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쇼핑몰 쇼핑' 팔 걷었다
  • 유근원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6.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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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쇼핑 사업에 전력 투구...'7~8개 온라인 쇼핑몰 인수' 소문도

 

 

 

 

 

 

 

 

 

 

 

 

 

 

SK텔레콤(SKT)은 올해를 모바일 쇼핑의 원년으로 삼았다. 모바일 쇼핑이란 구매자가 휴대전화로 물건을 보고 사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은 음악 파일이나 동영상 등 무형의 콘텐츠를 사는 ‘폰 꾸미기’ 시장이 고작이었다. 어디까지나 ‘맛보기’ 차원이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휴대전화로 옷이며 책이며 뭐든지 팔아보겠다는 계획이다. 전문 쇼핑몰을 통째로 인수해 유통까지 도맡겠다는 전략이다.
모바일 쇼핑 시장 선점을 위한 내부 조직 개편은 올 초부터 시작되었다. SKT 관계자는 “지난해 커머스 사업팀에 개발팀·추진팀 등 3개 팀을 합쳐 올부터 커머스 사업본부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온라인 쇼핑몰 구축을 위한 전문 인력도 20명을 더 뽑았다”라고 말했다.
SKT는 최근 ‘네이트 옥션’이라는 모바일 쇼핑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 쇼핑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았다. SKT의 전체 모바일 쇼핑 서비스 이용자는 월 70만명. 이 중 ‘네이트 옥션’ 이용자 수 추이를 보면 지난해 5월에는 1만5천명에 그쳤지만 올 3월에는 10만명으로 늘었다. 10개월 만에 6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일단 모바일 쇼핑에서 재미를 본 SKT는 유망한 전문 쇼핑몰 ‘사냥’에 소매를 걷고 나섰다. SKT가 전문 쇼핑몰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네이트 옥션’의 성공이다. SKT는 네이트 옥션을 직접 구축해 재미를 보았다. 반면 기존 쇼핑몰과의 제휴는 더디고 여기서 받는 수수료에도 한계가 있었다. 더 큰 이문을 남길 수 있는 자체 쇼핑몰이 절실했다. 쇼핑몰을 발아래 두고 시스템의 수직 체계를 갖추면 빠르고 탄력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 SKT 관계자는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느니 노하우가 쌓인 전문 쇼핑몰을 인수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고객 확보 차원에서도 유리하고 M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는 데 발 빠른 대응책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SKT 관계자는 “M커머스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은 휴대전화의 컨버전스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온라인에 이은 제3의 쇼핑 채널로 모바일이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SKT가 온라인 채널을 갖는다면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에 대다수 쇼핑몰 업계가 동의한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SKT는 2천만명이 넘는 휴대전화 가입자를 갖고 있다. 여기에 마일리지 포인트와 캐시백 서비스 등을 잘 활용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SKT의 인수 대상으로 물망에 오른 쇼핑몰들은 많다. 인터파크 · 알라딘 등 웬만한 인터넷 쇼핑몰은 한 번씩 SKT의 인수 대상 명단에 올랐다. 최근 쇼핑몰 업계에는 ‘SKT가 7~8개의 전문 쇼핑몰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얼마 전 인수 리스트에 올랐던 동대문닷컴과의 협상은 큰 인수 가격 차이로 결렬되었다. 하지만 쇼핑몰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기업이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면 같은 업종의 영세한 중소 쇼핑몰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생존권이 걸린 것이다.
이런 시선 때문인지 SKT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물밑 작업은 계속 이어졌다. 거론되는 인수 대상은 화장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인 체리야닷컴. ‘1백50억원에 인수를 추진 중이다’는 소문들이 나돌았다. 하지만 체리야닷컴과 SK측은 한결같이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서적 전문 쇼핑몰인 ‘모닝365’도 인수 대상에 올랐다. 모닝365는 계속된 적자에서 벗어나 지난해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SKT의 인수설에 대해 모닝365를 운영하는 하늘빛세상의 관계자는 “말할 수 없다. 모든 것은 SKT에 확인하라”며 답변을 피했다.


 
“많은 쇼핑몰 놓고 인수를 검토 중인 것은 사실”
SKT 관계자도 “어느 회사를 인수할지 구체적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만 많은 쇼핑몰을 놓고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다”라고 애매한 답변을 했다. 이에 대해 출판 유통업계 관계자는 “SKT가 모닝365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두 달 전부터 나왔다. 최근에는 ‘SKT가 한 회계법인에 의뢰해 모닝365를 실사했다. 얼마에 인수할지 계약금도 확정했고 마무리 단계만 남았다’는 구체적 그림까지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출판 유통업에 뛰어들면 영세한 온라인 서적 업체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진출해 자신들의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한다면 소비자와 출판 시장에는 활력을 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SKT측은 “다른 쇼핑몰도 얼마든지 망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다. 오픈 마켓은 판매자가 제품을 공급할 수도 있어 소비자와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SKT 홍보를 맡고 있는 조정아 매니저는 “모바일 경매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소비자는 원하는 물건을 좀더 싸게 살 수 있다. 또 휴대전화의 이동성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실시간 어디서나 쉽게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판매자도 편하다. 물건을 팔 때도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된다. 거래 수수료도 2%로 싼 편이다. 특히 연말까지는 거래 수수료와 물품 등록비가 무료다”라고 말했다.
SKT는 SK커뮤니케이션즈 외에 서울음반·IHQ·엔트리브소프트·SK아이미디어·팍스넷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교보문고·YES24·옥션과 5개 홈쇼핑 사업자 등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과도 제휴를 맺은 상태이다. SKT가 온라인 쇼핑몰을 인수하면 SK커뮤니케이션즈와 함께 유·무선을 연동한 쇼핑몰을 운영할 수도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포털 사이트 네이트닷컴을 운영하며 얼마 전 엠파스도 인수했다. 또 싸이월드를 통해 ‘네이트몰’과 ‘싸이마켓’을 서비스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SK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서 증손자 회사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규제를 감안할 때 손자 회사의 자회사 전환 등 관계 개편이 불가피하다. 이를 계기로 SK그룹 내 콘텐츠 사업이 자연스럽게 SKT 중심으로 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SKT의 2대 주주인 SK네트웍스는 이미 대형 유통 그룹 모습을 갖추었다. 의류 분야는 명품 브랜드 DKNY와 학생복 스마트 등으로 전국에 4백 개 매장을 확보했다. SK주유소에 설치되어 있는 편의점 OK마트나 자동차 수리 전문점인 스피드메이트는 본격적인 유통 사업에서 교두보 역할을 맡게 된다. 최근 수입 자동차 직수입 사업을 놓고 스피드메이트를 애프터서비스 창구로 활용하는 안까지 내놓기도 했다.
지난 5월 말에는 ‘SK네트웍스가 택배업을 하고 있는 대한통운을 인수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측은 ‘검토한 바 없다’고 공시했다. SKT의 유통업 진출에 대해 한 오픈 마켓 업계 관계자는 “SKT가 시장에 뛰어들게 됨으로써 결국 온라인 쇼핑 시장 전체 규모가 커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SKT가 온라인 쇼핑몰 인수를 추진 중인 만큼 어느 정도 규모의 쇼핑몰을 인수하느냐가 앞으로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M커머스 시장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홈쇼핑 업체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M커머스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데이터 통화료·정보 이용료 등 접속료 부담이 크고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여러 번 버튼을 눌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장 전망은 밝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천억원으로 추산되었던 모바일 쇼핑 시장 규모는 올해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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