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구리나” 맨몸의 ‘네거티브 전쟁’
  • 오윤환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7.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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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나라당 후보가 결정되면 대선까지는 꼭 넉 달 남았다. 현재로는 한나라당 집권이 유력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의 수치가 이를  예고하고 있다. 8월20일이 되면 다음 대통령이 될지 모를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탄생한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에게 냉정과 이성을 호소해보아야 무의미할지 모른다. 이미 경선 국면은 가열될 대로 가열되었다. 후보 검증 문제로 두 후보 사이가 원수지간으로 변했고, 합동연설회든 여론조사든 사사건건 트집이다. 경선 이후 ‘결별설’도 나돈다. 여야 후보가 맞붙는 본선이 따로 없다는 투이다.
경선이 가까워오면서 여론조사도 춤을 추고 있다. 두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크게는 14%포인트에서 적게는 5.7%포인트로 좁혀졌다. 박후보 진영은 자체 조사에서 그 차이가 1.8%포인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후보측이 초조해졌다. ‘마의 35%선’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35%선이 무너지면 앞날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후보측은 마지막 고삐를 죄고 있다. ‘최후의 역전 기회’를 향한 결의가 묻어난다. 전방위·전천후 ‘전투 모드’이다.

검증청문회 후 지지율 격차 상당히 좁혀져
이후보가 7월17일 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두 후보 지지율 차이는 14.6%포인트였다. 그때만 해도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7월21일 갤럽 조사에서는 그 차이가 9.6%포인트로 줄어들었다(이후보 37.2%, 박후보 27.6%). 불과 사흘 만에 격차가 5%포인트나 좁혀진 것이다. 그 사이 한나라당 후보 검증청문회가 있었고, 이후보 처남의 서울 도곡동 땅 차명 의혹이 불거졌었다. 이후보측이 더 신경 쓰이는 것은 같은 날 TNS 코리아 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 검증청문회를 거치면서 이후보와 관련된 의혹들이 어떻게 규명되었다고 느끼는가”라는 물음에 49.5%가 “의혹이 더 깊어졌으며 사실인 것 같다”라고 답한 점이다. 21%만이 “의혹이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답했을 뿐이다. 박후보에 대해서는 32.6%가 “의혹이 더 깊어졌다”라고 응답했

 
다. 검증청문회가 이후보에게 ‘독’이 되어 돌아온 꼴이다. 이러니 TV 토론을 피할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7월21일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청문회 이후 박후보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20.7%, ‘나빠졌다’는 12.5%였다. 반면 이후보는 ‘나빠졌다’ 32.9%, ‘좋아졌다’ 4.5%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KSOI 조사에서는 청문회 이후 이후보에 대한 호감층이 60.6%에서 40.8%로 19.8%포인트나 줄었다. 박후보는 호감층이 50.5%에서 55.5%로 5.0%포인트 늘어났다.
그래서 빼어든 것이 ‘네거티브’ 칼이다. ‘최태민’이 주어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 놈한테 홀려서…”라고 했다는 김계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말이 소개되었다. “최씨와는 떼어내려 해도 뗄 수 없다. 최씨가 고인이 되기까지 근 20년을 함께했다”라는 것이 이후보측 주장이다. 진수희 대변인은 “최씨의 국정 농단과 그 일족의 비리를 (박후보가) 감싸왔다. 박후보 주변의 각종 의혹에는 최씨 일족이 있다”라고 퍼부었다. 최씨 일가의 부동산 등 재산만 2백억원이 넘는다는 ‘박근혜 X파일’도 등장했다. 작심한 네거티브이다.
‘천벌 받을 각오로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도 발표되었다. 최목사를 비난하기만 하면 “천벌 받을 것”이라고 한 박후보를 비아냥댄 것이다. 박후보와 최목사 아들 ‘조순제’의 관계를 물었다. 아버지는 최씨인데 아들이 조씨라는 것부터 심상치 않다. ‘조씨는 최목사의 다섯 번째 부인의 전 남편 아들’이라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이후보 쪽 주장에 따르면 조씨는 ‘박후보가 이사장 또는 이사로 재직하던 명지원과 한국문화재단 이사로 일했던 박후보 공·사 조직에서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박후보가 청문회에서 “알지 못한다”라고 답변한 것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또 최목사의 사위 정윤회씨도 들먹였다. 그는 얼마 전까지 박후보를 곁에서 모신 최목사 가족이다. 박후보가 ‘고마운 분’이라고 감싸온 최목사를 부인이 다섯이나 되는 파렴치한으로 몰아붙이며 박후보와 결부시키는 전략이다. 게다가 5·16을 ‘구국 혁명’으로 평가한 박후보의 역사관을 “현대사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인하는 그릇된 역사 의식”이라고 비난하면서 “공적인 역사관과 사적인 역사관을 구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가 지도자가 되겠느냐”라며 공격을 퍼부었다.
