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이 예뻐야 돈이 굴러들어온다
  • 노진섭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5.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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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이 예뻐야 진짜 미인’이라고 했던가. 화려했던 앞부분을 단순하게 하고 밋밋했던 뒷부분을 강조한 ‘뒤태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의류·구두·자동차·CD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장혜진 과장은 “앞부분은 기본이고 뒷부분까지 신경 쓴 제품이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거 일부 명품에서나 볼 수 있었던 뒷부분 강조 제품이 요새는 일반 제품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의류와 구두의 경우 거의 모든 브랜드가 뒷부분을 강조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여러 시상식에 참석한 여배우들은 포토 존에서 하나같이 뒷모습을 공개한다. 등을 훤히 드러낸 백리스(backless) 스타일에서 코르셋처럼 끈으로 묶는 의상까지 뒷모습을 강조한 의상들이다. 미국의 인기 TV 프로그램 <섹스 앤 더 시티>에서는 뒤꿈치에 리본이 달린 백 리본(back ribbon) 구두가 등장해 여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부산 KTF의 치어 리더는 바지 엉덩이 부위에 ‘KTF’라는 글자를 새겨 관중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직원의 사진과 전화번호를 차량 뒷부분에 큼지막하게 붙이고 다니는 택배 회사나 물류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 있다. 하나같이 뒷부분을 강조한 ‘뒤태 마케팅’이다.

 
20~30대 84% “뒷모습에 신경 쓴다”


뒤태 마케팅은 뒷모습에 신경 쓰는 소비자의 심리와 맞아떨어지면서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온라인 오픈 마켓 업체인 G마켓이 최근 20~30대 성인 3천5백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중 84%가 ‘평소 뒷모습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관심 있게 생각하는 뒷모습으로는 잘빠진 콜라병처럼 굴곡진 몸매(34%), 볼륨 있는 힙 라인(26%), 쭉 뻗은 다리(21%)와 헤어스타일(14%) 등을 꼽았다. 
그러나 ‘(자신의) 뒷모습에 자신 있다’라고 한 응답자는 37%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G마켓 관계자는 “뒷모습에 신경을 쓰면서도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주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G마켓은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의류와 이에 맞춘 속옷의 지난 1분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백50%, 80%씩 늘어났다고 밝혔다. 
여성들 사이에서 허리 뒤에 리본을 달아 뒷부분을 강조한 원피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허리가 잘록해 보이고 여성스러움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대형 벨트가 휩쓸고 간 자리를 허리 리본이나 허리 주름 장식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앞모습은 평범하지만 등을 노출하는 백리스 원피스도 인기다. 직장에서는 카디건을 걸쳐 입다가 퇴근 후 특별한 모임에 가서 겉옷만 벗는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G마켓 패션2그룹 이애리 과장은 “원피스뿐만 아니라 포켓이나 무늬를 만들어 밋밋한 엉덩이를 볼륨 있게 보일 수 있는 청바지나 스커트도 매력적인 뒤태를 연출하는 아이템으로 인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아름다운 뒤태를 완성해주는 속옷도 시선을 끌고 있다. 등이 패인 옷을 입었을 때 브래지어 끈이 보이지 않는 실리콘 브래지어는 장수 히트 상품이다. 또 장식적 효과가 큰 끈이나 X자형 띠로 디자인된 브래지어도 베스트셀러이다.
브래지어뿐만 아니라 처진 엉덩이를 올려 볼륨감 있는 엉덩이 라인을 만들어주는 힙업 패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힙업 패드를 판매하는 힙스코리아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늘어났다. 여성들의 S라인 몸매 만들기 붐이 일면서 이 제품의 판매가 급증하자 이를 모방한 중국산 제품도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회사의 박호동 대표는 “과거와 달리 뒷모습을 강조하려는 여성들이 늘면서 힙업 패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15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골반 바지에 적합한 골반 팬티나 스키니 진에 입어도 자국이 나지 않는 노라인과 T팬티 등도 뒤태를 살려주는 제품이다.

 
 
‘엉덩이가 예쁜 차’ 판매량 급증


 
뒤태를 강조한 구두도 여성들의 발길을 끈다. 뒤꿈치 부분에 큰 리본이나 체인, 큐빅 등으로 장식된 스타일이 인기이다. 골드나 실버 또는 강렬한 원색 굽의 하이힐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백 리본 구두를 즐겨 신는다는 직장인 서현희씨는 “예전에는 명품 백 리본 구두가 도발적으로 보여 아무나 신지 못했지만 지금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백 리본 구두는 2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이지만 여성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액세서리로 여겨지면서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G마켓 관계자는 “뒤꿈치를 강조한 여성 구두가 전체 제품의 30% 정도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고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뒷모습을 강조하는 제품은 여성의 의류와 구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지난 3월 4집 앨범을 낸 가수 린(LYN). 이 가수의 앨범 재킷 사진은 린이 헤드폰을 낀 채 뒤돌아 앉아 음악을 듣고 있는 장면이다. 가수의 이미지와 얼굴을 강조하기 위해 얼굴 앞면이나 옆면 사진을 사용했던 기존 앨범 사진과는 다른 이미지이다. 가수 린의 소속사인 굿이엠지(goodemg)의 디자인 담당자는 “소속사에서는 처음으로 가수의 뒷모습을 앨범 사진으로 썼는데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다. 외모보다 가창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가수의 의지가 강조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자동차도 변화하고 있다. 뒷유리와 트렁크가 통째로 열리는가 하면 트렁크 덮개가 온통 유리인 차도 등장했다. 뒷면 램프 디자인도 각양각색이다.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뒤태 마케팅을 ‘한국에서 해치백(hatch back)은 안 된다’는 통념을 깨는 데 활용하고 있다. 해치백이란 뒷유리와 트렁크 덮개가 붙어 있는 스타일을 말한다. 최근 뒤태로 화제에 오른 차들은 상당수가 해치백이다. ‘해치백 교과서’로 불리는 폭스바겐의 골프, 유럽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된 푸조의 307HDi 등이 대표적이다.
엉덩이가 예쁜 수입차 중 단연 손꼽히는 차량은 바로 볼보의 ‘C30’. 이 차는 전면보다 후면이 더 강한 인상을 준다. 후면 상단을 옴폭하게 파 멋을 부렸고 트렁크 문이 통유리로 되어 있다. 볼보 관계자는 “국제모터쇼 때 후면 윈도를 처음 선보였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C30에 처음 적용했다. 지난 3월 국내에서 판매했던 차량 2백 대 중 48대가 C30이었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모델 중에는 골프 2.0GTI가 엉덩이가 예쁜 모델로 꼽힌다. 이 차는 폭스바겐 전체 모델 중 판매 2위를 차지했다. 푸조 모델 중에는 307HDi가 후면 브레이크 등이 인상적인 자동차로 꼽힌다. BMW의 뉴미니는 트렁크가 책상 서랍처럼 앞으로 열려 눈길을 끈다. 
지난 4월 쌍용자동차는 서울모터쇼에 맞춰 카이런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뒷모습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많았던 기존 청바지 뒷주머니 모양의 후미등을 가로로 길게 늘어뜨린 스타일로 바꿔 고급스러움을 강조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입소문을 타고 GM대우차의 라세티는 지난 1~4월 매달 1천 대 이상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쓸쓸함 등 부정적 이미지였던 뒷모습을 긍정적으로 강조한 뒤태 마케팅이 새로운 경제·문화 아이콘으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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