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고자 복지 카드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 LG카드·신한카드·우리카드 등 10개 카드사와 복지 카드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