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커피 시장 토종·외제 ‘브랜드 혈전’
  • 노진섭 기자 ()
  • 승인 2007.07.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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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속속 가세…전략적 제휴 통한 신상품 출시도

 
커피 전문점 시장이 뜨겁다. 외국계와 국내 브랜드 간 경쟁에 롯데·한화·두산 등 대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커피 전문점 2위 브랜드인 카리부커피까지 들어와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처럼 국내외 기업들이 속속 커피 전문점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국내 원두커피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 AC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커피 시장의 연간 매출 규모는 지난해 1조2천억원에서 올해 1조8천억원으로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커피 전문점 시장은 20% 정도인 3천억원대에 불과해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한국은 하나의 거대한 다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커피 전문점이 많아졌다. 점포별로 66~99㎡ 안팎의 제법 규모 있는 매장을 갖춘 커피 전문점 브랜드만 6~7개나 된다. 이들 브랜드의 매장 수를 합치면 전국적으로 5백 개가 넘는다. 로즈버드·이디야 등 중소형 커피 전문점과 테이크아웃 전문점 브랜드까지 포함하면 1천 개 이상 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소형 트럭 등을 개조해 만든 간이 커피 판매점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이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미국계 스타벅스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신세계와 50 대 50 합작 계약으로 1999년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첫선을 보인 스타벅스는 2000년 86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천94억원으로 12배 이상 급증했다.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8만5천여 명에 이른다.
2001년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국계 커피빈은 2006년 한 해 100개 매장에서 5백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스타벅스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업계 매출 순위로는 2위이다. 커피빈은 최근 미국 본사와 맺은 라이선스 계약 및 100개 매장 운영에 관한 제반 권리를 매각하기로 했다. 롯데가 실사 작업까지 마쳤지만 최종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틈을 타고 국내 브랜드가 경쟁력 갖추기에 나섰다. 국내 브랜드 1위인  할리스커피는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스타벅스나 커피빈과 달리 가맹점 마케팅으로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다. 6월 말 현재 직영 10개, 가맹점 매장 100개이다. 본사 입장에서는 적은 투자비로 매장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상권을 선점하는 이점이 있다. 이 회사 김대연 마케팅팀장은 “직영점 출점은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결정 시간도 길기 때문에 가맹점 출점보다 시장 선점 효과 면에서 떨어지는 점이 있다. 할리스커피 가맹점은 직영점 못지않은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상권을 선점해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메뉴 개발에서도 차별성을 두고 있다. 외국계 브랜드의 경우 우리나라 소비자 입맛에 맞는 커피를 개발해 출시하기 위해서는 해외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국내 브랜드의 경우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좀더 발 빠른 마케팅을 펼 수 있다.
또 외국계 브랜드와 달리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다. 외국계 브랜드는 보통 매출액의 4~5%를 로열티로 내준다. 스타벅스의 경우 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미국 본사에 지급한다. 미국 본사에 송금한 로열티는 2000년 4억2천만원에서 지난해 54억7천만원으로 증가했다. 국내 브랜드는 로열티를 주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에서 더욱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국내 브랜드 업체들은 말한다.
커피 전문점 시장은 최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자바커피로 시장에 진입한 롯데리아는 올해 브랜드를 엔제리너스커피로 바꾸고 그동안 직영점 위주에서 벗어나 가맹점 사업을 시작하며 매장을 대폭 늘리고 있다. 엔제리너스커피는 현재 56개인 가맹점을 연말까지 10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화유통은 지난해 1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빈즈앤베리즈 1호점을 선보이며 커피 전문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연말까지 15개 점포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 브랜드는 유기농 원두를 사용한 커피를 내세워 고급화 전략을 세웠다. 두산그룹 계열 에스알에스코리아도 지난해 말부터 쇼핑몰에서 숍인숍 형태로 운영해온 렌떼를 로드숍 매장으로 확대했다. CJ푸드빌도 최근 샌드위치 카페를 표방한 투썸플레이스의 매장을 늘리며 커피 메뉴를 확대하고  있다. 귀뚜라미보일러도 닥터로빈이라는 커피 전문점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 2위 커피 전문점 카리부커피도 상륙
외국계와 국산 브랜드 사이 대립각이 더욱 첨예해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커피 전문점 카리부커피가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양재점을 연 이후 6월까지 4개 매장을 오픈했다. 지난 3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마이콜 콜스 카리부커피 회장은 “연내 7~8개 매장을 열고 5년 내 50개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브랜드는 무엇보다 맛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입장이다. 초콜릿, 마시멜로 등의 토핑을 얹은 커피를 선보이는가 하면 시럽도 아이리시 시럽 등 12가지나 선보였다.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카리부커피의 김진선 영업팀장은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커피 맛은 커피를 볶는 과정에서 좌우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연하게 볶은 커피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 토핑이나 시럽 등을 풍부하게 갖춰 다양한 입맛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이 뜨거워지자 미국의 스타벅스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세계와 합작한 스타벅스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국내 컵커피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있다. 커피 음료 제조 및 유통망을 갖춘 동서식품과 전략적 제휴를 한 것이다. 동서식품은 연간 6천억원이 넘는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서 점유율 77%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미국 스타벅스는 동서식품이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과 국내 소매점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해 지난 5월부터 컵커피 ‘스타벅스 디스커버리즈’를 전국 할인점과 편의점, 슈퍼마켓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하루 평균 7만 개씩 팔리고 있으며 내년에는 하루 평균 13만 개 판매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우리나라의 컵커피 하루 판매량은 50만 개에 연 1천억원 규모이다. 스타벅스와 동서식품이 이 제품을 내놓기 전에는 매일유업(카페라떼)과 남양유업(프렌치카페)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다. 동서식품은 올해 컵커피 시장에서 15% 이상의 점유율을 올리고 내년에는 3백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서식품 안경호 홍보팀장은 “저가 캔커피에 길들여 있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 컵커피로 옮아가고 있다. 서울우유와 제휴를 맺어 최고급 우유를 사용하는 등 프리미엄급 컵커피를 생산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지난 2005년 10월 스타벅스 병커피 ‘프라푸치노’와 캔커피 ‘더블샷’을 출시한 경험을 컵커피 판매에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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