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시장 먹는 데 물불을 가리랴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5.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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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우리 은행, 회원 확보 대공세 펼쳐

 
신용카드 업계의 시장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카드 전문 회사들보다 은행들이 시장 공략에 먼저 깃발을 들었다.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주택담보대출 영업이 정부 규제로 막히자 카드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전쟁이라 할 정도로 카드 고객 쟁탈전이 치열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다른 카드사 회원을 빼앗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여기에는 신상품 개발, 서비스 차별화, 수수료율 내리기, 마케팅 활성화, 전담 조직 가동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지난해 ‘커피빈 카드’와 맞벌이 부부 대상의 ‘둘이 하나카드’에 이어 지난 2월 초 지하철·버스를 탈 때 할인해주는 ‘하나 마이웨이 카드’를 내놓았다. 월 최대 4천원 교통 요금 할인, 대형 할인점 월 2만원 할인, 평생 연회비 면제 등으로 10만명 이상을 끌어들였다. 경쟁사들은 ‘역마진에 가까운 상품’이라며 카드사 영업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열 은행장은 연초부터 “특단의 조처를 통해 3백만명인 회원 수를 배로 늘리겠다”라고 공언했다. 하나은행은 이에 따라 카드본부를 은행장 직속 조직으로 만들었다.
우리은행도 카드 영업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외식 업체 20% 할인이 가능한 ‘우리e카드’에 이어 최근 국내 처음 신용카드에 체크카드 기능을 더한 ‘V카드’를 선보였다. 지난 3월 말 취임한 LG카드 사장 출신의 박해춘 은행장의 첫 작품으로 경쟁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박사장이 자신의 장기인 카드 부문에서 강공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체크·신용 카드 기능이 결합되어 2만~100만원 범위의 사용액까지는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잔액이 없거나 지정액 이상은 신용카드 결제로 처리되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100억원대의 마케팅 비용을 확보하고 대대적인 ‘고객 사냥’에 나설 작정이다.
카드 업계가 긴장하는 대목은 체크카드로 V카드를 발급받고 6개월 뒤 신용도를 평가해 신용카드 고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 카드 발급 기준에 못 미치는 신용 하위 등급자나 20대들을 발급이 쉬운 체크카드 손님으로 잡은 뒤 신용카드 이용자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6월까지 현금 서비스 수수료율을 우량 고객에게는 업계 최저(7.7%)로 적용하는 등 전방위 마케팅을 펼친다. 또 카드 상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팀도 가동 중이다.

 

