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속의 '공공의 적' 헬리코박터
  • 이성희 (인제의대 교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
  • 승인 2007.06.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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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발생시키는 주요 인자...한국 성인 60~70%가 감염

 
평소에 소화가 안 되고 더부룩하며 가스가 잘 차는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은 이 아무개씨(53)는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위염이 심하고, 십이지장 궤양을 앓은 흔적이 있으며, 조직 검사 결과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고 있는 나선 모양의 세균으로, 이를 구명한 학자들이 2005년 노벨의학상을 공동 수상하면서 유명해졌다. 오랫동안 위 속에는 산도가 매우 높은 위산이 존재하기 때문에 무균 상태일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의 존재가 증명됨으로써 위 내에도 세균이 존재하며, 이 균이 바로 만성 소화불량,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등의 소화성 질환뿐 아니라 위암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특히 짜고 맵게 먹으며 함께 국물을 떠먹는 독특한 식습관으로 인해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매우 높아 성인의 60~70%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 등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감염률이 85~95%로 더 높고, 헬리코박터균이 감염되어 있는 경우 궤양이 반복적으로 재발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진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1994년 헬리코박터균을 위암을 일으킬 수 있는 1군 발암 인자로 공식 발표했으며,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감염자에서 위암의 발생 위험이 10배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국민의 70%가 온갖 위장 질환과 위암의 원인인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으니, 한국 사람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 중 위암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이씨처럼 위내시경 검사와 조직 검사를 통해 균의 존재를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최근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관심 증가로 건강 검진시 혈액검사를 통해 헬리코박터균 항체를 검사해 감염 여부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항체는 과거에 감염된 적이 있으면 항상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것이므로 양성 반응으로 나왔다고 해서 현재 감염되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단 항체가 양성인데 과거에 치료받은 병력이 없는 경우에는 현재 감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항생제·위산 억제제로 치료


그 외에 요소호기 검사라고 하여 호흡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이 배출하는 가스를 검출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힘든 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고도 감염 여부를 알 수 있고, 결과도 비교적 정확한 편이므로 주로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제균 치료 후에 효과 판정을 위해 사용된다.
그러면 위암 예방을 위해 전국민의 70%에 달하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는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전체 감염자 중 위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1% 미만이며, 이들을 모두 치료할 경우 의료비도 문제될 뿐만 아니라 치료시에 사용하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도 급격히 증가할 위험이 있으므로, 단순히 위암 예방의 목적으로 치료를 권장하지는 않는다.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데, 처음에는 두 가지 종류의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하루 두 번씩 1~2주간 먹으면 된다. 단 항생제의 용량이 통상적인 감염 치료 용량의 2배이기 때문에 한 번에 먹는 약이 4~6알 정도로 많다. 최근에 항생제 내성이 보고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개 1~2주간의 치료 후 80% 이상에서 치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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