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가 간다 대한민국이 간다
  • 정락인 편집위원 ()
  • 승인 2007.05.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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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은 ‘아줌마의 날’이다. 인터넷 사이트 ‘아줌마닷컴’의 주도로 만들어진 이날이 올해로 8회째를 맞는다. ‘아줌마닷컴’의 회원들은 가족을 위해 늘 희생하는 아줌마 자신들을 위한 날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인터넷을 통한 의견 교환과 투표를 거쳐 ‘아줌마의 날’을 정했다. 첫해 기념 행사에 참여한 아줌마들은 50여 명.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전국 각지로부터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아줌마들이 모여들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아줌마의 날’이 널리 알려지고 동참하는 이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아줌마들이 가지는 영향력, 그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이 있는 가정의 달 5월의 마지막 날을 ‘아줌마의 날’로 선포한 것은 의미가 크다.
아줌마, 그들은 누구인가? 국어사전에서 ‘아줌마’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이르는 말’ ‘남남끼리에서 결혼한 여자를 예사롭게 이르는 말’ 등으로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이 시대 한국 사회에서 쓰는 ‘아줌마’라는 호칭은 좀더 특별한 속뜻을 담고 있다. 아줌마란 한 가정의 주부이며 아내이자 며느리, 어머니이자 학부모, 또는 이모나 고모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 대다수 여성이 속한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한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을 ‘아줌마’라고 부르는 순간, 그 신성한 지위는 사라지고 무시와 비하의 느낌만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아줌마’ 하면 관리되지 않은 몸매, 짧은 파마 머리, 남편과 자식을 위한 무조건적 희생, 시끄러운 수다 등을 떠올린다.

 
주어진 일에 최선 다하며 자기 계발에도 열성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아줌마들의 모습이 크게 변하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아이의 도시락을 정성들여 싸던 어머니는 발 빠르게 최신 입시 정보를 찾아다니는 어머니로 변신했다. 아침 내내 남편의 출근 준비를 돕던 아내는 전문가 못지않은 주식 재테크로 남편보다 더 큰돈을 버는 아내로 변신했다. 이런 아줌마들은 ‘희생’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지 않는다. 가족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투자에도 아낌이 없다. 이들은 대학, 문화센터, 사회 교육기관 등에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 전시회, 연극, 뮤지컬 등 각종 공연을 즐긴다. 환경, 소비자,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운동에서도 주역을 맡고 있다. 아이를 어느 유치원에 보낼 것인지에 대한 결정에서부터 정부의 교육 정책에 이르기까지, 가계부 관리에서부터 집 장만과 부동산 재테크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줌마. 그들이 한국 사회를 이끌어간다고 말한다면 과언일까.
‘가정의 수호신’에서 ‘가정의 CEO’로 변화하고 있는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아줌마를 들여다보았다. 물론 변화의 와중에는 부작용도 따르는 법, 아줌마가 자신의 권리를 찾는 과정에서 흔들리고 그늘이 드리우는 가정도 찾을 수 있었다. ‘아줌마의 힘’, 그것이 가져온 빛과 그늘, 영향력과 한계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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