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사랑의 두 가지 색깔
  • JES 김인구 기자 ()
  • 승인 2007.08.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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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스캔들’이라는 말로 멋있게 포장한 영화의 소재는 결국 두 부부 간의 엇갈린 불륜이다.
지금까지 영화에서 비친 불륜이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바람을 피우고 다른 한 쪽이 이를 단죄하러 다니는 모습이었다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씨네2000, 정윤수 감독)에서는 쌍방이 동시에 바람을 피운다. 재미있는 것은 어느 시점까지는 그 사실을 서로 모르고, 그 상대 또한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다.
불륜의 색깔도 다르다. 엄정화-박용우, 한채영-이동건 두 부부의 색깔이 다른 만큼 엇갈린 커플의 컬러도 판이하다.
홍콩 출장 길에 우연히 만난 한 채영과 박용우의 경우는 서정성으로 포장된 불륜이다.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이 로맨틱하고 침대에서의 탐닉이 감각적이고 우회적이다. 파스텔 톤으로 차려입은 패션, 어두운 침대 조명, 보일락말락 한 카메라 워크가 불륜이라기보다는 ‘이 두 사람 진짜 사랑에 빠졌구나’ 하는 느낌을 전달해준다.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던 ‘바비 인형’ 한채영의 육감적인 몸매를 다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반면 서로의 배우자를 출장보내고 서울에 남은 엄정화와 이동건의 경우는 첫 만남부터 직설적이고 거칠다. 활달한 성격의 엄정화가 이동건의 ‘왕자병’을 견디다 못해 욕설과 반말을 하는 순간부터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좁혀진다.
베드신 또한 대낮처럼 환하고 격렬하다. 섹스인지 레슬링인지 알 수 없는 투박함이 한채영-박용우의 정사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들은 심지어 이종격투기 클럽에 가서 ‘사랑의 매’를 서로 때리고 맞는다. 하지만 불륜에는 그만큼의 고통과 희생이 따르는 법. 다른 상대방에게 탐닉하면 할수록 자신의 진짜 파트너에게는 아픔을 줄 수밖에 없다. 이들은 결국 선택의 기로에까지 내몰린다.
정윤수 감독은 이 점에서 이 영화의 의미를 찾은 것 같다. 이전과는 달리 이들 네 사람의 마지막 운명은 불행하거나 극단적이지 않다. 어떤 사람도 다른 한 사람에게 버림받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의 정감독식 질문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과 여전히 연애 중이십니까?’이다.

경쾌하고 ‘쿨’한 불륜
불륜을 다루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경쾌하다. 네 주인공의 스타일이 멋지고, 요즘에 맞는 ‘쿨’한 정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엄정화는 패션 컨설턴트, 박용우는 호텔리어, 한채영은 조명 디자이너, 이동건은 재벌 2세로 하나같이 전문직이고 생활에 여유가 있으며 선남선녀이다. 자식이 없고 수입은 두 배인 딩크(DINK)족이라는 것도 이들의 스캔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들의 친구이자 중개자 역으로 나오는 최재원의 감초 연기도 눈에 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나 배우들이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그가 던지는 한마디는 구원투수 같은 역할을 한다. 18세 이상 관람가로 8월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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