박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생계비 형식으로 받았다는 6억원도 물고 늘어졌다. “무결점의 소유자로 알려진 박후보가 당시 강남 은마아파트 30채에 해당하는 돈을 생계비 명목으로 받았다는 사실을 과연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겠느냐. 현재 가치로 3백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국고를 ‘고맙게 받았다’는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다”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장물취득죄’ ‘공금횡령죄’를 언급했다. ‘6억원’을 ‘은마아파트’와 비교한 발상이 이후보 진영답다. 공격을 멈출 기세가 아니다. 최근에는 이후보 진영을 출입하는 기자들에게서 귀가 솔깃한 얘기들이 새어나온다. 이후보측에 불리한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 부쩍 신경질적이라는 것이다. 한때 50%를 구가하던 지지율이 검증 공방 이후 35%까지 추락하자 입이 타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이후보 쪽 출입 기자들의 전언은 “캠프가 여유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라는 것이다.

 
“네거티브에는 네거티브로”
박후보측은 ‘마포팀’의 이후보 주민등록초본 불법 입수로 잠시 수세에 몰렸었지만 “초본이 중요하냐, 부동산 의혹이 중요하냐”로 국면을 반전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분위기이다. 홍사덕 공동 선대위원장은 “박후보가 20%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포스코에 판 도곡동 땅은 이후보 소유가 맞다”라는 열린우리당 출신 의원들의 폭로가 나오자 “게임 끝”이라는 환호도 나오고 있다. 박후보측은 이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네거티브를 자제할 움직임이었다. 마포팀이 ‘사고’를 치자 네거티브에 대한 거부감이 캠프 전체에 확산되기도 했다. 특히 당 원로 그룹에서 “박후보 진영이 정권 교체와 12월 본선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라며 고개를 젓기 시작한 것도 박후보 진영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후보측이 ‘최태민’ ‘청와대 금고’를 입에 올리며 네가티브로 급선회하자, 박후보측은 더 과격한 네거티브 모드로 전략을 급히 수정했다. 바로 ‘이명박 필패론’이다. ‘이명박 불가론’에서 한 발짝 더 나간 것이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7월25일 “오늘부터 기회 있는 대로 이 전 시장의 본선 필패 이유를 말씀드리겠다. 이 전 시장 일가가 전국에 86만평의 땅을 갖고 투기, 은닉, 변칙 증여를 일삼은 것이 본선 필패론의 가장 중요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또 “이 전 시장이 전국적으로 ‘86만 평’ 땅 투기를 한 의혹에 대한 해명이 명쾌하지 않다”라고 비난했다.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깨겠다는 의도이다.
박후보측은 ‘이명박 후보 및 친인척 전국 토지 보유 현황-전국 7개 시도 85만9천여 평, 시가 2천3백여 억원 추정’이라는 표까지 만들어 공개했다. 제목이 ‘이명박 땅 사랑’이다. “CEO와 국회의원을 하면서 이런 일을 벌인 집안이라면 대통령이 됐을 때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국민 정서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후보의 형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이재오 최고위원에게도 칼을 들이댔다. 박후보 진영은 이부의장이 “경북도지사가 노골적으로 박근혜를 지지하고 다닌다. 언젠가 후회 막심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살생부식 발언을 했고, 이최고위원을 향해서는 지난 6월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최고위원이면서도 ‘특정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아 박 전 대표의 탈당 전후의 문제를 폭로하겠다’라는 발언을 해 해당 행위를 했다”라며 당 윤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박후보측은 이와 함께 ‘최태민 의혹’을 제기한 김해호씨의 배후에 이후보측이 있다는 일부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이후보측과 공모한 흔적이 있으며, 공모한 사람은 이후보 캠프에도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보도 때문이다. 그러나 박후보측으로서도 ‘마포팀’이 걸린다. 마포팀의 주민등록초본 불법 입수와 이 초본이 열린우리당에 흘러 들어간 연계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여서이다. 이미 마포팀의 3명이 검찰에 불려갔었고, 이중 한 명은 구속되었다. 중앙일보 기자를 통해 열린우리당에 간 초본을 마포팀이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 그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마포팀이 입수한 초본이 중앙일보뿐만 아니라 유력 신문에 대부분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고의적이고 계획적으로 초본을 불법 입수해 언론계는 물론 집권 세력에게까지 뿌렸다는 추론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한 반격 카드로 박후보 진영은 김해호씨 건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박후보측이 추격의 발판을 만든 것은 사실이다. 이후보 진영이 “흔들린다”는 첩보도 입수했다. 그러나 박후보의 한계는 역시 수도권이다. 또 ‘당선 가능성’에서도 이후보에 밀린다. 그래서 박후보 진영은 여론조사 결과만 나오면 괴롭다. 야당 생활 10년의 고초를 겪은 당원과 대의원들이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 이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남은 시간이라야 고작 20여 일이다. 결국 박후보 진영은 역전 전략을 대거 수정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른바 ‘이명박 본선 필패론’이다. 당원과 대의원,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이명박=땅 투기=본선 필패’를 8월19일까지 줄기차게 각인시키겠다는 것이다.
