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깨는 새가 ‘싸게’ 난다
  • 박경실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6.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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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저가 항공권 구하는 법/얼리버드 제도·라스트 미닛 티켓 활용하면 ‘횡재'

 

 
여름 휴가를 뉴욕에서 보내기로 한 ㄱ씨와 ㄴ씨. 비행기 표 예매를 위해 각자 다른 여행사에 들렀다. 둘 다 7월28일 토요일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KE 081편 이코노미석을 예약했다. ㄱ씨는 2백27만7천1백원을, ㄴ씨는 3백32만4천6백원을 냈다. 물론 항공권 유효 기간이나 귀국일 변경 수수료, 환불 규정 등이 다르지만 같은 비행기에 출발일과 시간까지 같은데, 가격 차가 1백만원이 넘는다.
내 마음대로 세계 곳곳에 다니는 자유여행 FIT(Frequent Independent Traveler)가 보편화되면서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지 정보를 모으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스스로’를 강조하는 FIT족들도 비행기 표만은 항공권 판매 대행 사이트를 선호한다. 직접 항공사를 통하는 것보다 더 싼 항공권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할인 항공권의 가격은 항공사 정책이나 판매를 대행하는 여행사의 정책, 또 어느 시기에 구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 비행기 안에 좌석이 4백 개 있다면 극단적으로는 2백 개 이상의 요금 종류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특히 국제선을 이용할 경우에는 여러 조건들을 세밀히 살펴 항공권을 구매해야 똑똑한 소비를 할 수 있다.
할인 항공권에는 여러 가지 부가 조건이 붙는다. 그러나 유효 기간이나 환불 규정 등의 제한 조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저렴해진다는 점에서 꼭 불평할 일만은 아니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이코노미 승객 중 정상 요금 승객과 상용 고객 등급이 우수한 승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좌석을 서비스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같은 클래스 내에서는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어떤 좌석에 앉은 승객이 얼마의 요금을 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비수기에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항공사마다 좌석을 하나라도 더 채우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여행객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떠나기 좋은 기회인 셈이다. 우선 목적지를 선택하기에 앞서, 각 지역의 성수기를 미리 알아두면 비행기 표를 싸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
유럽 여행의 성수기는 7월14일부터 10월31일까지이다. 그러니 6월10일 이전에 실시되는 얼리버드(Early Bird;본격적인 시즌에 앞서 일찌감치 예약하는 고객에게 할인율을 높여주는 제도)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성수기 금액보다 약 40% 저렴한 금액으로 좌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항공권은 출발일 변경이나 여행자 변경 등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 지금처럼 성수기를 코앞에 둔 상황이라면 조기 예약보다는 각 여행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라스트 미닛(Last Minute;출발일에 임박해 고객 모집 불충분으로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표) 항공권을 사는 편이 오히려 쉽고 유리하다. 성수기 때라도 푸껫·방콕·세부·발리와 같은 휴양지는 여행사의 라스트 미닛 판매나 공동 구매 안내에 자주 오르내리는 여행지들이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원가 이하 판매가를 고지하는 시기가 대부분 출발 일자 3~4일 전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가 성수기로, 주중에 라스트 미닛 티켓이 가장 저렴한 요금으로 소개된다. 틈틈이 각 항공사 홈페이지나 투어캐빈(www.tourcabin.com), 웹투어(www.webtour.co.kr), 탑항공(www.top travel.co.kr), 투어익스프레스(www.tour express.com), 와이페이모어(www.whypay more.co.kr)와 같이 출발지와 도착지만 입력하면 전세계 모든 항공사의 항공권 가격을 검색해 구매할 수 있는 항공권 판매 대행 사이트에 들어가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장거리 노선은 ‘스톱오버’가 유리
일본은 중국과 성수기는 같지만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 표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싸고,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가 성수기인 미주 지역은 7월 전에 사전 발권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중국·동남아·일본과 같은 단거리 항공권의 경우는 대다수 항공사가 유효 기간 15일짜리 티켓을 최저 항공 요금으로 내놓고 있는데, 날짜별 또는 항공편에 따라 최저 항공 요금보다 약 20% 저렴한 유효 기간 7일짜리 항공권을 판매하므로 이를 활용하면 여행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티켓은 마일리지가 누적되지 않고, 출발일과 도착일이 이미 정해져 있어 여행 일자를 비행 스케줄에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장거리 노선은 급유와 기체 점검 등으로 중간 기착지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는데, 24시간 이상 머무르게 되면 스톱오버(Stop-over)로 분류한다. 스톱오버의 경우 직항편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경유지에서 하루 이상 머무를 경우에는 별도의 비자 없이 관광할 수 있는 혜택도 누린다. 그러나 이런 경우, 사전에 숙박이나 관광이 추가 비용 없이 제공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경유 횟수가 많다고 해서 가격이 더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요즘 항공사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이는 저렴한 항공권을 찾는 소비자 처지에서는 희소식이다. 물론 무조건 싸게 나온 항공권만 구입한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왕 같은 조건이라면 10원이라도 더 싼 항공권을 구입하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이다.
특히 요즘은 여름철 배낭 여행객을 겨냥한 저가 유럽 항공권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유럽행 할인을 주도하고 있는 항공사는 베트남항공과 일본항공으로 아시아 지역을 경유하는 7월 출발 유럽행 항공권이 50만원대에 나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역시 암스테르담·프랑크푸르트·런던·파리까지 가는 직항기를 80만~95만원선에 선보였다.
또, 국내에서는 이용할 수 없지만 유럽으로 1주일 이상 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유럽의 저가 항공사도 이용해볼 만하다. 런던을 기반으로 해 유럽 주요 도시를 운항하는 라이언항공(www. ryanair.com)의 경우 런던에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까지 가는 편도 항공권을 10파운드(약 1만9천원)에 판매하고, 런던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가는 항공권이나 이탈리아 밀라노행 티켓 역시 10파운드에 내놓았다.
중국 항공사 역시 항공료 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춘추항공이 중국 내 편도 노선(상하이에서 허베이성 우한 구간)에 99위안(약 1만2천원)짜리 초저가 상품으로 정가의 10분의 1 가격을 선보이면서 중국 내 항공 요금 인하 경쟁은 한·중 간 항공 운임에도 큰 파장을 몰고 왔다.
6월27일 전에 출발하는 웨이하이행 아시아나 왕복 항공권이 8만9천원(유류 할증료 및 세금 불포함)에 나온 것을 비롯해 중국 산둥성 칭다오와 옌타이, 랴오닝성, 다롄 왕복 항공권이 국내에서 10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수요가 많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행도 10만원대의 저가 티켓이 대거 나왔으며, 인천-상하이 노선은 12만1천원(중국남방항공), 인천-베이징은 13만9천원(대한항공)에 팔리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 나온 저렴한 가격에 환호하기에는 이르다. 결제할 때 붙는 유류 할증료와 세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유류 할증료와 세금은 기본적으로 비행 거리와 위험 정도, 항공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에는 약 20만원 수준이고 중국은 베이징이 약 10만원, 일본은 7만원 수준이다. 저렴한 중국행 티켓의 경우에는 세금이 항공권보다 비싼 예도 흔히 볼 수 있다. 쭦


*도움말:투어캐빈(www.tourcabin.com) 엔스타일 박기표 팀장, 웹투어(www.webtour.co.kr) 해외서비스 김학종 이사
*기사에 명시된 항공 요금은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기본 항공 요금이므로, 같은 항공권이라 하더라도 판매하는 여행사에 따라 요금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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