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변신은 어디까지?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6.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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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체제로 전화하고 '투톱 시스템' 가동할 듯

CJ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변신한다. 경영 지배 구조의 틀을 단순화하기 위해서다. 지주회사로 바뀌면 계열사들끼리의 순환 출자가 사라지게 된다. 최근 유죄 판결로 관심을 모았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과 같은 문제들이 생겨나지 않는다. CJ의 지주회사 전환은 올 들어 재계 순위 30위권 내 그룹 중 SK·두산·한진중공업 그룹에 이어 4번째다.
CJ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은 최근 열린 CJ(주) 이사회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이사회 의결 내용의 골자는 두 가지다. 여러 계열사들을 뭉뚱그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시행 시점을 9월1일자로 한다는 것. 회사명은 지주회사의 경우 주력 회사의 이름인 ‘CJ주식회사’로, 사업회사는 ‘CJ푸드’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자회사 16개에 손자 회사 43개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제일제당이 1997년 4월 계열 분리되어 기업군을 이루고 있는 CJ그룹은 ‘홀로 서기’ 10년 만에 지주사로 경영 틀이 바뀌게 된다. 삼성·신세계·CJ·한솔 등 범삼성가(家) 중 지주사 전환은 CJ가 처음이다. 그룹 오너인 이재현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손이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맏형인 이맹희씨의 장남이다.
지금의 CJ그룹은 주력사인 CJ가 1백30개에 이르는 4개 사업 부문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투자 업무까지 맡는 이른바 ‘사업 지주회사’ 형태로 되어 있다. 그래서 방대한 계열사 실적 부진과 투자 자금 유출이 생겨 기업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지주회사란 다른 기업체 주식 또는 지분을 가짐으로써 그 회사의 사업 활동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다른 기업체의 주식을 갖기 위해 세워진 회사라고 보면 된다.
이에 따라 CJ그룹 지주사가 될 CJ(주)는 △CJ푸드·CJ푸드시스템 등 식품 부문 △CJ엔터테인먼트·CJ미디어 등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부문 △CJ홈쇼핑·CJGLS 등 유통 부문의 자회사들을 거느리며 그룹을 총괄 지배하게 된다. 자회사는 16개, 손자 회사는 43개이다.
지주사 경영은 19.7%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 이재현 회장과 그의 외삼촌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손경식 회장의 ‘투 톱 체제’가 유력하다. 이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E&M 총괄부회장은 CJ 지분이 없고 CJ미디어 지분(1.32%)만 갖고 있다. 따라서 전문 경영인으로서 영화 제작 투자와 배급 사업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 대표는 7월 이사회 때 결정되겠지만 이회장·손회장 공동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출범할 CJ푸드는 기존 CJ(주)의 식품·제약·사료 등의 사업부와 삼호F&C· 삼양유지·신동방CP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지금까지는 CJ가 계열사 투자를 주로 해왔지만 앞으로는 지주사가 전체 투자를 관장·조율한다는 얘기다. 사업회사는 수년간 식품·사료·바이오 분야에서 투자가 이루어졌거나 구조 조정이 거의 끝나 추가 투자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CJ푸드는 이회장·손회장과 김진수 사장의 공동 대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CJ는 곧 주요 주주 대상의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이 회사는 우리투자증권을 통해 관련 준비를 해왔으나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면서 추진 작업에 탄력이 붙었다. 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로 10%포인트씩 완화되고 금융 자회사 매각 유예 기간도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다. CJ는 지난해 초 CJ엔터테인먼트와 CJ모닝웰 합병, 6월 해찬들 흡수·합병 등을 거치며 자사 주를 늘려 지금은 지분율이 20%에 달하므로 요건 충족에 어려움은 없다.
게다가 지주사 전환을 위한 CJ 주식 지분 분할 방식도 결정되어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CJ가 회사 재산과 주주들의 보유 주식을 함께 나누는 ‘인적 분할’ 방식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CJ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1백60만 주에 대해서도 4 대 6 비율로 나누기로 했다. 지주회사가 전체의 40%(64만 주)를, 사업회사가 나머지 60%(96만 주)를 갖는다. 또 경기도 김포·서울 영등포 공장과 기타 공장 터 등은 사업회사에, CJ 서울 본사 빌딩 등은 지주회사에 귀속된다. 그러나 갚아야 할 회사 빚은 분할한 뒤 두 회사가 책임을 진다.


 
로또 복권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
지주사 전환에는 3개월여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7월26일 임시 주주총회부터 열린다. 그날 회사 분할에 관한 특별 결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지주회사가 존속 법인이 되고 사업회사가 신설 법인이 된다. 이어 8월30일부터는 주식 거래가 정지되며 회사의 공식적인 분할 기일은 9월1일로 잡혀 있다. 또 9월6일에는 회사 분할을 등기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신설 법인으로 태어날 CJ푸드의 재상장 예정일은 10월4일이다.
사업회사의 주식 지분(19.3%)을 갖게 될 지주사 CJ는 ‘법정 기한(2년) 내 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갖도록 되어 있는’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규정을 충족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CJ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가질 수 없도록 되어 있는 CJ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 지분은 당분간 팔지 않고 공정거래법 개정과 증시 흐름을 보아가며 처리하기로 했다.
CJ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또 하나 ‘일’을 벌인다. CJ 계열 엠넷미디어의 자회사인 엠넷과함께(주)에 대한 증자를 통해 로또복권 운용 및 시스템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키로 한 것이다. 출자 예상액은 1백80억~2백50억원. 회사측은 “사업자 선정 결과에 따라 유상 증자 참여 내용이 바뀌거나 취소될 수 있다. 로또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7월 중 엠넷과함께의 유상 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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