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왜 괴물로 만드는가"
  • 이재명 편집위원 ()
  • 승인 2007.05.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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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닷컴·공모 '아줌마가 고함'에 오른·말·말·말
 
제8회 ‘아줌마의 날’(5월31일)을 맞아 아줌마닷컴이 공모한 ‘아줌마들의 고함’에는 수많은 아줌마들의 하소연과 외침이 접수되었다. 다음은 그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1. 나라에 고함:아줌마들에게 일자리를 달라
●엄마와 아이의 이동권을 보장하라-대통령에게 (최승희)
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때 유모차는 필수품이다. 버스 타려면 자는 아이 깨우고 유모차를 접어서 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는 철인이어야 하고, 팔이 네 개 다섯 개 달린 괴물이 되어야 한다. 아이 낳으라고만 할 게 아니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 모든 버스를 턱이 낮은 저상 버스로 바꿔서라도 유모차 안 접고 버스 탈 수 있게 해달라. 버스·지하철 좌석에 아이 업은 엄마, 아이 안은 엄마도 표시하라.
●지원받는 것도 아니고 안 받는 것도 아닌 보육비-대통령에게 (김민정)
두 아이의 엄마이자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평범한 아줌마이다. 많지 않은 남편 월급으로 항상 빠듯하게 생활한다.
정부에서는 걱정하지 말고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지난 2월 동사무소에서 교육비 지원 금액을 확정받은 결과 월 3만6천원을 공제받을 수 있었다. 이 돈은 지원받는 것도 아니고, 안 받는 것도 아닌 액수이다.
아줌마들은 일할 곳도 만만치 않다. 나도 대졸 학력이지만, 두 아이를 낳고 벌써 30대 중반이다 보니 써주겠다는 곳이 없다. 갈 수 있는 곳은 식당 아니면 텔레마케팅 회사뿐이다.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대통령에게 (류진아)
5월5일 어린이날, 행복한 하루였지만 사회의 폭력에 세상을 먼저 떠난 아이들과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하며 잠시 가슴 답답함을 느꼈다. 유괴, 미성년자 성추행, 공부에만 내몰리는 아이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 내일은 어떤 소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또 우리를 슬프게 할지 두렵다. 어린아이들의 영혼이 짓밟히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달라.
●치아은행을 만들라-대통령에게 (양진주)
국가가 노인 복지에 관심을 보이고 노인 복지 정책을 계속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두 가지만 건의하겠다.
첫째는 자식 도움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생활하고 싶어하는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라.
둘째는 치아에 대한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치아은행·보험도 만들면 좋겠다. 틀니는 가격이 만만치 않아 3백만원 정도 한다. 건강한 어른조차 치아가 부실해지면 체력은 더 약해진다.
●출산 장려 정책은 중앙 정부에서-국회의원에게 (박경정)
경기도 시흥에 사는데 이곳에서는 출산 장려금이 한 푼도 없다. 딸 하나와 아들 셋을 두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넷 두셔서 나라에 이바지하셨네. 나라에서 뭐 나오는 것 있죠?”라고 말한다. 어느 지역은 나오고 어느 지역은 하나도 없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는가?
●재외 국민 자녀들에게도 교과서를 지급하라-교육부에 (곽동희)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9년째 살고 있다. 아이가 이제는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었다. 그런데 국어·사회·통합논술 같은 과목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다수 학부모들은 학습지를 선택하고 있다. 
재외 동포의 자녀들에게도 교과서 정도는 무상으로 배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외 국민들도 세금을 내고 있는데 의무 교육의 혜택은 왜 받을 수 없는가.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한 교육 환경 만들라-교육부에 (이인희)
학원 다니면서 어릴 때부터 꾸준히 공부한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다. 모든 것이 학원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심지어 어떤 학생은 학교에 잠을 자러 간다는 말까지 한다. 너무 답답하다.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한 교육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인적 자원을 교사로 채용해야 한다-교육부에 (남상숙)
대한민국에서 선생님이 되려면 초등은 무조건 교대를 나와야 하고, 중·고등은 사대를 나와야 한다. 물론 중·고등은 교직 과목을 이수하면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 없앤다고 한다.
