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찾아드는 아찔한 '공포 본색'
  • JES ()
  • 승인 2007.06.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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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이 출연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잔뜩 기대를 했다. <너는 내 운명>부터 시작된 황정민의 감쪽같은 연기가 이후에도 잇달아 관객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기 때문이다.
<너는 내 운명>의 시골뜨기 노총각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는 무뚝뚝하지만 순진한 형사로, <사생결단>에서는 능글능글하고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부패 경찰로, 그리고 급기야 <검은집>(CJ엔터테인먼트, 신태라 감독)에서는 소심한 보험 사정원으로 변신하면서 ‘이번에는 또 뭘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깊은 인상을 남긴 시상식에서의 ‘밥상 소감’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그의 또 다른 변신에 박수를 보낼 준비로 손을 모았다.


 
황정민 묻히고 유선 도드라지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쉽다.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언제 어디서나 그렇게 뚜렷하게 보이던 배우 황정민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여자보다 연약해 보이는 보험 사정원 전준오(황정민)는 있지만 황정민만 표현할 수 있는 뭔가가 없다. 그저 아쉬운 대로 노력한 흔적이라면 도수가 높아 보이는 검은색 뿔테 안경을 벗어들 때 진짜 시력이 약한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눈매를 찌푸리는 디테일이나, 극단의 공포 상황에서 전형적인 과장 대신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정도이다.
이처럼 어딘가 부족한 황정민 대신 영화의 키를 쥐고 있는 유선의 존재가 두드러진다. 이번이 세 번째 호러물 출연이지만 예전과는 판이한 ‘포스’를 보여준다. 남자와 1 대 1로 붙어도 전혀 뒤지지 않을 것 같은 마력, 공포물 캐릭터의 음산한 핸디캡을 극대화시키는 절름발이 연기 등이 자연스럽고 여유 있다.
<검은집>은 일본 작가 기시 유스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포 스릴러다. 우연히 어린아이의 자살을 목격한 보험 사정원이 그 미스터리를 직접 풀어헤치는 줄거리다.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사이코패스’(Psychopath)를 다루고 있다. 사이코패스는 인간이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마음이 비어 있는 인간 유형을 일컫는 말이다.
연기파 배우 크리스천 베일이 열연한 수작 <아메리칸 사이코>(2000)와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미국의 한 여피족이 사이코 살인자로 돌변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대 문명의 병폐를 날카롭게 지적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국내 팬들이 사이코패스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도입부에서 인물의 배경 설명과 극의 진행에 관한 상황 설명에 조금 지나치다 싶을 만큼 시간을 들인 점이 거슬리지만 중반 이후에는 스릴러 장르 본연의 의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검은집 지하 공간에서 벌어지는 몇몇 끔찍한 장면에서는 절로 소름이 돋는다.
덕분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판정. 개봉은 6월2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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