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풍’ 앞에 비틀거리는 ‘검증 검투’
  • 오윤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7.2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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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상처 덧난 채 엎치락뒤치락…대기 중인 의혹도 ‘첩첩’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가 ‘지풍(地風)'에 휘둘린 것이 엊그제였는데 느닷없이 박근혜 후보측의 이후보 주민등록초본 부정 발급 사건이 터졌다. “더러운 정치 공작”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보측을 몰아붙이던 박후보측이 수세에 몰렸다. 주민등록초본 부정 발급과 부동산 의혹은 비중이 다르다. 검찰이 이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와 친형의 부동산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더하자 이후보측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처남 김씨의 ‘천호동 뉴타운’ 특혜 의혹은 예사롭지 않다.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검찰 주변에서 나온다. 자숙 모드에 빠져 있던 박후보측도 “8월 경선 전에 무엇인가 터지지 않겠느냐”라며 목을 빼고 검찰 쪽을 바라본다.
국정원의 이후보 부동산 기록 열람도 변수이다. 부동산 관련한 각종 의혹이 집중 보도되고, 이후보 주변 인물이 보유한 땅이 “여의도만 하다”라는 비난 여론이 조성되면서 이후보가 코너에 몰렸지만 국정원 직원의 일탈이 그를 도왔다. 이후보를 뒷조사한 국정원 특별팀(TF)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이명박 대 국정원 또는 이명박 대 청와대 싸움으로 옮아가는 양상이 나타났다. 하루 앞을 내다보기 두렵기는 이후보측도 마찬가지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사생결단식 검증 공방 속에 검찰과 국정원이 어느덧 깊숙이 들어와 있다. 주민등록초본 부정 발급 사건, 부동산 비리 의혹, 국정원의 정치 공작 혐의 등을 둘러싸고 두 후보는 검찰과 국정원이라는 제3의 손에 그 운명을 맡긴 꼴이다.
이처럼 본질이 숨고 곁가지가 활개치는 상황은 어떻게 왔을까. 이는 박후보 진영이 자초한 것이다. 박후보

 
진영이 똘똘 뭉쳐 ‘이명박 뒤지기’에 몰두하다가 ‘사고를 친’ 것이다.
박후보 캠프가 이후보 개인 신상에 상식 이상의 흥미를 보인 것은 ‘한방’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이후보의 태생과 성장, 병역, 재산 축적 등을 둘러싼 명쾌하지 않은 내용들이 자극한 측면도 있다. 연초부터 지지율에서 더블 스코어 차로 밀리자 그  초조함이 ‘한방’ 추적에 나서도록 등을 떠밀었을 것이다. 이후보 처남의 강남 땅을 이후보 차명 재산이라고 폭로하고, 처남 김재정씨가 이를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수사가 시작되자 박후보측에서 나온 반응은 “제 손으로 제 눈 찔렀다”라는 것이었다. 또 국정원 TF팀이 이후보 부동산 기록을 뒤진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문제의 본질은 부동산 의혹”이라고 일축했다. 국정원의 야당 후보 감시나 탄압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이후보 처남이 ‘고소 취하’ 설득을 받아들이지 않자, 박후보측은 “처남도 제대로 관리 못하면서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냐”라고 비아냥거렸다. 검찰 수사가 재개되었을 때 이를 환영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재오 최고위원으로부터 “박후보는 동생들 제대로 관리했느냐”라는 더 신랄한 반격을 받아야만 했다. 두 동생에 관련된 따가운 지적이었다.

이명박, 주민등록초본 부정 입수 사건으로 일단 국면 전환
주민등록초본 불법 입수를 주도한 박후보 캠프의 마포팀은 이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 유출에도 관련되어 있다. 마포팀의 핵심 인사인 방석현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수자원공사 기술본부장으로부터 대운하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받아 사방에 유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방교수는 마포팀장 홍윤식씨를 박후보에게 소개한 인물이다. ‘박근혜의 입’이라던 전여옥 의원은 지난 4월 최고위원 직을 그만둔 뒤 “주변 의원들이 박 전 대표를 잘못된 길로 가게 하면서 난도질하고 있다. 주변 의원들이 마치 무슨 ‘종교 집단’ 같다”라고 비난하고 결별을 선언했었다.
전의원은 이후보 진영에 합류하면서도 아픈 소리를 했다.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국민이 받들고 섬길 대통령이 아니라 나라 일을 당차게 해낼 경험 많은 일꾼”이라고 명분을 세웠다. 전의원 눈에는 박후보가 ‘받들여지기를 바라는 모습’으로 다가왔다는 얘기이다.
전의원의 결별에 이어 김덕룡 의원도 이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박후보에 의해 당 대표가 된 강재섭 대표 역시 이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박후보 진영의 ‘사람 관리’를 눈여겨보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박후보 진영에 있으면서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참모들도 없지 않다고 한다.