강재섭 대표가 ‘이명박 편’이라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후보 경선 방식을 둘러싼 두 후보 간 갈등 때 이후보 편을 거들었다는 말이 당내에 파다하다. 박후보측의 과격 지지자들은 ‘돈에 넘어갔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제주에 이은 광주 후보합동연설회를 느닷없이 무기 연기하자 박후보측이 노발대발한 것도 ‘이후보 편들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대표가 상승세를 탄 박후보의 기를 꺾으려든다는 것이다. 광주연설회 연기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제주 연설회가 이명박·박근혜 지지자들 간의 물리적 충돌로 얼룩졌지만 이것만으로 연설회를 중지하기에는 명분이 약했다는 것이 당내 여론이다.

“대체 누구 편이야”…도마 오른 강재섭·박관용
“옛날에는 야당 대회에 각목까지 등장했다”라는 말도 당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더구나 이 결정은 이후보가 네 차례의 TV 토론이 “너무 많다”라며 재조정하지 않을 경우 TV 토론을 보이코트하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상황에서 나왔다. 후보 연설회 연기 갈등은 중앙당이 두 후보로부터 ‘물리적 충돌 재발 방지 서약서’를 받고 7월26일 부산연설회부터 정상화하기로 함에 따라 일단 봉합되기는 했다. 그러나 강대표가 이후보 진영의 TV 토론 재조정 요구를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언제든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박후보 진영에서는 “강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강재섭 총리’ 카드에 넘어갔다”라고 비난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 역시 ‘이명박 편들기’에 대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이다. 그는 “이것이 이명박 당이 아니냐. 이명박 후보가 하자는 대로 다 해주지 않았느냐. 이렇게 하려면 뭐 하려고 경선하는가. 이후보가 다른 후보들의 기탁금을 돌려주고 이후보 혼자 남고 다 사퇴해버리는 것이 낫다”라고 흥분했다. 또 국민투표 참여인단 투표율을 정할 때, 강대표가 이후보 손을 들어준 것을 새삼 꺼내들었다. “국민투표인단의 3분의 2가 안 와도 3분의 2의 표로 간주해주겠다는 황당한 제안”으로 이후보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특정 후보를 일방적으로 편든다는 인상을 주면 나중에 판세가 드러날 때 다른 한쪽에서 ‘불공정하기 때문에 이 경선 못하겠다’고 발 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 지도부가 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하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후보 역시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박후보측은 강대표뿐만 아니라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까지도 ‘이명박 편’으로 의심하는 눈치이다. 강대표가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주로 ‘광주 연설회 연기’를 결정하고, 강대표가 박위원장에게 이를 건의하자 선뜻 받아들인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그러자 박위원장은 “양 캠프가 질서 있는 경선을 위해 선관위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라며 발끈했다.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당 지도부의 경고를 무시해온 박후보 진영에 대한 불만이다. 급기야 강대표 입에서 “지도부를 흔드는 행위를 좌시할 수 없다”라는 고함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먹힐지는 미지수이다. 그만큼 중립성 시비가 심각한 상황이다.
한나라당 경선은 경선일이 가까워올수록 아슬아슬해지고 있다. 언제 빅 2 후보 간 갈등과 감정이 폭발할지 알 수 없다. 요즘 양쪽 진영을 가보면 ‘경선 후 결별설’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온건한 사람들조차 “최선의 경우 태업”이라고 할 정도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빅뱅의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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