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랴, 인턴하랴 ‘노는 방학’ 이젠 옛말
  • 최만수 프리랜서 기자 ()
  • 승인 2007.07.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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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장벽 뚫기 안간힘…대학들도 프로그램 내느라 분주

 

대학생 김성훈씨(26)는 기말고사 종료와 함께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계속되는 조별 발표와 실습 과제, 김씨는 바로 시작된 시험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편안히 늦잠 잘 여유가 없다. 당장 교내 토익 특강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 7시, 김씨는 학기 중보다 더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섰다. 토익 특강을 마치면 바로 도서관으로 가서 밤늦게까지 공부할 예정이다. “방학이지만 아침 일찍 나가지 않으면 도서관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힘들다. 계절 학기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특강이 끝나는 대로 서둘러 가야 한다.”
취업대란 시대, 대학생들에게 더 이상 방학은 없다. 계절 학기를 수강하는 학생들 때문에 학교는 학기 중만큼 붐빈다. 김씨처럼 공부에 매진하려는 학생도 있고, 인턴십 등을 통해 경력을 쌓거나, 아르바이트로 부족한 학자금을 모으려는 학생도 있다. ‘노는 기간’이 아닌 ‘업그레이드’ 기간으로 변한 여름방학 신풍속이다.
방학 기간 어학 업그레이드가 목표인 대학생들이 많다. 오전 9시께 종로3가역은 책가방을 멘 학생들로 붐빈다. 근처 파고다어학원이나 YBM시사어학원에 가기 위해서다. 이들 대부분은 취업을 위해 토익, 영어 회화 등의 강의를 듣고 있다. 영어 회화 수업을 받으려고 이곳을 찾은 박소영씨(24)는 “최근에는 토익보다 영어 회화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다행히 겨울방학 동안 토익을 마쳐놓았기 때문에 영어 회화와 일본어를 같이 공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학 성적 올리는 데는 방학이 적기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조승연씨(27)는 이곳에서 하루 종일 공부한다. 그는 “남들보다 절박하다. 이제 마지막 방학이기 때문에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하루 종일 토익에 매달린다. 나처럼 절박한 사람들과 같이 모여 그룹 스터디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원들은 방학 기간에 맞춰 강의를 늘렸지만 인기 강사의 강의는 일찌감치 마감된 지 오래이다. 대부분의 강의에 학생들이 많이 몰려 콩나물시루처럼 비좁은 강의실에서 공부해야 한다.
어학 연수를 떠나는 학생들도 많다. 이들의 행선지로는 캐나다, 호주, 필리핀 등 영어권 나라가 큰 인기이다. 김기철씨(25)는 특이하게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어학 연수를 갈 생각이다. 그는 “남반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남아공은 지금 시원한 계절이다. 캐나다나 호주에는 한국 학생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학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여유가 된다면 배낭여행도 다녀오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재를 원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취업 과정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곳도 많다. 높은 어학 점수와 학점을 요구하는 곳도 있을 뿐 아니라, 까다로운 면접 과정을 거쳐야 하는 회사도 있다. 이성환씨(26)는 한 M&A 회사에서 인턴십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취업 때문이 아니더라도 인턴십은 꼭 한번 해보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꿈꾸는 회사와 직종에서 미리 경험을 쌓는 것은 나중에 취업할 때뿐 아니라, 앞으로 진로를 확실히 결정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급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경험을 쌓으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공모전 참가 등 경험 쌓는 기회도 많아
인턴십 과정뿐 아니라 방학 기간에 열리는 공모전도 인기이다. 올해에도 여러 기업들이 방학 기간에 맞춰 각종 공모전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은 ‘제1회 컬러링 마케팅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다.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고객들의 요구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겠다는 취지이다. 공모전을 기획한 SK텔레콤 MI사업부장 김수일 상무는 “컬러링 서비스는 젊은이들의 참신함과 도전 정신을 가늠하기 적합한 콘텐츠이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대학생들이 방학 동안 커리어를 쌓고 장학금까지 얻을 수 있는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놓느라 분주하다. 한국외대는 6월29일부터 7월1일까지 ‘제3기 HUFS-FRONTIER 취업 캠프’를 실시했다. 9월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취업 시즌에 대비해 다양한 면접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체험 위주로 구성되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방학 때부터 미리 준비하자는 성격이 강하다.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중국어과 유진희씨(24)는 “방학 기간이었지만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내 약점을 인식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호평했다.
경희대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중국 베이징 대학,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과 연계해 국제 교류 계절 학기를 열었다. 중앙대는 취업 관련 MOS 자격증(파워포인트, 엑셀) 특강 및 취업 캠프를 열어 학생들의 방학을 알차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짱·몸짱 되기 “바쁘다 바빠”
성형외과·헬스클럽에도 줄 이어

 
방학 기간은 여대생들에게 외모 업그레이드 기회이다. 최근에는 성형을 결심하는 남학생들도 늘었다. 대학생 최 아무개씨(25)는 “작년에 했던 쌍꺼풀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아서 이번에 다시 하려고 한다. 외모가 취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한두 군데 수술한 경험이 있다. 성형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싶다”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고운세상성형외과는 방학 기간을 맞아 내원 고객이 30% 정도 증가했다. 이곳의 조주원 원장은 “여름방학은 겨울에 비해 기간이 짧기 때문에 눈·코·이마 성형이 인기다. 몸매를 드러내는 시기이니만큼 7월에는 지방 흡입이나 자가 지방 이동 수술 등을 원하는 고객이 많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현중씨(26)는 수영장과 헬스클럽에서 몸짱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단기간에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영양제도 복용하고 있다. 그는 “학기 중에는 생활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운동에 신경 쓰기가 힘들었다. 사회에 나가기 전 다부진 몸을 만들어두고 싶다”라고 말했다.
성적·어학·경험뿐 아니라 외모까지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분주한 대학생들에게 두어 달 남짓한 방학 기간은 너무 짧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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