 

현재 지지율이 뒤지는 박후보는 이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박후보의 운명도 검찰 손에 맡겨져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만약 홍윤식씨가 주민등록초본 부정 발급을 지시했고, 빼돌린 초본을 열린우리당에 넘겨주었다면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열린우리당에서는 “한나라당에서 이후보 주민초본을 건네며 위장전입 폭로를 의뢰했다”라고 바람을 잡는 터이다. 김혁규 의원이 폭로한 주민등록초본이 홍씨의 초본과 일치하는 쪽으로 검찰이 결론내고 있기도 하다. 방교수의 대운하 보고서 연루 건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수장학회 비리 등을 고발한 한나라당 당원 김해호씨를 검찰이 체포한 것도 박후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보 진영은 박후보측의 주민등록초본 불법 입수로 일단 국면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캠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사과하도록 만들었다. 박후보가 ‘자숙 모드’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주민등록초본 때문이다, 서울신문이 실시한 7월14일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34.4%, 박근혜 23.1%로 11.3%포인트의 격차가 나타난 것도 주민등록초본 사건 와중에서이다. 같은 조사 기관의 1주일 전 조사에서는 격차가 10%포인트 미만이었다. 이후보의 소득이라면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박후보로부터 떼어내는 데 일정 부분 성공했다는 것이다. 박후보도 상처를 입었다. 이후보의 부동산 의혹에 고개를 젖던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박후보측의 주민등록초본 불법 입수로 잠시 흔들렸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뢰밭은 역시 부동산 의혹이다, 부동산 의혹을 제기한 박후보측과 일부 언론에 대한 이후보측의 검찰 고소가 이후보의 진로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후보 처남의 강남땅 차명 의혹을 둘러싼 흐름이 우선 심상치 않다. “도곡동 땅은 이명박 땅”이라는 증언이 꼬리를 문다. 기록상 이 땅을 포스코에 처분했다는 이후보의 처남이 얻은 차익만 1백40억원이 넘는다. 이것 한 건이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후보에게는 치명적이다.
애초 이후보는 처남의 검찰 고소를 취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의 강력한 귄고가 있었다. 그러나 처남이 틀었다. “평생 모은 내 재산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거부하는데 이후보로서도 고소 취하를 강요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취하를 강요해보아야 “뒤가 캥기느냐”라는 박후보측의 공격이 있을 것이 뻔하다.
“강남 도곡동 땅은 이명박 땅”이라고 주장한 서청원 고문은 지난 주 검찰에 나가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골프를 함께한 김만제 전 포스코 회장으로부터 분명히 들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이명박씨가 나를 세 차례나 찾아와 자기 땅인데 사달라고 했다. 2백50억원에 사준 뒤 계약서를 갖고 온 것을 보니 (이 전 시장) 형과 처남 이름으로 돼 있어 깜짝 놀랐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처남 김씨는 즉각 서고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골프를 함께한 황병태 전 의원과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도 검찰에서 “우리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라고 증언했다. 이후보와 처남 김씨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다. 물론 이 후보가 “내 땅”이라고 말했다 해도 등기부상 소유주가 처남이었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자기 땅도 아닌 처남 땅을 처분하기 위해 국회의원이던 이후보가 공기업 회장을 세 차례나 찾아갔다면 석연치 않은 일이다. 더구나 차익금 1백40억원의 행방은 검찰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시선에서 비켜갈 수 없다. 검찰은 땅을 공동 소유했던 이후보의 맏형 상은씨도 소환했지만, 상은씨는 일본에 나갔다는 이유로 불응했다.
땅 소유 문제가 정리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검찰은 이후보의 처남이 현대건설(당시 사장 이명박)로부터 이 땅을 매입한 자금 출처 및 매도 자금 사용처 등도 조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차익금의 일부라도 이후보에게 들어갔다면 “도곡동 땅은 이명박 땅”이라는 주장이 신빙성을 얻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후보는 또 그만큼 추락할지 모른다.
천호동 주상복합 건물에도 특혜 의혹
그 다음에는 홍은프레닝의 천호동 주상복합 개발 특혜 의혹이 기다리고 있다. 이 의혹은 이후보가 서울시장일 때 직무와 관련된 것이어서 훨씬 심각하다. 개요는 이렇다. 이후보 맏형 상은씨와 처남 김씨가 대주주인 ㈜다스는 2003년 1백54억원의 거액을 들여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다스는 땅 매입을 위해 전자·기계류 무역 업체로 적자를 내고 있던 대원프레닝을 인수해 홍은프레닝으로 이름을 바꾸고, 사업 목적도 부동산 매매 및 분양, 상가 및 주택 신축 판매업 등으로 변경했다. 갑자기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 것이 공교롭게도 이후보가 서울시장일 때이다. 2003년 11월 서울시는 윤락 지역을 정비하겠다는 취지로 이 땅의 맞은편 천호동 일대를 뉴타운 지구로 지정했다. 그 전까지는 ‘서울 동남권 지역은 뉴타운 지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었다. 또 서울시는 2005년 12월 홍은프레닝 땅을 포함한 이 일대를 천호동 내 균형발전 촉진 지구로 지정했다. 당연히 땅값이 올랐다. 이것만으로도 의혹이 피어오른다. 거기에다 이후보의 대학 동창 안순용씨가 홍은프레닝 사장, 이후보 측근인 김백준씨가 감사를 맡았다. 이 땅을 ‘차명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일반 고소 고발 사건이면 70%만 하면 되는데 이 사건은 100% 다 한다”라고 밝혔다. 철저히 뒤지겠다는 것이다. 이후보측은 “다스는 이후보와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검풍(檢風)’을 넘어서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후보와 그 일가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준 부동산은 분명 복이었겠지만 지금은 화를 부를 수 있는 시한 폭탄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자신의 재산에 대한 검증을 검찰에 위탁했으니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검풍’ 앞에 선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운명은 한나라당 경선뿐 아니라 12월 대선의 향배까지도 가를 것이다. 두 후보의 치명적 실수는 ‘검풍’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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