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으로 갈까, ‘바람’으로 갈까
  • 김회권 기자 ()
  • 승인 2007.08.27 10: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노당 경선, 3파전 치열…“정파냐” “대중성이냐” 밑바닥 당심이 당락 가를 듯

 

민주노동당 경선이 시작되었다. 8월20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9월9일 서울, 경기, 인천까지 전국 순회 투표에 들어갔다. 9월9일, 득표 1위자가 과반수 획득에 실패하면 9월10일부터 15일까지 1, 2위 간 결선 투표가 벌어진다.
민노당에게 이번 대선 후보 경선은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민노당이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지난 총선 이후 계속된 지지율 슬럼프를 벗을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2004년 탄핵 국면에서 13.1%까지 올랐던 민노당 지지율은 여권이 민심을 잃으면서 함께 추락했다. 범여권에 실망한 국민들은 진보 정당이 아닌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한나라당이 50% 이상의 지지율로 고공 비행을 하는 동안 민노당의 지지율은 한 자리 숫자에 머무른 지 오래이다. 이번 경선에서 선출되는 후보의 대선 득표율은 내년 3월 총선에서 민노당 바람을 다시 살릴 수 있을 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동시에 이번 경선은 밑바닥 당심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민노당의 당원 수가 증가할수록 각 정파의 영향력은 커지겠지만, 평당원들의 선택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권영길 후보가 독자 출마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경선이다. 정파와 관련이 적거나 무관한 당원들의 선택이 경선 결과에 끼치는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세 캠프의 내용을 종합해볼 때 현재 경선 판도는 ‘노회찬·권영길 후보의 2강, 그 뒤를 심상정 후보가 맹추격 중’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심상정 후보측의 이지안 공보특보는 “권영길 후보와 노회찬 후보가 30% 초반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회찬 후보 캠프도 비슷한 결과이다. 노회찬 후보의 신장식 기획팀장은 “2월 진보정치에서 여론조사를 한 이후 노후보가 지금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권후보의 뒷심은 무시 못 한다”라고 말했다. 권영길 후보측 박용진 대변인은 “우리가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 심상정 캠프의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하게 나왔다. 결선 투표까지 가더라도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네거티브 공방도 변수로 떠올라
노회찬 후보측은 “지금 당원들은 본선 경쟁력을 중심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신장식 기획팀장은 “대중성과 본선 파괴력을 보고 당원들이 지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이 대중 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라고 판단한 당원들이 노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본선을 중심으로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라는 신팀장은 “정파 간 이해가 반영될 가능성에 대한 항의 투표의 의미도 있다”라고 노후보 지지의 이유를 분석했다. 노후보는 특정 정파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당의 변화를 바라는 평당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흐름만 잘 타면 1차 투표에서도 끝낼 수 있다는 것이 노후보측의 생각이다.
물론 심후보측의 생각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노후보는 말솜씨가 좋지만 정책 대안이 부족하다”라고 주장했다. 권후보측 관계자도 “노후보는 축구 선수로 치면 개인기가 뛰어나지만 팀플레이에는 약하다”라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측은 ‘미래’와 ‘의정 활동의 성과’를 내세운다. 한나라당의 경선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경제 대통령을 원하고 그 적임자가 심후보라고 말한다. 심후보 캠프의 이지안 공보특보는 “심후보는 민노당의 미래”라며 “30년간 노동운동을 했고 의정 활동 역시 훌륭하게 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와 대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이 필요한데 심후보는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노당 내에 소신 투표가 늘고 있다”라며 정파의 영향력이 발휘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심후보의 표는 충성도가 높다”라며 그 이유를 “신뢰와 기대감, 그리고 정책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후보측에서는 “심후보는 능력은 훌륭하지만 스스로를 꽃망울이라고 하듯 열매를 맺기에는 부족하다. 대중적 인지도도 낮다”라고 평가했다. 권후보측도 “심후보는 반짝거리는 유리그릇이고 거기에 많은 것을 담기는 어렵다”라고 언급했다.

 
권영길 후보측의 박용진 대변인은 승리를 자신했다. “1차 투표에서 끝내는 게 목표이다. 제주, 광주·전남, 대구·경북의 초반 3연전을 보면 판세가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권후보의 높은 국민적 지지와 인지도, 통합력이 강점이다. 어떤 생각,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동료 의원들 대부분이 권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의정 활동의 평가가 좋지 않다면 이럴 수 있겠느냐”라며 권후보의 능력을 자신했다. 권후보의 이미지는 안정감, 경륜이라며 일반 국민들에게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최근 여론조사를 예로 들었다. ‘정파주의’라는 평가에 대해 “자주 계열의 지지도 당원의 선택이다”라며 오히려 “정파의 결정이 문제가 있다면서 또 다른 정파주의를 조장한다”라고 다른 캠프를 비판했다.
반면 노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권후보는 내놓을 것이 없다. 신뢰, 도덕성, 정직성 등은 본선 경쟁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심후보 캠프의 관계자도 “권영길은 이름 외에 아무 것도 없는 민노당의 과거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치열한 경선이기 때문에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지난 7월 자주 계열은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전의 당대표 경선 등 여러 선거에서 자주 계열의 힘은 당선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했다. 당원들의 정파적 판단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권영길 후보가 뒷심을 발휘하는 데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네거티브 공방도 또 다른 변수이다. 특히 대부분의 네거티브 운동은 노회찬 후보를 겨냥하고 있다. 1996년 개혁신당에 참여했던 전력을 두고 당원들의 비판을 받았고 노후보가 대표이사로 있던 ‘레이버텍’이 당의 전자투표 관리를 맡았다는 사실도 문제가 되었다. 네거티브 운동이 심해지자 이례적으로 권후보측의 주대환 공동 선거본부장이 직접 네거티브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보수 정당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 진보 정당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
당원들도 마찬가지이다. 민주노동당 토론방 게시판에 한 당원은 이런 글을 남겼다. “당내 선거를 한번 치를 때마다 적잖은 당원들이 당원의 의미를 잃고 떠나가는 모습을 봅니다. 부정적인 배설이나 인신 공격을 통한 낡은 방식은 당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순회 투표 방식은 경선 판도를 바꾸어 놓을 지도 모른다. 민노당의 경선 방식도 ‘노풍’을 일으킨 2002년 민주당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런 의미에서 초반 3연전의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이후의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개표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이다.
총력전에 들어간 각 후보 진영은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원하고 있다. 권후보측과 노후보 측은 “1차 투표에서 끝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럴 경우 상황은 간단히 정리된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결과 등을 놓고 볼 때 결선 투표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문제는 1, 2위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전망을 어둡게 만든 중심에는 심상정 후보가 있다. 20% 대 중·후반까지 치고 올라온 심후보의 바람이 계속된다면 권영길·노회찬 두 후보의 결선 투표 자리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경선.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한나라당 경선만큼 흥미진진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