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위기는 투자자의 기회이다
  • 김철상 (주식 투자 연구가. 팍스넷 이사) ()
  • 승인 2007.08.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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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금융 시장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그에 따른 일부 외국 펀드의 손실과 환매에 따른 단기 자금, 엔 캐리 청산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악재와 함께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천 선을 넘었던 한국의 주가지수는 1천6백 선까지 내려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처럼 지수가 급락하면 주가 상승과 함께 달궈졌던 투자 심리는 싸늘하게 식는다. 주가가 오를 때 높은 값으로 산 주식이라도 공포 심리가 작용해 한참 내린 값인데도 싼 가격에 팔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특히 해외 악재 때문에 19% 이상 값이 떨어져 주가가 정상가보다 할인되어 거래가 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그제서야 해외 시장 악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주식을 팔려고 나선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사고 싶었던 기업의 주가가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이 되었는지를 잘 살펴 싼 값으로 사는 투자 자세가 필요하다. 주식은 이처럼 시장이 불안해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형성되거나 장기간 주가가 정체해 지루함을 느끼지 않으면 좀처럼 주식을 싸게 사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 시장의 부정적 심리를 일으키는 재료와 일시적 유동성 왜곡으로 주가가 급변했지만 우리가 투자한 기업체의 사업이나 가치, 실적에는 어떤 변화도 없다. 투자를 결정할 때 해당 기업의 사업성과 기업 재산 가치, 수익성을 보고 투자했다면 사업성과 가치가 변하지 않는 한 보유 주식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자한 기업은 여전히 경영자를 중심으로 전체 종업원이 이윤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주가가 떨어지기 전과 변함없다.
마찬가지로 해당 기업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진 대주주, 즉 기업 회장과 사장 등 대주주들은 이런 주가 변동에 재산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가가 변동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기업 성장과 이윤 창출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것은 시장 거래 가격 변동이 자신의 재산 변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 경색이나 모기지 부실 또는 엔캐리 청산 같은 악재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주지만 기업 가치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기업 가치가 아닌 시장의 일시적 요인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좋은 기회라고 보아야 한다. 평소에 사기 어렵던 ‘좋은 주식’들이 기업 외적 영향으로 할인되어 싼 값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가치가 변함 없는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소유자의 일시적 긴급 자금 수요 때문에 헐값에 매물로 나오는 것과 같다.
시중에 현금 많이 풀리면 상승 장세 이어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관련해 미국과 유럽의 단기 자금 시장이 불안해지고,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FRB와 유럽연합의 중앙은행인 ECB가 대규모 현금을 시중에 풀었다. 8월9일 이후 지금까지 현금 공급 금액은 모두 3천7백억 달러를 넘어선다.
단기 시장의 자금난에 대응해 공급된 이 돈은 불안이 가라앉고 나면 시중 유동성 확대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경기 성장과 주가 상승에 우호적인 유동성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단기   금융 시장 불안 또는 위기로 중앙은행에서 시중에 현금 공급이 이루어지면 강한 상승 장세가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과 1999년 Y2K, 2001년 9월 9·11 테러 등의 사건과 함께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대규모 현금을 공급했다. 그 이후 대부분 강한 장기 상승세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3천7백억 달러의 돈이 풀린 이상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 이미 노출되어 의미가 약해지는 악재를 이유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다면 그야말로 주식에 투자하는 좋은 기회이다. 주가가 더 내릴까를 생각하기보다 ‘기업 가치에 비추어 주가가 충분히 싼가’ 하는 질문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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