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떠오르는 미래 한국 '모델 하우스'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7.0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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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허브를 꿈꾸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랜드 마크’ 건축 공사가 한창이다. 거대 국제 비즈니스 센터가 될 송도 신도시 등 건국 이래 최대 국책 사업이 펼쳐지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 현장을 미리 가보았다.

'21세기 동북아의 허브’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의 대역사가 펼쳐지고 있다. 송도~영종~청라 지구로 이어지는 이곳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70배(6천3백33만여 평)에 이를 만큼 규모가 크다. 인천시 면적의 21%로 건국 이래 최대 공사다. 2003년 8월1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이곳은 송도국제도시, 영종공항도시, 청라지구를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획 인구 49만명에 기반 시설 사업비만 14조3천6백여 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 사업이다. 1단계 공사는 2009년에 끝나고 2단계 공사는 2013년에 마무리된다.
송도국제도시(1천6백11만 평)의 경우 매립이 끝난 1~4공구(3백83만 평)에 국제 비즈니스단지, 지식정보 산업단지, 첨단 바이오단지, 주거단지가 들어선다. 도로 등 기반 시설이 갖추어졌고 공원·녹지·지하철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09년 완공될 인천대교(길이 21.17㎞)는 송도국제도시와 영종공항도시 사이를 현재 1시간에서 24분대로 좁혀준다.
영종공항도시(4천1백84만 평)는 인천공항을 활용해 자유무역지역, 물류·첨단 산업단지, 용유·무의 관광단지, 운북 복합 레저단지로 개발되고 있다. 또 청라지구(5백38만 평)는 국제금융·업무, 레저·스포츠, R&D(연구 개발) 및 첨단 산업단지, 화훼단지로 조성된다.
이들 지구의 개발이 끝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은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과 2천2백만 인구의 수도권, 북한 개성공단을 아우르는 동북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첨단 비즈니스 신도시가 된다.
서해안 지도를 바꿀 이들 삼각 벨트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송도지구. 대형 빌딩 등 첨단 시설을 갖추고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핵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송도는 원래 갯벌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매립 공사가 한창이다. 인천 앞바다를 메워 중동 두바이, 싱가포르, 홍콩 같은 국제 비즈니스 도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국제학술연구단지가 될 5, 7공구(1백98만 평)와 인천타워 예정지 6, 8공구가 매립 중이다.
미국 게일 사와 포스코건설 합작사 NSC(송도개발유한회사)가 세우는 65층짜리 아시아트레이드센터와 더샤ㅍ 주상복합 아파트 20여 채가 들어서고 있다. 그 북쪽 매립지 끝과 맞닿는 바다에는 국내에서 가장 긴 인천대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송도에는 호텔, 업무용 빌딩, 국제학교, 병원, 골프장 등이 들어선다. 송도 개발 시행사인 게일 사가 공사를 맡고 있다.


송도-영종-청라 잇는 환상의 삼각 벨트 형성


 
송도지구의 또 하나 특징은 미래형 도시인 ‘U-시티’가 들어선다는 것. 디지털 컴퓨터가 접목되는 유비쿼터스 도시가 된다는 얘기다. 가정, 학교, 회사, 길거리 어느 곳에서든 IT(정보 기술) 인프라로 이어지는 ‘미래형 도시’가 국제업무단지에 생긴다. NSC는 2005년 6월 LG CNS와 송도 국제업무단지 U-시티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할 ‘송도 U-라이프 유한회사’ 설립을 목적으로 한 양해 각서(MOU)를 주고받았다.
송도가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 유치가 필수다. 첨단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13만7천 평에 건립된 테크노파크단지에는 한국단자 등 40여 업체가 들어와 있다. 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지식정보산업단지도 들어선다. 이 단지에는 u-IT 클러스터 공유 기반 시설과 연구개발센터, 서비스업 등이 입주하는 2만6천여 평 규모의 터도 만들어진다. 또 외국인 투자 기업을 유치하는 첨단 산업단지(9만6천여 평)도 생긴다.
바이오단지(8만8천 평)에는 셀트리온이 지난해 7월 생산 시설을 준공하고 연구 활동을 하는 등 국내외 바이오 관련 제조업 및 연구 기업들이 들어올 채비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동북아 항공 물류 허브 도시를 향한 꿈이 영글고 있다. 영종항공물류도시는 항공 업무, 항공 물류, 항공 산업 등 3개 중심 지구로 나눠 개발된다. 영종도 운서지구 남단 업무중심지구에는 항공기 개조 및 정비사와 항공기 부품 센터가 들어선다. 운서지구 서쪽 47만 평 규모의 항공물류중심지구에는 국제 물류단지와 중소기업 물류단지, 북한 상품 국제유통센터 등이 세워진다. 산업중심지구에는 종합전시관, 국제회의장, 비즈니스 호텔이 들어서는 국제업무단지와 항공기 부품, 자동차 부품, 패션 및 귀금속 등 국제유통 가공단지, 연구 개발 및 교육센터 등의 항공 물류 사이언스파크가 들어선다.
2001년 3월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컸다. 세계 61개 항공사, 40개국 1백39개 도시를 잇고 있다. 누적 여객 수는 약 1억명, 화물 처리 능력은 세계 3위로 운송 물량이 1천만t을 넘어섰다. 내년에 제2 활주로 공사가 끝나면 연간 공항 이용객이 4천4백만명, 최종 3단계 활주로까지 완공되면 1억명으로 늘어난다. 특히 공항 주변 지역을 개발해 공항복합도시(에어시티)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중산층과 일본인들을 상대로 한 레저·쇼핑 메카로 만든다는 것이다. 또 환승객을 위한 위락 시설의 테마 공원들도 개발된다. 에어시티 개발은 싱가포르와 마카오를 모델로 삼고 있다. 이와 동시에 들어서는 영종 하늘도시(5백78만 평)는 판교 신도시(2백81만 평), 일산 신도시(4백76만 평)보다 넓다. 수용 인구수는 약 12만명. 이 중 2백35만 평은 1단계로 2011년까지 개발된다. 나머지 3백43만 평은 2단계로 2020년까지 개발된다. 산·물·바람이 있는 생태도시 건설을 목표로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영종지구와 더불어 관심을 끄는 곳은 청라지구. 새 스타일의 관광 레저·주거지가 될 예정이다. ‘김포매립지’로 불렸던 곳으로 여의도의 6배쯤 된다. 6㎞에 달하는 기존 하천을 중앙호수공원과 연계해 바다와 도심을 잇는다. 호수공원 주변에 15m 폭의 물길이 만들어져 ‘한국의 베니스’로 불릴 전망이다. 한국토지공사가 사업을 맡고 있다.
청라지구는 인천공항으로부터 10㎞, 서울 중심가에서 30㎞ 거리로 국제적 접근성이 좋고 수도권 배후 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 수로와 바다를 배로 오가며 관광·레저·스포츠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토공의 구상이다. 시티타워 지하에는 서울 코엑스몰의 9배에 이르는 ‘언더그라운드 시티’가 들어선다. 또 2012년까지 아파트, 주상복합 아파트, 단독주택 등 3만1천 가구가 지어져 9만명을 수용한다. 고급 개념의 대형 평형 위주라는 점이 특이하다.

