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성인의 날, 냉랭한 부부의 날
  • JES 제공 ()
  • 승인 2007.05.2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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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은 성년의 날이다. 올해는 지난 5월21일로 부부의 날과 겹쳤다.
성년의 날은 1973년 제정되었다. “왕관을 줘도 바꿀 수 없다”라는 20대, 그 출발선에 선 만 스무 살 젊은이들에게 사회적 책임과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었다. 대구의 한 대학의 풍경 하나. 성년이 된 학생들은 ‘열심히 배우겠다’는 의미로 회초리 한 묶음을 교수들에게 선물했다. 교수들은 나이에 맞는 언어 사용, 책임 있는 행동, 과다 음주 금지, 결혼 전 순결 등 톡톡 튀는 네 가지 성년 조항이 들어 있는 ‘성인증’을 자체 제작해 성년이 된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사자 한 마리를 잡아야 성인으로 인정받는 케냐의 마사이족과 비교되지만 단출하면서도 훈훈하다.
부부의 날은 한국에서 올해 첫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부부의 날인 5월21일에는 숫자에 그 의미가 오롯이 담겨 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그것으로, 부부 관계의 소중함과 화목한 가정을 이루자는 숫자의 비유가 절묘하다.
그런데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법정 기념일 첫해부터 기념식도 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또한 부부의 날 법원 풍경도 을씨년스러웠다. 이날 법원에 합의이혼 서류를 낸 부부는 총 37쌍으로 이혼 행렬은 여전했다. 아니 하루 30∼35건이던 평균치를 뛰어넘었다. 부부의 날이라고 해서 서로 더 많이 이해해주어 이혼 신청이 조금이라도 줄 것이라는 기대는 헛되고 부질없었다. 훈훈함과 냉랭함, 똑같은 하루라도 너무나 체온 차이가 나는 그런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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