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수입차, '여심' 싣고 씽씽
  • 유근원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6.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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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등록 대수 '월 최다'기록..젊은 여성 구매자가 갈수록 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수입차는 무엇일까? 벤츠라고 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탄다는 마이바흐를 꼽으면 차에 대해서 상식이 풍부하고 비교적 관심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 폴크스바겐 사의 ‘부가티 베이런’이 정답이다. 정답을 맞힌 사람은 슈퍼카에 관심이 있는 마니아다. 이 차는 국내에서는 35억원에 거래된다. 국내에는 2대가 있다. 한 대는 대기업 회장 아들이 소유하고 있으며 한 대는 부산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차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비싼 차로 시속 4백7㎞를 자랑한다. 그 밖에 국내에 5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엔초 페라리, 멕라렌 SLR,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등이 슈퍼카 시장에서 자주 회자되는 차들이다. 슈퍼카 시장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다른 차원으로 분류된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슈퍼카 시장과 벤츠나 BMW, 아우디, 렉서스 등 프리미엄급 세단형 승용차 시장 그리고 최근 판매 1위를 기록한 혼다 ‘CR-V’ 등의 3천~4천만원대 중급 승용차 시장이다.
최근 수입차 시장은 활기가 느껴진다. 수입차 판매가 국내 전체 시장의 5%를 넘어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올해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개인 명의로 구입한 차량 중 등록 대수가 가장 많은 브랜드는 혼다다. 총 1천4백39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되었다.
지난 5월에는 4천5백70대의 수입차가 새로 등록되었다. 월 최다 기록이다. 박은석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과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무려 25%가 늘었다. 올해 신규 등록 수입차 누적 대수는 2만1천66대에 달했으며, 누적 대수도 지난해 5월까지보다 26.9%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슈퍼카를 구입하는 마니아는 재벌 총수에서 성공한 자영업자까지 다양하다. 전문 경영인, 의사, 교수, 변호사, 주부도 있다. 연예인이 슈퍼카를 구입해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영화배우 설경구씨가 마세라티를 구입했고 탤런트 강문영씨는 페라리 F360을 소유하고 있다.
그레이 임포터(외국의 현지 대리점을 통해 구입한 후 국내에 들여와 파는 외제 차 수입업자)로 일하고 있는 박정주씨는 “부를 과시하는 데는 벤츠 등 2억~3억원대의 프리미엄 세단으로 충분하다. 슈퍼카 마니아들에게 부가티 베이런은 인간 문명의 끝이며 기술의 집약체이다. 구경만 해도 일생일대 행운으로 여긴다”라고 말했다. 슈퍼카 마니아 중에는 평소 프리미엄 세단을 타고 주말에는 세컨드 카로 슈퍼카를 타는 사람이 많다.


 
“슈퍼카 등 자동차 투자에도 관심 높아져”
중견기업 오너 진 아무개씨도 슈퍼카 마니아다. 그는 세컨드 카로 페라리 F360을 몰았다. 평소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S500을 탄다. 최근에는 엔초 페라리에 빠져 있다. 엔초 페라리는 15억원대로 국내에서는 5대가 팔렸다. 그는 “엔초 페라리는 비싸지만 희소성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값이 떨어지지 않는다. 슈퍼카 구입은 투자 개념이다. 특별한 슈퍼카는 10년이 지난 후에 오히려 가격이 두 배로 비싸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수입차 회사 소닉의 김재량 대표는 “슈퍼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모터 스포츠에 관심이 높은 마니아층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희소성과 재산 가치 등을 고려한 자동차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입차 딜러 손현식씨는 “나만의 제품을 가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구입하고 또 큰돈을 들여 튜닝(개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속도를 즐기는 사람은 BMW를 타고, 보수적인 사람은 벤츠를 타고, 결혼을 여러 번 한 사람은 아우디를 탄다.” 독일인들의 농담이다. 슈뢰더 총리가 ‘독일 총리는 벤츠를 탄다’는 51년간의 관례를 깨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아우디를 선택해서 생긴 말이다. 아우디의 4개의 ‘링’ 마크가 결혼식 반지를 상징하는데 공교롭게도 슈뢰더 총리가 4번 결혼을 했기 때문에 이 농담은 우스갯소리지만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구석이 있다.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인 마케팅 인사이드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벤츠는 부의 상징 혹은 중장년 인기 연예인에게 어울리는 이미지였다. 대기업 회장(23.7%), 중장년 인기 연예인(20.7%), 졸부(20.1%)들에게 어울린다는 응답이 많았다. BMW에 어울리는 사용자로는 젊은 인기 연예인(26.0%), 철부지 재벌 2세(20.2%), 의사, 변호사 등 유명한 중년 전문직(16.4%) 등이 꼽혀 벤츠에 비하면 젊음·유복함·전문직의 이미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렉서스는 중장년 인기 연예인(10.0%), 유명한 중년 전문직(7.9%), 젊은 인기 연예인(7.1%) 등 연예인·전문직 비율이 다소 높았다. 이는 BMW와 유사한 이미지이다. 아우디 관계자는 아우디 브랜드 고객 성향에 대해 “뉴 프레스티지가 아우디의 고객이다. 이들은 젊은 감각과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며 세련된 감성과 문화적 심미안을 지녔다”라고 말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한 가지 특이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고급 수입차=남자’라는 등식이 파괴된 것이다. 지난 3월 말 판매에 들어간 벤츠 ‘마이 비(My B)’는 구입 고객 중 여성이 66%에 달했다. 대부분 30대 젊은 여성이 주요 고객층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같은 값이면 수입차를 타겠다.” 올해 초 리서치 전문기관인 엠브레인이 20대 이상 성인 남녀 1천33명을 대상으로 국산차와 수입차에 대해 비교 조사한 결과다. “동일 가격·성능의 국산차와 수입차가 있다면 어떤 차를 구입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1.6%가 수입차를 선택했다. 서울 목동에서 PR 대행사 실장으로 근무하는 ㄴ씨(35·여)는 몇 개월 전에 렉서스(IS250)를 구입했다. ㄴ씨는 “스포츠 세단형으로 디자인이 맘에 들었고 내부도 아기자기한 느낌이 좋아서 구입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국산차 그랜저TG를 구입할 가격에 1천만원을 더 들여서 렉서스를 샀다. 가격은 좀더 비싸지만 비즈니스를 할 때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입 후 지금까지 만족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의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원래부터 사람들은 탈 것에 관심이 많다. 칭기즈칸과 나폴레옹이 최고의 명마를 탔던 것을 생각하면 현대인이 명차에 열광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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