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 줄이고 식량난 키운다?
  • 로스앤젤레스·진창욱 편집위원 ()
  • 승인 2007.08.2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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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체연료 바이오디젤에‘올인’…곡물 가격 폭등으로 시장 혼란 올 수도

 

연간 생산 1억 갤런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미국 최대의 에탄올 정제공장 그레이스하버 정유공장이 지난 8월15일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인근 그레이스 하버 항은 나무 수송이 주업이었으나 부엉이 몇 마리에 발목이 잡혀 항구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곳이다. 벌목이 생업이었던 주민들은 인근 숲에서 멸종 위기의 부엉이가 발견된 후 일거리를 잃었다. 벌목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환경 보호 사업의 하나로 각광받는 바이오디젤이 생태계 보호 때문에 밀려난 주민을 구원했다. 바이오디젤 산업의 선구자 가운데 하나인 임페리얼 리뉴어블스 사가 7천8백만 달러를 투입해 시애틀 정유소에 이어 두 번째로 이곳 그레이스하버에 면한 호키앰의 땅 12에이커를 일구어 에탄올을 생산할 정유공장을 새로 건설했다. 부엉이도 바이오디젤에는 두 손을 든 셈이다.
바이오디젤은 옥수수나 콩 또는 다른 식물 열매에서 짠 기름을 자동차 연료로 쓸 수 있도록 정제한 것으로 최근 부각되고 있는 있는 대체 연료 중의 하나이다.
미국에서 자연 생태계 보호를 압도할 만큼 바이오디젤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화석연료와 달리 유황이 없다는 점과 대체가 가능한 연료라는 점이다.
미국은 연간 2천3백25억 갤런의 연료를 소비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을 수입에 의존한다. 또 수입 물량 중 75%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미국이 이라크나 중동에 군대를 보내서라도 석유를 확보해야 할 이유이다. 중동 석유 수입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대체 연료 개발이 시급한 것이 미국이기도 하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미국 내 바이오디젤 관련 산업 촉진을 위한 정부 지원금 제공을 결정하면서 “미국은 중동 석유에 중독이 되어 있다”라고 강조하고 이같은 중동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의 하나로 대체 연료 개발을 지지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1월1일 초저유황 휘발유 생산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내 바이오디젤 산업은 이로 인해 더욱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내 바이오디젤 정유업 참여 회사 수는 임페리얼 리뉴어블스 등 14개로 이들 회사는 현재 건설 중인 공장을 포함해 모두 1백48개에 달하는 정유공장을 거느리고 있다. 2008년 생산 목표는 1백10억 갤런이다. 미국 전체 수입 물량의 9%에 이르는 수치이다.
부시 정부는 이같은 대체 연료의 사용을 수입 물량의 최대 5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바이오디젤 생산 체제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대체 연료로 수입 물량 전량을 대체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잇따른 바이오디젤 정유공장 건설과 옥수수 재배 농지의 확대이다.
옥수수의 경우 미국은 올해 경작지가 지난해에 비해 19% 늘어나 모두 9천3백만 에이커에 달했다. 올해 미국내 옥수수 수확량도 지난해에 비해 24% 늘어난 1백30억 부셀을 기록했다.
미국 중서부 대평원의 농가들 가운데 6.1%가 올해 파종시 옥수수로 재배 경작물을 바꾸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반대로 콩은 재배 면적이 옥수수에 밀려 상대적으로 줄었다.
2주 전 가동한 그레이스하버 정유공장은 벌써 고민에 빠졌다. 화석연료 정유소의 원유에 해당하는 옥수수와 콩 등 원자재 값이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 곡물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8% 이상 상승해 이미 부셀 당 4.30달러를 넘나들면서 10년이래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수확량 확대로 공급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올랐다. 바이오디젤 정유공장의 숫자가 늘어나고 정부 지원책이 발표되면서 옥수수 소비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콩은 수확량이 줄었다. 콩의 공급량이 줄면서 시장 가격이 올랐다.
 바이오디젤은 단순하게 옥수수 생산량 확대나 경작 농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옥수수 가격이 부셀 당 10센트 오르면 농가 소득도 에이커당 2백 달러씩 늘어난다. 오하이오 주의 경우 농가당 평균 경지 면적이 3백40에이커, 콜로라도 주 경우에는 5백30에이커에 달해 이들 농가의 경우 별다른 추가 투자 없이도 한해 7만 달러에서 16만 달러씩 소득이 증가하는 셈이다. 소득 증가에 이어 소비도 늘어나게 되어 농촌 경제에 새로운 르네상스가 오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버려지다시피해 황무지화한 농지들이 속속 재개간되어 옥수수 밭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같은 농촌의 변화에 편승해 대형 투자 회사들이나 월스트리트의 주식 시장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JP모건은 이미 2백만 에이커의 농지에 투자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다른 많은 투자 회사들도 시골 농지 확보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농지 투자 회사인 핸콕 애그리컬처럴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지난 3년간 중서부 농지 투자 3년 주기 이익률이 28.2%에 달했다고 공개했다.
옥수수·콩 값 올라 축산업계 비상
아이오와 주의 경우 외지인의 진출로 농지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 현지 농업 종사자들이 종전 가격으로 농지를 매입하지 못하고 있다. 농부들은 뻔히 보이는 수입 증대 기회를 눈뜨고 놓치는 것 같아 발을 동동구르며 안타까워하고 있을 정도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로 들어가고 그 여파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까지 발생했지만 중서부를 중심으로 한 땅 투자 시장은 반대로 활발하다.
바이오디젤의 파장은 미국 농업의 판도 변화에 못지 않게 도시 인구의 실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가 옥수수와 콩 가격의 상승에 따른 옥수수·콩 가공 제품의 가격 인상이다. 또 소 등 가축 사료로 많이 소비되던 옥수수와 콩 가격 상승으로 육류 가격이 오르고 우유가격도 전에 비해 급상승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이 미칠 영향은 미국에 한정되지 않고 있다. 우선 쇠고기 등 미국의 육류 수출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또 옥수수와 콩 수출 물량 감소와 이에 따른 가격 인상으로 외국 축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의 경우 서민들이 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옥수수로 만드는 토티야와 콩은 멕시코인들의 주식이다. 두 품목의 가격이 한꺼번에 30%씩 올라 심각한 파동을 겪게 되었다. 정부가 나서서 가격 동결 조처를 취해 일단 급한 불을 껐으나 멕시코 토티야 시장은 언제 다시 가격 파동이 닥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미국 바이오디젤의 시장 확대와 수출 가능성 확대를 내다보고 자국 내 삼림을 대규모로 개간해 기름 추출 비율이 높은 오일 팜 재배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디젤 정유공장이 필요한 옥수수 물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오일팜 수입에 의존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벌써 열대우림의 파괴와 멸종 위기에 있는 오랑우탕의 서식지 파괴라는 부작용이 예고되고 있다. 부엉이에 이어 오랑우탄도 파편을 맞는 셈이다.
미국의 식량 문제 전문가 레스터 브라운이나 바이오디젤에 비판적인 케이토 연구소의 제리 테일러와 피터 밴 도런 같은 이들은 미국과 외국의 옥수수나 오일팜 재배 치중은 재배 경작물의 편중화를 가져와 국제 곡물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원활한 인류 먹거리 공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요즘 미국에서는 선박이나 트럭 중심으로 보편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내 주유소에서 바이오디젤 혼합 가스를 판매하는 곳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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