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많고 쓸 땅은 좁으니…
  • 이 호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7.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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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들, 송도 지역 부지 잡기 총력전…제안 내용보다 면적 줄어 반발도 거세

 
'인천 송도에 캠퍼스와 복합 단지를 만들 땅을 잡아라.’ 주요 대학들이 인천 송도지역에 땅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그곳에 새로운 캠퍼스 등 학교 관련 시설을 짓기 위해서다. 
송도국제도시에 진출하기 위해 개발 제안서를 낸 대학은 연세대, 인천대, 중앙대, 고려대, 서강대, 인하대, 가천의과대 등 7개 대학이다. 이 중 땅을 잡은 대학은 연세대와 인천대.
연세대는 5, 7공구 안에 있는 18만6천 평만 확정받았다. 양해 각서에 따른 28만 평 중 10만 평이 줄어든 것이다. 인천대는 13만8천 평의 부지를 확보했다. 고려대는 10만 평 규모의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트(산·학·연 통합 정보망) 조성 제안서를 냈다. 미국 바텔 연구소와 정보통신 연구기관인 벨 연구소를 유치하는 등 기업 R&D(연구개발) 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 산학 협력 연구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안 이유이다. 인하대도 5, 7공구 30만 평, 11공구 25만 평 등 55만 평 부지에 NT(초정밀 원자 세계)·IT(정보기술)·BT(생명공학) 등 대단위 첨단 산업형 캠퍼스를 세운다는 계획서를 냈다. 서강대는 20만 평 규모의 연구중심 대학원과 연구개발 센터가 입주하는 송도 국제테크노파크 조성 방안을 내놓았다.
5, 7공구는 올해 매립이 끝나는 데다 인천지하철 2개 역이 들어서 교통이 좋은 편이다. 인천대교 공사가 끝나면 영종도 국제공항도 차로 15분 정도면 닿는다. 대다수 대학들이 5, 7공구 내 진입을 희망하는 데 반해 중앙대는 6, 8공구를 택했다. 26만 평 규모의 문화·예술 복합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안을 내놓았다. 땅을 이미 잡은놓은 연세대, 인천대, 중앙대 등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대학이 5, 7, 11공구에 신청한 용지는 1백7만여 평에 이른다. 남아 있는 면적이 10만여 평인 점을 감안하면 대학마다 1만~2만여 평 정도의 용지만 배정받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대학들이 사업 계획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거나 백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아직 사업 계획과 관련된 공식 답변을 얻지 못했다. 부지 배정에 대한 언급이 없어 우리도 답답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신청 대학들, ‘연세대 특혜’ 의혹도 제기


 
송도국제도시에 진출하려는 대학들의 땅 면적이 제안 내용보다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자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가 11공구를 공유수면 매립 기본 계획에 넣지 않아 기름을 부었다. 담당 관청인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내부 지침을 마련해놓고 고민 중이다. 대학별로 공급될 부지 면적이 1만~2만여 평에 불과해 대학들의 반발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4월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열고 송도지구 안에 입주할 수 있는 교육·연구 기관을 국내외 IT·BT 분야 대학원 및 연구소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인천 송도지구 교육·연구기관 유지 원칙’을 마련했다.
이 원칙에는 또 50% 이상을 외국 교육·연구 기관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 기준에 따라 1백98만 평의 5, 7공구와 3백15만 평의 11공구 등 5백13만 평 안의 혁신 클러스트 조성에 대한 구체적 토지 이용 계획안을 만들고 있다. 이에 앞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산업연구원에 ‘토지 이용 계획 용역’을 의뢰했다. 여기에서 IT·BT 중심의 첨단 산업 클러스트 조성을 위한 기능별 면적으로 △산업 용지 1백53만8천 평(30.1%) △교육·연구 용지 48만7천 평(9.5%) △주거 용지 61만2천 평(12%) △상업 용지 13만4천 평(2.6%) △공공 용지 2백33만9천 평(45.8%) 등이 적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학 입주가 가능한 교육·연구 용지는 전체 면적의 9.5%에 불과한 48만여 평뿐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외국 교육·연구 기관에 50%를 배정하고 이미 용지를 확보한 연세대와 인천대를 빼면 사실상 국내 대학 입주 면적은 10만여 평에 그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송도에 진출하려고 준비 중이던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인천을 거점으로 하는 대학들이 강한 분노로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하대 총학생회장단 동문협의회(회장 조남태)는 최근 “신청 부지보다 터무니없이 줄이려는 것은 대학 육성 의지를 포기하고 고등교육 발전을 저해하는 처사”라고 비판하면서 앞으로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하대 총동창회도 ‘송도 캠퍼스 조성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송도 캠퍼스 부지 확보를 위한 서명 운동과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다. 이미 땅을 잡은 연세대와의 형평성도 새 문제로 제기되었다. 인천대는 “인천대가 송도 캠퍼스 건립 비용을 도화구역 재개발 이익금으로 충당하는 반면 연세대는 부지 일부를 개발한 이익금을 활용하는 것은 특혜 논란이 될 수 있다”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연세대는 송도국제도시에 진출하는 대학 중 가장 먼저 지난해 1월 인천시와 학부 대학과 복합연구단지 등 ‘연세대 국제화 복합단지’ 조성에 따른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5, 7공구에는 28만 평 규모의 학부 대학과 기숙사를, 11공구 내 27만 평에는 국제화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연세대는 다른 대학보다 많은 부지를 배정받은 데다 캠퍼스 개발을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맡기로 해 인천시의 ‘연세대 특별대우론’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11공구 매립 계획 ‘표류’로 엎친 데 덮쳐


대학들의 용지 배정과 관련한 마찰음은 또 다른 곳에서도 불거져 나왔다. 바로 해양수산부가 공유수면 매립 기본 계획을 확정하면서 인천시가 요구한 4개 지구 중 송도 11공구를 제외시킨 것이다. 해수부는 한국해양개발연구원(KMI)의 ‘타당성이 없다’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연안관리심의회 안건으로도 올리지 않았다. 한국해양개발연구원은 송도 11공구를 매립 하면 준설토로 인해 사업 지구 바깥쪽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곳이 천연기념물인 검은 머리 물떼새 등의 국제적 희귀 조류 서식지라는 점 등을 들어 매립 타당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1공구는 송도 전체 11개 공구 중 10공구(4백23만 평) 다음으로 면적이 크다. 벤처 타운, 교육·연구 기관, IT·BT 단지 등의 토지 이용 계획이 잡혀 있다. 연세대도 11공구에 27만 평 규모의 국제화 캠퍼스 조성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해수부를 비롯해 정치권과 중앙정부에 11공구가 있어야만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완성될 수 있다는 의견서와 보완 자료를 만들어 재심의를 요청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취지에 맞도록 기업과 외국 연구 기관 유치에 중점을 두고 있어 국내 대학의 교육·연구 시설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오는 8월 중 대학과의 협상을 통해 부지 규모와 위치 등을 정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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