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옥수수 먹고 자동차가 달린다
  • 노진섭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6.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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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울 수 있는 에너지’ 바이오 연료, ‘친환경+무한정 공급’ 가능해 인

 
"콩기름으로 차가 움직인다고요?” 서울 강남의 한 주유소에 들른 40대 회사원은 자신의 차량에 들어가는 경유에 콩기름이 섞여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현재 전국 1만2천여 개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경유에는 0.5%의 콩기름(바이오 디젤)이 섞여 있다. 이른바 ‘BD0.5’(경유 99.5%, 대두기름 0.5%)이다. 바이오 디젤이 20% 혼합된 BD20은 자가 정비 시설 혹은 자가 주유 시설을 갖춘 버스나 트럭 회사에만 공급되고 있다. 바이오 디젤은 대두·유채·해바라기·팜유 등 식물성 기름과 우지·돈지 등 동물성 기름, 폐식용유 등에서 추출한 연료로 만든다.
현재는 경유 차량에 사용 가능한 바이오 디젤만 공급되고 있지만 몇 년 후에는 휘발유 차량용 바이오 에탄올도 나올 전망이다. 바이오 에탄올은 사탕수수·사탕무·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연료로 만든다. 바이오 디젤과 바이오 에탄올 등을 일컬어 바이오 연료(Bio fuel)라고 한다.
현재 일반인이 사용하는 바이오 디젤의 혼합 비율은 0.5%이지만 앞으로 최대 5%까지 끌어올리고 세금 할인 혜택도 준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정부가 바이오 디젤 보급에 나서는 것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이행에 기여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해외 에너지 수급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 기준 4억3백50만 t으로 세계 10위이며 증가율은 연간 5.1%로 OECD 국가 중 1위이다.
바이오 연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화석 연료(Fossil fuel)의 절반 정도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바이오 연료 활용에 적극적이다. 바이오 디젤은 경유에 비해 78%, 바이오 에탄올은 휘발유에 비해 50% 정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또 금세기 안에 고갈될 것이라는 화석 연료와 달리 바이오 연료는 거의 무한정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키울 수 있는 에너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국내 바이오 연료 시장은 2002년 바이오 디젤 보급 사업을 전개하면서 형성되었다. 수도권과 전북 지역 73개 주유소에서 경유에 바이오 디젤 20%를 혼합한 BD20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2004년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 사업법’을 개정한 데 이어 지난해 7월부터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일반 경유를 바이오 디젤 혼합유로 전면 교체했다. 바이오 디젤의 제조와 판매는 이원화되어 있다. 3M안전개발·BDK·에코에너텍 등 15개 제조사가 5개 정유사에 바이오 디젤을 공급한다. 정유사는 바이오 디젤을 경유와 혼합해 판매한다. 국내 바이오 디젤 생산 규모는 연간 33만 t이다.
정부는 2011년까지 연간 55만 t의 바이오 디젤을 생산·보급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5월14일 성동구에 바이오 디젤 전용 ‘에코 주유소’를 설치하고 경유 80%에 바이오 디젤 20%를 혼합한 DB20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주유소는 성동구와 종로구 등 7개 구청의 청소 차량 1백50여 대에 바이오 디젤을 공급한다. 서울시는 또 내년 5월부터 시에 소속된 경유 차량 2천여 대에 모두 바이오 디젤을 공급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7월부터 관내 청소 차량 30여 대에 BD20을 사용하기로 했는데 내년부터 관내 모든 청소 차량(1백71대)에 사용할 계획이다. 제주도도 이르면 올해 말부터 BD20을 공급할 계획이다. 바이오 디젤 버스 1천6백여 대, 화물차 2천9백여 대, 건설기계 및 특수차 5천1백여 대 등 모두 9천7백여 대에 공급하기로 했다.


원재료 작물 확보 및 국산화가 관건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바이오 연료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은 대두와 같은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다. 바이오 디젤의 경우 우리나라는 대두유(73%)와 폐식용유(27%)를 원재료로 사용한다. 바이오 디젤의 주원료인 대두를 아르헨티나·브라질·미국 등으로부터 전량 수입하고 있어 수급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두 가격은 국제 유가와 동반해 상승한다. 유가에 따라 대두 가격이 올라가면 바이오 디젤 생산 단가가 높아진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유사가 바이오 제조사로부터 구입하는 바이오 디젤의 가격은 ℓ당 9백원으로 경유보다 2백50~3백원 비싸다. 교통세·교육세·주행세 등 면세 혜택이 없으면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경유를 수입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다.
바이오 디젤이 경제성이 없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한다. 산자부 석유산업팀 최정식 사무관은 “바이오 디젤은 경제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환경, 사회적 편익, 국제적 추세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추진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정부는 유채를 재배하기로 했다. 대두보다 품질이 좋으면서도 관광 수입과 농가 소득도 올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4월 농림부는 2009년까지 바이오 디젤용 유채 생산 시범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전남·전북·제주 등 3개 지역 총 1천5백 ㏊에 26억원을 투입한다. 농림부 농생명산업정책과 강영일 사무관은 “바이오 디젤 원료 확보는 물론 농촌 경관 보전으로 관광 수입 증대, 농가 소득 증대 효과가 있어 향후 3년간 시범 사업 결과를 토대로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디젤의 원재료를 국내에서 확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경제연구소 강희찬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바이오 연료 도입의 사회적 편익을 추정한 결과 바이오 디젤의 국산화는 사회적 편익 면에서 타당성 있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은 유채뿐만 아니라 카사바, 자트로파 등 열대식물의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까지 진출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디젤 공급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3M안전개발은 인도네시아·미얀마·중국 등에서 자트로파 재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창해그룹도 파푸아뉴기니에서 카사바 재배 사업에 들어갔다.
정부도 바이오 디젤 원료 확보에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산자부 최정식 사무관은 “유채의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면적도 넓혀갈 계획이다. 또 우지나 돈지 등 동물성 기름과 해조류를 이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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