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9% "나는 중산층"
  • 이현재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7.0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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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한국인의 자화상 / "경제 좋아질 것이다" 48%

 
한국의 중산층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최근 전국의 9천여 표본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7년 1/4분기 가계 수지 동향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소득 5분위별 소득 분포에서 최하위 분위인 1분위의 소득은 지난해 77만2천원에서 올해 83만1천원으로 6만원가량(7.7%) 늘어났다. 이에 비해 최상위 분위인 5분위의 수입은 지난해 6백45만8천원에서 6백98만4천원으로 42만원가량(8.2%) 늘어났다.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3분위와 4분위의 경우 3분위는 지난해 2백64만2천원에서 2백74만9천원으로 10만원가량(4.1%) 늘어났으나 증가율이 지난해 5.1%에서 1%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4분위 역시 지난해 3백63만5천원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했던 것이 올해에는 3백80만6천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소득 분포 점유율을 보면 3분위는 17.3%에서 16.9%로, 4분위는 23.7%에서 23.4%로 줄어들어 소득 증가율과 함께 점유율까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월평균 소득이 6백만원을 넘는 고소득 가구도 전체의 10.13%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2003년의 4.53%보다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불과 4년 만에 고소득 가구가 엄청나게 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득 분포를 살펴보면 월 소득 1백50만~2백만원 가구가 10.9%, 2백만~2백50만원 가구가 12.2%, 2백50만~3백만원 가구가 11%로 가장 많았으며 3백만~3백50만원 가구는 10.3%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월 소득이 100만~1백50만원밖에 되지 않는 가구가 9.4%, 50만~100만원인 가구는 7.3%, 50만원도 되지 않는 가구가 4.4%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이 느끼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미지는 빈부 격차이며 이들은 국가 권력 기관인 국회와 정부, 청와대를 가장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성균관대가 공동으로 실시한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결과 생활 만족도와 월평균 가구 소득은 상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설문 대상에게 ‘생활 전반에 대해 귀하의 만족도는 얼마나 되느냐’라고 묻고 불만족(1), 중간(2), 만족(3)이라는 선택지를 주자 월평균 가구 소득이 없는 응답자의 평균 만족도는 2.44, 100만원 미만은 2.23, 100만~2백만원은 2.25로 월평균 가구 소득 7백만원 이상인 응답자의 평균 만족도 2.22보다 높았다. 특히 소득이 없는 가구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는 결과는 소득과 만족도가 비례하지 않음을 방증했다.
가구 소득이 2백만~3백만원인 응답자의 평균 만족도 2.13, 3백만~4백만원 2.12, 4백만~5백만원 2.15, 5백만~6백만원은 2.04, 6백만~7백만원은 2.18로 모두 가구 소득 2백만원 이하인 응답자보다 만족도가 낮았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신보다 잘사는 사람과의 소득 격차가 커지면 불행해진다. 소득 수준보다는 소득의 분배 상황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 행복한 한국인의 일곱 가지 특징은 △나이가 20∼30대로 △자신의 소득이 높다고 생각하고 △가족과의 여가를 중시하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사람과 사회를 신뢰하며 △종교 행사에 자주 참석하고 △믿음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훈 수석연구원은 “빈곤에 대한 정의는 과거 소득 수준에만 연관되어왔지만 소득 수준보다 소득 분배 상황이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향후 복지 정책이 교육과 문화, 일자리 창출 등 사회 서비스로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KGSS 설문 대상자 중 월평균 가구 소득이 2백만∼4백99만원 사이인 중산층은 7백75명으로 전체 설문 대상자의 49%에 달했다. 중산층의 가정 경제 만족도가 2003년 KGSS 조사 당시보다 답보 상태로 총가구 소득이 2백만원 미만인 저소득층과 5백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가정경제 만족도가 3년 전에 비해 올라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산층 82%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


중산층의 82%는 자신이 한국인인 것을 자랑스러워해 저소득층의 45%와 대조를 이루었다. 중산층의 72%는 정부가 기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76%는 환경 부문, 35%는 국방 부문의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남편이 부인보다 나이가 많아야 한다(40%), 남편은 돈 벌고 아내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찬성(37%)하고, 결혼 후 친정과 시집 둘 다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시집이 우선(33%)이라는 데 찬성했다.
남아를 선호한다는 중산층은 39%였으며 장남이 상속해야 한다는 중산층은 34%였다. 현재의 생활 수준이 부모 세대와 비교해 좋아졌다는 중산층은 77%,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한다는 중산층은 23%였다. 맞벌이를 한다는 중산층은 70%, 결혼 만족도는 60%에 불과했다. 현재 생활 전반에 대해 상류층은 49%가 만족, 저소득층은 33%가 불만족이라고 답했지만 중산층의 42%가 중간 상태라고 답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이미지는 3년 전에 비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주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물질적 풍요를 꼽은 중산층은 3년 전 31%에서 21%로 줄어든 반면 빈부 격차는 26%에서 32%로, 경쟁은 17%에서 20%로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중산층은 3년 전의 43%에 비해 48%로 늘어나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만족도는 불만족 의견이 74%로 훨씬 높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중산층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1위로 건강을 꼽았으며 2위 가족, 3위 돈, 4위 친구, 5위 종교, 6위 일, 7위 여가 순이었다. 3년 전 10위를 차지했던 종교가 5단계 상승했으며 일은 3위에서 3단계 하락했다.
중산층이 가장 신뢰하는 기관은 공동 1위가 금융기관·의료계·학계였으며, 공동 4위는 군대와 대법원, 6위는 시민단체, 공동 7위는 대기업과 TV 방송사, 9위는 교육계, 공동 10위는 신문사와 종교 기관, 12위는 노동조합이었다. 청와대·지방정부·중앙정부·국회는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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