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을 끄고 휴대전화를 끈 시간. 봄바람처럼 사랑이 오듯 부드러운 고독감이 퍼져든다. 마음을 무겁게 했던 관계, 일에서 풀려나 가뿐하고 시원하게 생각에 잠겼다. 쉽게 마음의 중심을 잃고 고뇌와 외로움에 함몰될 만큼 나약한 사람들…. 도시 삶에서 치인 긴장감, 고독과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고 편안해질 장소가 얼마나 될 것인가. 편안할 장소가 사라지는 것이 우리 때문인 것을 얼마나 뼈아프게 고민해보았을까. 도시 생활, 소비 천국인 쇼핑몰, 늘어선 간판들과 광고, 그 뒤에는 매일 고층 빌딩만큼의 쓰레기가 쌓이고 푸르른 야산과 숲을 밀어내고 시냇물을 마르게 하고 새와 다람쥐와 토끼를 사라지게 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생태 도시가 희망이다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정상회의’(WSSD)가 열렸을 때, 한국은 ‘갯벌을 파괴하는 세계 최대의 간척사업, 한국 새만금’ ‘인공호 시화호의 비극’ 등 두 가지 개발 사업으로 지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해친 국가로 기록된 것을 알고 있는가.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는 등 환경 재앙을 예고하는 일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자취로 동아시아의 지진 해일이 기억난다. 텔레비전을 통해 목격한 해일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날 밤 모텔에서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바다와 아주 가까운 모텔이라 얼마나 파도 소리가 요란했던지. 시간이 지날수록 동아시아 쓰나미 재앙으로 파괴된 마을과 사라져버린 사람들에 대한 생각과 파도 소리가 뒤섞여 내 몸 자체가 세탁기처럼 시끄럽게 돌아갔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환경 재앙. 세상은 이에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해결책 하나는 도시들을 생태 도시로 바꾸는 일이다. 독일 베를린의 녹색 혁명처럼 말이다. 시멘트 보도를 걷어내고 잡풀이 자라면 자라는 대로 내버려두고 나무를 더 심어 자연스러운 생태 도시로 바꿔야만 온난화 현상을 해결할 싹이 보이리라.
이런 꿈과 달리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나무가 사라진다. 적어도 수십 년 햇볕과 공기와 바람이 만들어낸 소중한 예술품이 쓰러지고 있다. 숲은 탄산가스를 흡수해 지구 온난화를 늦추어준다. 나무 없는 세상을 생각해보라. 도시의 소음에 지친 귀를 씻어주는 산새 소리가 사라질 것이다. 어느 대학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종이컵이 4만 개, 이것이 썩는 데 20년이 걸린다고 한다.
전체 생명의 70%가 사라진다니…
한 도시에서 매일 버려지는 쓰레기는 고층 빌딩만하다. 이걸 방치한다면 도시화의 열섬 효과는 더 커질 것이며, 집중 호우가 이어지고, 온도와 강수량의 진폭은 심해져 미래의 기후 예측은 복잡해질 것이다. 그것을 암시하는 무서운 미래 경고 재난이 매년 일어나고 있다. 전체 생명의 70%가 사라진다는 예측이 아주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할 것이다. 방 안에 있어도 문틈으로 스멀스멀 밀려왔던 황사 바람. 그 황사 바람처럼 환경 재앙은 밀려오리라. 더딘 듯하지만 어떤 공포, 두려움으로 천천히….
환경 문제 해결만은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일상 생활을 살펴보더라도 섬뜩할 만큼 타성에 젖은 우리의 습관들. 크게 고민할 새도 없이 쓰레기통에 넣는 포장 비닐들. 이걸 어찌할까. 내 딸이 어른이 되는 그날 이 땅, 이 세계는 어찌 될까. 없어지지도 않을 환경 암 덩어리들을 어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