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대통령’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
  • 정미경 (수원지검 검사·현 여성가족부 파견) ()
  • 승인 2007.07.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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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는 점이 약점이라고 생각하나요?” 누군가 우문을 던진다면, 이른바 ‘알파걸’들은 이렇게 현답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여성이라는 점이 때로는 단점도 되고 때로는 장점도 되기 때문에 그것이 약점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여성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들을 하지만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없다. 과거와 현재 선배 여성들이 사용했던 남성 같은 여성이나 여성다운 여성의 전략은 미래에도 통하는 것일까? 현재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더 이상 최초도 아니고 소수도 아니므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는 많은 여성들은 누구나 한두 번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남성 조직이라고 알려진 검찰에서도 현재 신임 검사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여성이다. 여검사가 많아지면서 수사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추세와 여성에 대한 평가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는 다른 분야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조직도 이에 대해 우려만 할 것이 아니라, 여성들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더구나 남녀 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온 신세대 소녀들인 ‘알파걸’들이 무서운 속도로 조직 안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성별에 주목하지 말고, 그 포지션에서 요구되는 자질에 주목하자. 때로는 남성적 자질이, 때로는 여성적 자질이 필요하다. 부족한 자질은 훈련으로, 강점인 자질은 더욱 세련되게 가꾸어야 한다. 대통령이면 대통령다운 자질이, 정치인이면 정치인다운 자질이, 경영인이면 경영인다운 자질이 중요하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 자질을 키우고 훈련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몰입해야 한다. 여성들도 최초나 소수의 여성들이 받았던 배려를 그리워하거나 원하지 말아야 한다.
일하다 보면 여자를 지독하게 싫어하는 상사를 만나기도 하고, 여자가 상사인 것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부하 직원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해야 한다. 내 보고를 제대로 듣지 않고 소리만 지르는 상사 앞에서라도 업무에 필요한 말은 해야 한다. 그가 내 말허리를 자르면 자르는 대로 말을 해야 하고, 때로는 마음에 상처를 입는 대꾸가 나와도 말을 해야 한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서 못된 상사로부터 업무와 감정을 분리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해야 할 일과 필요한 말이 분명해지기 시작한다. 이때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 예의를 목숨처럼 지키기.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사안의 본질은 없어지고 그 예의 없음만 살아남아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집은 놓아둔 채 유리 천장만 부숴서야
이제는 유리 천장을 부수지 말자. 그런다고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집이 그대로 있는데 천장만을 바꾼다고 달라지겠는가. 처음부터 남성에게 편안하게 만들어진 집이라면 유리 천장만을 부순다고 여성에게도 편안한 집이 되겠는가. 차라리 새 집을 지어야 한다. 남녀가 모두 행복하게 잘살 수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한 집을 지어야 한다. 새 집을 짓는다면 옛날 이야기처럼 ‘그 후로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면 좋겠지만 우리는 뒷이야기를 생각해야 한다. 새 집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옛집을 그리워하면서 불평하는 남자들, 마지못해 새 집에 사는 남자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살기에 새 집이 좋다고 만족하는 남자들로 나뉜다. 새 집에는 새로운 관리인이 필요하게 되고, 새로운 인재가 주목받게 된다. 여자든 남자든 새 집을 인정하고 적응하며, 발전시키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미래의 주인공이다.
이제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길을 더 탄탄하게 닦아놓아야 할 때이다. 일단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실력을 쌓아야 한다. 다음 세대 여성들에게 아무런 제약이 없는 시대를 만들어주기 위하여. 우리 한번 행복한 고민을 해보자. ‘여자 대통령’ 말고 ‘대통령’을 꿈꾸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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