 
수도권 규제법 등 투자 활성화 막는 장애물도 많아


또 국제 금융 산업 중심의 업무단지도 추진 중이다. GM대우가 자동차 성능 시험장과 R&D 시설을 만든다. 청라지구 남단 GM대우 연구 시설 주변에는 44만 평 규모의 첨단 산업단지가 들어선다. 2011년을 목표로 전기·전자 부품, IT, 자동차 첨단 부품 관련 100개 기업이 유치된다. 청라지구 북쪽에는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골프장(27홀)과 부대 시설(46만 평)을 짓는다. 골프장 내 고급 주택 1백90가구는 내년 중 분양된다. 남서쪽 24만여 평은 테마형 레저·스포츠 단지로 해원에스티, 우방타워랜드 등이 개발에 나선다. 이 밖에 아시안 컬처 파크, 아쿠아 파크 등 종합 레저 시설이 들어서고 21만 평의 한국농촌공사 화훼단지 건설도 추진된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청사진을 현실화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 ‘개방 의지는 있으나 지나친 규제가 문제’라는 얘기다. 외국 기업이 투자하려면 36개 법률을 적용받고 65개의 행정 도장을 찍어야 할 정도이다. 송도지구의 경우 허가를 받는 데만 1~2개월이 걸린다. 더욱이 국내 기업은 발도 붙일 수 없다. 대기업 투자를 막는 수도권 규제법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송도(5, 7) 구간에 100만 평 규모 개발을 계획했으나 투자를 포기했다. CJ도 생산 시설 입주를 희망했으나 충북 오송으로 발길을 돌렸다. 최근 송도 지식정보산업단지에 2백20억원을 투자해 연구개발센터를 짓기로 계약한 일본의 수제차 제조 회사인 미쓰오카도 투자를 접었다. 주택 건설 기준 규정에 묶여 아파트를 짓지 못하고 수익성 문제로 인천타워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될 분양가 상한제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짓는 아파트에까지 적용되어 건설사들마다 비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맨땅에서 도시를 만들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것으로 개발과 투자가 촉진될 수 있게 인·허가 규제를 과감히 풀고 행정 서비스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에 ‘자 유’가 없어서야…”
이환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인터뷰/    “규제 대폭 풀어야 경쟁력 확보 가능”

 
"싱가포르·홍콩·상하이보다 20~30년 늦은 주자가 이들을 따라붙으려면 강력한 힘과 속도를 내는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의 규제들을 풀고 행정 절차도 간소화하는 등 차별화된 혜택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에 올인해야 한다.” 이환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65·사진)은 국가 미래를 견인할 특화된 도시 정책을 위해 중앙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외국 기업 유치 실적은?
올해 5월 말 현재 21건(1백70만 달러)을 유치했다. 또 지난 2월 1백10억 달러의 포트만(Portman) 컨소시엄이 송도 6~8공구 개발 사업과 관련해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9건(1백29억 달러)의 MOU 실적을 이뤘다.
외국 도시와의 경쟁에서 송도 신도시가 처지는 이유는?
경제자유구역에 ‘자유’(free)가 없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각종 규제, 낮은 세제 혜택, 복잡한 행정 절차로 인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25%인 법인세율도 상하이(15%), 홍콩(17.5%), 싱가포르(20%)보다 높다. 또 싱가포르처럼 사업 신청 이틀 뒤 착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30여 개 관련 법규를 검토하다 보면 1~2개월이 걸린다. 국내 기업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막혀 진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결 방안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선진 국제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일관된 관리·감독이 가능한 대통령 직속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 거기에서 일괄적이고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복잡한 행정 서비스가 빨리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 기구 신설이 어렵다면 정부 권한을 대폭 위임해야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2003년 10월에 개청해 현재 2국 1본부 1담당관 11과 4팀의 인천광역시 산하 기관(사업소)이다. 3백40여 임직원들은 송도를 동북아 최고의 비즈니스 도시로 만들고자 2단계 기간별(1단계 2003~2009년, 2단계 2010~2013년) 전략을 세워 시행 중이다(이청장은 경남 함안 출신으로 경남고, 서울대학교 법대·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통령 경제비서관, 관세청장, 재정경제원 차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건설교통부 장관, 세종대 경영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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