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두뇌 깨우니 세계 교육계 ‘화들짝’
  • 김세원 (언론인·고려대 초빙교수) ()
  • 승인 2007.08.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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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체 주최 국제브레인올림피아드 미국에서 열려

 

눈을 가린 채 봉투 안에 든 카드의 색상을 알아맞히고 맛을 보지 않고도 밀봉한 컵 속에 담긴 액체가 무엇인지 판별해 낸다면 상당한 초능력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초능력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뇌의 인지 능력이다.
지난 8월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 엘렌빌에서 폐막한 제3회 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대회장 이승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 총장)는 꾸준한 훈련과 집중을 통해 뇌의 무한한 잠재 능력을 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국제 행사였다.
“호흡을 가다듬고 뇌간을 자극해서 사고를 집중하세요. 카드가 좀더 밝게 보일 겁니다.”
8월10일 미국 뉴욕 주 엘렌빌의 ‘베스트5 리조트’. ‘국제브레인 HSP 올림피아드’ 대회 참가자들이 검은 복면으로 눈을 가린 채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카드를 집어올려 색깔을 맞히는 경기가 한창이다. 참가자들은 한참 동안 봉투까지 씌운 카드를 응시한 뒤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기면 파란색 등 눈앞에 떠오르는 색상을 앞에 놓인 종이에 적는다. 단계가 올라가면 시각적으로 완전히 차단된 카드에 그려진 형태를 감각이 아닌 ‘두뇌’로 인지해 종이에 그대로 재현한다.
뇌기능이 고도로 집중될 때 발휘되는 고등 감각 인지 능력을 평가하는 HSP브레인 윈도 종목이다. 눈을 가린 채 고도의 집중력과 인지 능력으로 대상이 되는 사물을 알아맞혀야 하기 때문에 두뇌 올림피아드 중 가장 어려운 종목으로 꼽힌다.
한국뇌과학연구원과 국제뇌교육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 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영국·독일·미국·러시아 등 8개국에서 예선을 거친 6백여 명이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두뇌의 잠재 능력을 펼쳤다. 지난 5월12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본선을 통해 최종 선발된 100여 명의 대표단이 참가한 한국팀은 금상 2개, 은상 6개, 동상 2개를 수상해 최고 성적을 거두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IHSPO는 한국에서 창설된 세계 최초의 두뇌 올림피아드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수학·물리·화학·생물·정보·천문 등 6개 분야에 과학 올림피아드가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과 국제뇌교육협회는 IHSPO를 두뇌의 통합적 개발을 측정하는 7번째 종목의 올림피아드로 유네스코에 제안할 계획이다.
분야별 지식과 학습 능력을 평가하는 다른 과학 올림피아드와 달리 IHSPO는 두뇌의 통합 활용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경연 종목이 색다르다. 대회의 핵심 종목인 HSP브레인 윈도는 뇌기능이 고도로 집중될 때 발휘되는 고등 감각 인지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최고의 두뇌들이 참가한다. 눈을 가린 채 고도의 집중력과 인지 능력으로 대상이 되는 사물을 알아맞히는 방식이다. HSP스피드 브레인은 색상과 모양이 다른 숫자와 알파벳 등 16가지 정보를 4초간 제시한 뒤 이를 재생하는 순간의 인지 능력을 평가한다. 이밖에 인체 내에 미세하게 흐르는 에너지장(場)을 활용해 컵 속에 담긴 액체가 무엇인지를 알아맞히는 HSP에너지 감각 인지, 특정 동작을 일정 시간 유지함으로써 지구력과 좌·우 뇌의 평형 감각 등을 평가하는 HSP짐 등 총 4개 종목이 있다.

 
한국에서 창설, 8개국 6백여 명 참가
초능력자만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누구나 꾸준한 훈련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집중력과 창의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한국뇌과학연구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등 감각 인지’로 번역되는 HSP(High- tened Sensory Percaption)는 오감(五感) 이상의 감각을 개발, 뇌가 인지하는 정보의 범위를 확장하는 두뇌 훈련법이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인간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본래의 뇌기능을 회복하면 이른바 육감(六感)이 발현된다는 이치로 현재 한국뇌과학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내외 과학자들이 HSP 현상에 대한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1, 2차 대회가 열린 데 이어 두뇌 올림피아드가 해외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한국에서 창안된 뇌교육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8월10일 열린 개막식에는 이승헌 대회장과 로이스 테일러 미국 연방 교육부 특수교육부 국장, 제럴드 카디널 뉴저지 주 상원의원, 케네스 웨슨 스탠퍼드 대학 뇌과학연구소장,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경과학센터 소장 등이 참가했다.
이번 대회 기간 중 함께 열린 국제뇌교육컨퍼런스에는 뇌 인지 분야의 석학인 댄 파벨 일리노이 주립 시카고 대학 교수, 뇌신경 분야의 전문가인 케네스 웨슨 스탠퍼드 대학 뇌신경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워링턴 파커 미주 뇌교육협회 부회장, 한국 국가과학자 1호인 신희섭 KIST 신경과학센터장, 이성원 일지뇌신경과학연
 
구소장 등이 마지막 남은 미개척 분야인 뇌를 주제로 강연했다.
국제브레인올림피아드의 창설자인 이승헌 한국뇌과학연구원 원장은 “교육의 본질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갖고 있는 재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뇌가 가진 창조성과 평화성을 회복하는 것은 뇌 속에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국제뇌교육협회에 따르면 뇌 교육이란 사고, 감정, 행동의 바탕이 되는 뇌를 교육의 중심에 두고 21세기 뇌 인지 과학이 밝혀낸 뇌의 작용 원리에 교육적 가치를 접목한 교육법이다. 뇌 교육은 인성 회복과 집중력,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체험적 교육방법론으로 각광받으면서 현재 미국에서 차터스쿨을 중심으로 공립 초·중·고교 쪽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뇌교육협회는 이미 3백여 개 미국 학교에서 뇌 교육이 실시되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 내 기업 교육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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