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 ‘탱크’에는 ‘좌절’이 끼지 않는다
  • 문승진·JES / 일간스포츠 골프 전문 기자 ()
  • 승인 2007.08.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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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벙커샷 등 비장 무기로 거침없이 PGA 공략…드라마·광고에서도 주인공으로 우뚝

 

‘탱크 신드롬’이 몰아치고 있다.
세계 정상급 골퍼들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1백72cm의 단신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이고 정교한 샷으로 고추장 같은 한국 골프의 매운맛을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탱크’ 최경주(37)이다. 최경주는 ‘탱크’라는 별명답게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당당히 세계 정상급 골퍼 반열에 올랐다.
최경주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내셔널에서 우승하며 시즌 2승, 통산 6승째를 기록했다. 올 시즌 2승을 거둔 최경주는 ‘골프계의 살아 있는 전설’ 잭 니클로스가 주최한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마련한 AT&T내셔널에서 우승하며 ‘황제의 남자’로 떠올랐다. 특히 최경주가 올 시즌 달성한 2승은 모두 세계 톱 프로들이 참가한 특급 이벤트 대회였고, 최경주는 이를 모두 역전 우승으로 장식하며 강력한 ‘뚝심’을 보여주었다.
기업 경영에서도 “최경주를 배우자”
최경주는 메이저 대회에서도 한국인의 자존심을 세웠다. 최경주는 8월13일 끝난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비록 ‘톱 10’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공동 12위에 오르며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지난 7월23일 스코틀랜드 카누스티골프링크스에서 끝난 최고 권위의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공동 8위에 랭크되며 ‘톱 10’에 진입했다.
전남 완도 출신의 섬마을 꼬마에서 세계 정상의 골퍼로 우뚝 선 최경주. 지난 2000년 패기와 배짱 하나로 미국에 건너가 7년 만에 세계 남자 랭킹 12위에 오른 최경주의 성공 신화는 많은 사람에게 꿈과 용기를 주고 있다.
■최경주식 경영 최근에는 경제계에서도 ‘최경주식 경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경주의 성공 밑천으로는 두려움을 모르는 도전 정신, 끊임 없는 노력, 철저한 자기 관리와 준비 등을 꼽을 수 있다.
골프는 기업 경영과 비슷하다. 다양한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해야 하며 정확한 매니지먼트로 코스를 공략해야 한다.
국내와 일본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어 안정된 생활을 하던 최경주는 어느날 ‘더 큰 무대에서 성공하고 싶다’라며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주위에서는 PGA 투어 진출은 무모한 도전이라며 말렸다. 하지만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진출 첫 해인 지난 2000년 그는 30개 대회에 나가 14차례나 컷오프되는 고통을 겪었다. 결국 그는 상금 랭킹 1백34위를 기록하며 다시 ‘지옥의 Q스쿨’을 거쳐야 했다. 다행히 공동 31위로 이듬해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었고 2002년 컴팩클래식과 템파베이클래식에서 우승했다. 2000년 시즌 상금 30만 달러에 머물렀던 그는 올 8월15일 현재 시즌 상금 3백67만 달러를 챙기며 7년 만에 자신의 가치를 10배 이상 끌어올렸다.
성공한 기업인이 그렇지 못한 기업인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패한 기업인들은 항상 주위 환경을 탓한다.
그는 항상 변화를 시도한다. 오늘날 그를 만들어낸 원동력으로는 철저한 자기 절제와 혹독한 연습, 그리고 부단한 탐구 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발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기업의 세계도 승부의 세계 못지않게 냉정하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경주처럼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는 PGA 투어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력한 비밀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벙커샷이다. 그가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과감하게 핀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것도 벙커샷에 자신 있기 때문이다. 완도에서 자란 그는 잔디보다도 모래와 더 친숙하다. 변변한 골프 연습장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에서 성장한 그는 불리한 상황을 장점으로 바꾸어 놓았다. 끊임 없는 노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는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 하나쯤은 지니고 있어야 한다. 남들과 똑같아서는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 남들과 다른 독특한 뭔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당장은 효과를 보지 못해도 언젠가 위기가 닥칠 때 비장의 무기는 크게 빛을 발하게 된다.
■탱크의 눈물 한국 남자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최경주의 성공 신화가 드라마로 꾸며져 전국민이 안방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잠복근무> <인형사> 등을 기획·제작한 콘텐츠 제작사 (주)필마픽쳐스는 최경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탱크의 눈물>을 HD미니시리즈 20부작으로 제작한다고 밝혔다.
2008년 초 방영을 계획으로 현재 캐스팅 중이며, 캐스팅이 완료되는 대로 제작 발표회와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집필은 드라마 <제5공화국>을 쓴 유정수 작가가 맡았다. (주)필마픽쳐스는 드라마 <탱크의 눈물>을 기획하고 수년 동안 동행 인터뷰를 통해 그에게 숨겨진 고뇌와 열정, 사랑 이야기를 드라마화했다고 전했다.
또한 제작진은 그의 고향인 완도를 수차례 방문해 그의 부모님과, 친구, 그를 골프에 입문하게 만든 은사들을 취재했다.
이 드라마는 완도 한 농부의 아들이었던 인간 탱크 최경주가 불가능의 벽을 넘어선 후, 맨손으로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서기까지의 이야기를 휴먼 드라마로 만들어 감동을 전달할 예정이다.
연출자와 주인공인 최경주 역은 물색 중이다.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 수출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최경주 역에는 외모와 나이에 상관 없이 한류 스타를 캐스팅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드 스타로 발돋움 그는 이제 세계 스타로 떠올랐다. 골프는 플레이 특성상 축구·야구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는 최근 한국인삼공사와 광고 계약을 체결하면서 박지성(맨유), 이승엽(요미우리), 박찬호(휴스턴) 등 한국인 월드 스포츠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게 되었다.
한국인삼공사는 “최경주가 PGA 투어에서 보여주는 강인한 정신력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 항상 가족과 함께 하는 모습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라며 1년간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 1년이며 광고료는 합의에 따라 밝히지 않았지만 특A급 대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기획 관계자는 “특급 연예 스타는 물론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지성·이승엽보다도 더 나은 조건이다. 최경주가 이제 월드 스포츠 스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라고 덧붙였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오늘도 자신과의 싸움을 거르지 않고 있는 최경주. 그의 질주는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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