선생님들의 자질을 높이려면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교직처럼 배타적이고 안정적인 직장이 어디 있는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인력을 선생님으로 임용해 아이들에게 다양한 수업과 인성을 접하게 해야 한다.
●아직도 남아 있는 직장 내 여성 차별 없애달라-여성부에 (이효진)
결혼 전 중소기업에 들어가 6년째 다니고 있다. 사규는 모두 남성 위주이고 여성에 관한 규정은 없다. 생리 휴가는 써본 적도 없다. 출산 휴가도 어떻게 3개월 쓰냐고 해서 한 달밖에 못 썼다. 아줌마라는 이유로 똑같이 일하면서도 연봉이나 인센티브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여성들의 권리가 중소기업에서도 적용되도록 지도해달라.
●임신부·출산부들의 병원비 부담을 줄여달라-여성부에 (이정민)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몇십 가지 검사 가운데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검사는 5가지 정도밖에 안 된다.
검사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이들 예방 접종도 그렇다. 현실적으로 보건소에 가는 것이 쉽지 않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24개월까지 병원에서 맞는 예방접종비만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형식적인 출산 장려만 하지 말고 임신부·출산부들의 부담을 줄여달라.
●근로자의 날에 어린이집을 왜 강제로 쉬게 하나-노동부에 (홍경석)
5월1일은 근로자의 날이지만, 비정규직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노동부 공문에 따라 올해부터는 근로자의 날에 어린이집이 쉬게 되었다고 한다.
근로자의 날에도 아이를 보육 시설에 맡기고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다. 근로자의 날에 어린이집을 강제로 닫게 하는 노동부의 처사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깨끗한 환경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자-환경부에 (김민정)
미래를 생각하면 이미 낳아버린 아이들도 걱정인데 어떻게 더 새로운 생명을 낳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지구를 살리는 일만은 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참해야 하는 일이다. 일회용품 한 가지라도 덜 쓰고, 물 한 방울이라도 더 아끼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가장 바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2. 세상에 고함:아줌마가 세상 바꿀 수 있다
●우리 서로 눈인사라도 하자-이웃에게 (이애란)
집 앞에서 마주치게 되면 서로 말은 안 해도 인사 정도는 어떤가? 그냥 지나쳐버리기보다는 인사 한 번 하니 좋더라. 우리 먼저 인사해보자. 기다리지 말고….
●엄마와 아줌마, 여자는 같은 존재이다-세상 사람들에게 (송현주)
‘엄마’라고 하면 정겹고 그리움이 밴 반면 ‘아줌마’라고 하면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엄마’와 ‘아줌마’, 그리고 ‘여자’는 한 사람이다.
●빨리빨리? 웃으면서 여유 있게-세상 사람들에게 (유영은)
나라를 바꾸려면 정말 힘이 들지만, 아줌마가 바꿀 수 있는 가정은 쉽다. 먼저 웃으라. 웃으면 끝이다. ‘쫀쫀한’ 남편이 “이런 건 뭐 하려고 샀느냐?”라고 시비를 걸어도 그냥 웃으라.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모두가 별천지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화내지 말고 우리부터 바뀌자.
3. 가족에 고함:아프면 더 서러운 아줌마의 현실
●아줌마는 아파도 아플 수 없다-시댁 식구에게 (최보영)
시어머니 아플 땐 온 집안이 난리 난 듯 응급실에 쫓아가고, 남편 아플 땐 침대에 고이 뉘어놓고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가게 일 밤새도록 다 해냈건만, 정작 내가 아파서 눕게 되자 누구 하나 돌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병원비 아까워 하루 종일 굶은 채 누워서 아픈 걸 참고 있는데 시어머니는 구시렁거리고 남편도 푸념만 늘어놓는다.