대기업 카드사들, 대반격 별러


국민은행은 지난 1월 이마트와 손잡고 10만원 이상 결제 때 5천원을 깎아주는 ‘이마트KB’를 선보였다. 이 카드 역시 다양한 할인 혜택의 틈새 상품. 한 달 동안 6만명이 신청했을 만큼 인기다. 국민은행은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카드 모집인 제도를 부분 운영하기 시작했다.
카드 업계 1위 LG카드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22.6%로 높인 신한금융그룹은 카드 시장 정상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 방안으로 5월 중 새 고객층을 공략할 상품을 내놓는다. 또 2년 내 신한카드와 LG카드를 합치기로 하고 올 상반기 중 전국 신한은행 지점에서 LG카드 발급 신청을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다른 은행을 포함한 경쟁사들은 현금 서비스 수수료 등을 내려 맞대응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6월13일부터 현금 서비스 수수료율을 연간 11.25∼26.8%에서 8∼27.4%로 바꿀 예정이다. 신용도가 우수한 사람은 최저 3.25%포인트까지 수수료를 내려 현금 서비스 이용률을 높인다는 의도에서다. 한국시티은행도 4월부터 현금 서비스와 리볼빙 수수료율을 신용에 따라 연 15.99~27.99%에서 9.9~27.9%로 내렸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부터 이용 기간 기준으로 연 18.72∼25.52%에서 9.9∼26.9%로 조정했다. LG카드 역시 일부 고객에게 현금 서비스 수수료율을 10∼20%까지 내렸고 삼성카드 또한 7.9%까지 낮추었다.
삼성·현대·롯데 등 대기업 카드사들은 방어적이었던 은행들의 대공세에 당혹스러워하며 반격을 벼르고 있다. 삼성카드는 여행·레저·결혼·생일 등을 겨냥한 ‘고객 맞춤형 생활금융 서비스’에 힘쓸 계획이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는 계열사인 자동차와 백화점·놀이 공원을 묶은 서비스로 대응에 나선다. 저마다 특화된 신상품으로 ‘영업 대전’을 펼칠 태세다.
현대는 CJ그룹과 손잡고 6월부터 CJ그룹 계열사 서비스를 추가한 ‘CJ-현대카드M’과 ‘CJ-현대카드M 레이디’를 판다. 
이런 가운데 카드 업계가 때 아닌 표절 공방전까지 펼치고 있어 말이 많다. 현대카드가 히트시킨 알파벳 마케팅의 벤치마킹이 이루어지면서다. 현대가 최근 이와 비슷한 상품들을 내놓고 홍보에 나선 LG카드와 우리은행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논란의 상품은 ‘LG스타일 카드’와 ‘V카드’. ‘LG스타일 카드’는 고객 취향에 따라 쇼핑(S), 영화(M), 외식(F) 등 3종의 특화 카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현대카드는 이에 대해 자사 주력 상품인 현대카드M, 현대카드S 등 알파벳에 의미를 담아 내놓은 상품들을 벤치마킹해갔다고 주장했다. 현대 관계자는 “쇼핑을 뜻하는 S자가 같고 디자인도 비슷한 면이 많다”라며 상품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한다. 현대카드 임원진이 LG카드 모회사인 신한지주를 찾아가 강력히 항의했고 법조팀과 법적 절차도 밟고 있다.
한풀 꺾였던 카드사 간 점유율 경쟁이 이처럼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지켜보는 금융감독원의 시선은 불안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현금 서비스 이용액을 마일리지 포인트에 넣어주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어 2002년 카드 대란을 답습해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회사의 시각은 다르다. 카드 대란은 현금 서비스가 지나치게 증가한 탓에 일어났지만 지금은 그 비중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객 서비스’를 강조하는 카드사와 ‘과열’을 염려하는 금감원의 신경전이 갈수록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현대 카드 “LG 다음은 나야 나”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대기업 카드사 업계 2위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두 회사는 업계 정상인 LG카드에 이어 선두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대카드의 맹추격으로 삼성카드의 2위 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 고객 확보에서 선점 경쟁이 불붙었다.
신용 판매·현금 서비스·카드론 등을 포함한 삼성카드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12.8%, 현대카드는 9.1%다. 2005년(삼성카드 14%, 현대카드 7.6%)보다 격차가 좁혀진 것이다. 여기에 신용 판매만을 따진 점유율은 현대카드가 13.2%로 전년(12.5%)보다 0.7% 포인트 높다. 삼성카드의 점유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13.8%였던 것을 감안하면 현대카드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2002년 현대카드가 1.9%, 삼성카드가 18.5%였던 것에 비하면 현대카드의 추격에 가속도가 붙었다.
현대카드는 해외 자금 시장 진출 등 차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적극적이다. 세계적 신용 평가사들로부터 시중 은행과 같은 신용 등급을 받았다. 이어 4월29일 아시아권 최초로 4억 달러의 무담보 해외 채권 발행 계약도 맺었다. 스포츠 마케팅인 슈퍼 매치 시리즈, VVIP카드 공략, 파이낸스 숍 개점 등 질 좋은 고객 확보에 경영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에 질세라 삼성카드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증권시장 상장을 계기로 재도약을 꾀할 예정이다. 4월25일 상장 예비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아 빠르면 6월쯤 상장될 전망이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천7백19억원. 현대카드(2천8백10억원)보다는 적지만 흑자로 돌아섰다. 짐이 되었던 대환 대출 비중도 30%대에서 19.2%로 줄었고 연체율 역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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