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 <다이하드 4.0>
  • JES 제공 ()
  • 승인 2007.07.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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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형사 디지털 테러와 '맞장'

 
할리우드 액션스타 브루스 윌리스가 돌아왔다. <다이하드 4.0>(렌 와이즈먼 연출). 미국 뉴욕의 열혈 형사 존 매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의 네 번째 에피소드이다. 본의 아니게 강력 사건에 휘말려 온몸이 부서지도록 고생하는 전작의 캐릭터 그대로이다. 짙은 얼굴 주름과 시원한 헤어스타일이 예전과 조금 달라진 점이다.
이 시리즈는 제목이 말해주듯 ‘죽기조차 어려운’ 극한 상황에 몰린 매클레인 형사의 종횡무진 활약을 그리고 있다. 매클레인은 매번 우연한 기회에 사건에 연루된다. 원치 않지만 경찰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상대는 항상 반 미치광이 테러리스트다. 양심도 없고 정신도 없다. 하지만 테러에 관한 한 용의주도해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매클레인은 도저히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은 난관들을 헤쳐가면서 결국 ‘공공의 적’ 소탕에 성공한다. 그 와중에 그가 벌이는 액션, 특히 죽을 것처럼 헐떡거리는 호흡과, 곧 나가자빠질 것처럼 파이는 상처들은 관객에게 묘한 흥미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볼거리는 풍성, 구성은 엉성


 
이번에는 디지털 테러에 맞선다.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 컴퓨터 해킹 용의자 매튜 패럴(저스틴 롱)을 호송하려던 매클레인은 패럴의 집으로 들이닥친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정부의 디지털 네트워크를 파괴하려는 가공할 음모를 꾸미고 있는 가브리엘(티모시 올리펀트)이 모든 해커들을 죽이고 동시에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범죄에 연루된 것이다. 매클레인은 고층 빌딩에서 그랬고, 공항에서 그랬던 것처럼 거대한 적에 맞서 외로운 투쟁을 벌인다.
다니엘 헤니의 전 애인 매기 큐가 주·조연급의 매력적인 악당으로 나온다. 자동차 3대의 ‘ㄷ’자형 충돌 신, 미사일처럼 날아가서 헬리콥터를 격추하는 자동차, 엘리베이터 통로 속 자동차 추락 액션, 그리고 헬리콥터처럼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F35 첨단 전투기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과장이 있지만 박진감이 넘쳐서 보아줄 만하다.
그래도 컴퓨터 키보드 하나로 전세계를 무력화시키는 적의 거짓말 같은 공격과 이에 대책 없이 당하기만 하는 미국 정부의 모습은 좀 심했다. 적들은 가만히 앉아서 교통신호를 마비시키고, 전투기를 조종하고, 정전을 일으키는 동안 정부는 상대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댄다. 부시를 비롯한 역대 대통령의 연설 모습을 짜깁기한 대목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온다.
완전무결한 디지털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오로지 아날로그 형사 매클레인뿐이다. 그는 콧잔등에 상처를 트레이드마크처럼 달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가 마지막에 날리는 결정타도 사실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통해서다.
 
브루스 윌리스도 가끔은 힘에 겨워 보인다. 1955년생으로 올해 만 52세. 장성한 딸이 3명이 있는 나이로 액션을 하기에는 다소 버거운 느낌이다. 1988년에 <다이하드> 1편을 했으니 벌써 19년이 흘렀다. 당시 수북했던 머리숱이 간 데 없이 휑하다.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
브루스 윌리스는 공식 인터뷰에서 “존 매클레인을 사랑한다. 아주 전설적인 캐릭터다. 1편을 보고 커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녀를 데리고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라고 말해 이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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