결국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여의사는 이런 사정을 듣더니 “우리나라에서 여자는 아파도 안 되죠? 그러니까 자기 몸은 자기가 챙겨야 해요. 몸 아프면 서러운 건 여자뿐이라니까요” 하고 말했다.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내 신세가 처량하다 싶은데 남편이 전화해서 직원들 급여 주는 거 계산하기 힘드니 와서 계산 좀 해달란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환자복 입은 채로 달려갔다. “나는 좀 아프면 안 되니?”
이름뿐인 가족. 서글픈 현실이다.
●엄마도 너와 같은 공주란다-딸에게 (김현영)
이제 막 10대가 된 내 딸을 보내주신 신께 감사드린다. 하지만 사춘기를 앞두고 엄마의 꾸지람에 예전과는 다른 눈빛을 보내는 네 모습을 보며 당혹스럽고 또 섭섭하기도 하다. 엄마도 예전에 외할머니께 그랬던 기억이 있어 이해가 간다만, 가끔씩 네가 하는 말을 엄마가 못 알아들을 때 한숨을 내쉬며 한심한 듯 바라보는 눈빛! 엄마는 정말 슬프단다. 엄마도 너처럼 예쁜 딸, 예쁜 공주였다는 걸 잊지 말아주면 좋겠구나.
●아줌마도 빨간 날에 쉬고 싶다-남편에게 (박수진)
결혼, 임신, 그리고 열 달을 기다려 내 아이를 낳았을 때 남편은 고맙다고 하면서 앞으로 아이와 나만을 위하겠다고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걸음마를 하는 이 녀석은 정말 천하무적이다. 엄마가 자기 눈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울음이 시작된다. 화장실에 갈 때도 안고 가야 하고, 식사는 요놈이 잠깐 자는 시간에 해결하거나 그릇에 밥 비벼 선 채로 먹어야 한다.
일요일! 늦잠 자는 남편을 깨우면 “휴일은 좀 쉬자”라며 신경질을 낸다. 아기에게 주말이 있는가? 아침 7시면 우유 달라고 빽빽 울어댄다. 주말에는 하루 종일 아이 뒷바라지에다 남편 뒷바라지까지 휴~ 한숨이 난다. 월요일! 비슷한 또래의 아이 엄마들이 모여 초췌한 모습으로 차 한잔 마시며 남편 흉, 시댁 흉을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남편들은 휴일이 있지만 도대체 우리에게는 휴일도 없다. 달력 속의 빨간 날도 우리에게는 빨간 날이 아니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에게도 편히 쉴 수 있는 빨간 날을 달라.
 
4. 기업에 고함:안심하고 먹을 만한 식품을 내놓으라
●애프터서비스 제대로 하라 (김현희)
고객 관리를 잘한다는 정수기 업체. 막상 서비스를 받으려고 하니 처음  계약할 때와는 딴판이다. 제품 설치 후에는 고객센터에 연락해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다. 
●먹을거리 함부로 만들지 말라 (김현진·이애란·김미진·이미연)
판매되는 식료품 아직도 믿지 못한다. 설탕, 합성 보존료, 인공 조미료 등을 왜 넣는가? 아토피도 먹을거리와 관계가 많다는데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라.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그렇지만, 아침 등교시 문방구에서 파는 정체불명의 군것질거리들은 정말 곤란하다.
●분유·기저귀 값 내리라 (배자영)
영·유아에게 필수품인 기저귀·분유 값이 너무 비싸다. 분유 1만8천2백원 2통, 우유 하루 3개 일주일 1만5백원, 기저귀 40개 1만8천8백원. 이것만으로도 한 주에 8만원이 넘게 든다.
●인생 경험을 중요시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라 (성경애)
40대 중반에 들어서 아이들 다 키웠다 싶어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왔다. 대다수 기업이 주부 사원보다는 나이 젊은 사람들을 선호한다. 오랜 생활 경험과 인생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기업체가 많아지고 거기에 맞춰 우리 같은 사람들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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